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서로의 생명을 살리자는 노랫말로 노래했지만, 그 노래처럼 살아가지도, 도움을 받거나 돕지도, 온전한 대상으로 대접받지도 못했어.

우린 너무 예민하고 너무 괴팍하고 너무 약해 빠져서, 사람들이 당연시하고 눈을 감은 채 지나치는 것들을 하나도 견디지 못했어.

우린 우릴 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뒤를 밟아서는 두 배로 되갚아 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라 여기에 왔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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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내가 목도하거나 나 자신이 직접 겪어야 했던 일련의 일들이 실은 폭력이었다는 것을 몹시 뒤늦게 알고는 혼자 분노하는 상황들이, 이상하게 내 삶엔 많았다. 왜 그땐 그냥 넘어갔나.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왜 자세를 낮추고 웃는 표정을 지었나. 의문과 깨달음은 이르면 당일 밤에, 늦게는 10년 후쯤에 찾아왔다.

그런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인물과 이야기가 되었다. 수선한 결과지만.

그런 일들을 통과하게끔 만들어 소설의 모두에게(정확히는 나쁜 놈들은 빼고) 몹시 미안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들로 하여금 모종의 해결책을 찾도록 만드는 이 또한 놀랍게도 나다.



2022년 1월, 설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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