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인은 예외 없이 정직한 이 결말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한 코가 옷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챔 없이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그 과정에 온전히 책임지는 사람이다. 뜨개인은 매 순간 내가 무엇을 왜 뜨는지 알고 그 결과물도 머릿속에 그릴 줄 안다. 어떤 실로 어떻게 뜰지를 스스로 정하고 잘못 떴을 때도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일은 없다. 잘못된 코를 수정하기 위해 유를 무로 돌릴지언정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도안이라는 원문을 실이라는 수단으로 옮겨내는 일. 한 코 한 코 짚어가며 뜨다 보면 어느새 코 막음을 하게 되는 일. 그래서 완성한 옷의 첫 코부터 마지막 코까지 통째로 이야기가 되는 일. 내가 생각하는 뜨개는 이런 것이고 그래서 뜨개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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