아가씨. 숙분이 부를 때마다 나경은 속으로 되뇌었다. 나경은 가끔은 아가씨로 또 가끔은 아줌마로 불렸지만 둘 다 자신에게 딱 맞는 호칭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저 아가씨 아닌데요, 라고 대꾸하지도 않았다. 그다음 벌어질 상황이 더 귀찮을 것 같아서였다. 나경은 숙분이나 동네 어르신들이 혼기가 꽉 찬 아가씨로 자신을 오해하도록 놔두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아가씨로 알고 중매를 서겠다고 하면 어쩌지? 재취 자리지만 사람이 참 좋으니 한번 만나나보라며 불쑥 낯선 사람의 사진을 내밀면 어쩌지? 집 앞 골목이나 계단에서 마주친 숙분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설 때면 나경의 머릿속에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스쳐 갔다. 스스로 판단하기에도 앞서가도 너무 앞서 나간 우려였지만 자신도 모르게 급발진해버리는 망상을 멈춰 세우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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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은 당장 이사 갈 상황이 아닌데도 틈만 나면 부동산 시세를 알아봤다. 재개발 아파트, 주택 청약을 검색해보다가 자신의 처지에는 무엇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차 깨닫고는 주변 빌라나 다세대주택, 회사 부근 오피스텔 전월세 시세를 살펴봤다. 초역세권 오피스텔의 월세와 관리비를 내며 살 수 있을까. 감당하려고 하면 못 할 것도 없겠지만 아무래도 너무 비쌌다. 그래도 오피스텔에 살면 주인집 간섭은 안 받겠지? 풀 옵션 9.3평형 오피스텔 내부 사진을 확대해 보면서 나경의 마음은 번번이 조금 기울었다가 현재로 돌아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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