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번역을 하면서도 편집과 디자인을 해보고 싶었고, 편집디자인 회사에 다니면서는 영업을 해보고 싶었다. 1인 출판사를 만들어 기어이 그 모든 일을 다 해보고 지쳐 나가떨어졌을 때 마주한 책이 『모든 것이 되는 법』이었다.
이 책의 저자 에밀리 와프닉은 한 가지 일을 계속하기보다는 다양한 일에 흥미를 갖고 새로운 걸 배우고 도전하기를 즐기는 사람을 다능인(多能人, multipotentialite)이라고 정의했다. 내가 평균적인 인간에서 벗어난 돌연변이가 아니라 다능인에 소속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의 안도감이란. 내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아주는 다능인이라는 고유명사가 그렇게 아늑할 수가 없었다. 나를 표현하는 명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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