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가 의미있나

초판을 마흔 전에 쓰셨나보네. 나도 연령주의가 더 무섭다.
예전에 김형석 교수님이 ‘백년을 살아보니’에서 친구들이 다 죽어서 외롭다 하셨는데 그런 걸 이미 겪고 있어 ㅋㅋㅋㅋ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무한히 밀려나는 느낌도. 올리브 영은 더이상 나를 위한 제품이 없다. 주름과 기미 커버 잘되는 제품 찾기 죵나 힘들어. 홍대 합정 상수 이대 신촌 더이상 나의 동네가 아니야. 학교 도서관 가면 근로장학생 애들이 폴더인사해. -_- 흰머리 때문인가 싶지만 난 이미 눈가주름 생기기 시작했고 기미도 있어. 굳이 이런 걸로 새치염색 하고 싶지 않고.

으악 짜증나.

당뇨. 당뇨병성 말초신경염. 당뇨병성 망막병증. 노안. 백내장. 갑상선종. 지방간. 심부전증. 스트레스성혈관수축. 천식. 기관지염. 만성요통. 이 굳이 아니어도 당뇨로 인한 임플란트 두대 하러 가서 기립성 저혈압으로 실신해서 건강한 치아 부러지고 옆구리 멍들고 혈압검사 심장검사도 해야 한다는 게, 임플란트 수술 하러 가서 십이십만원 응급실과 치아 복원 시술까지 받아야 한다는 게 진짜 더 나이 들기 전에 뒈져버렸음 좋겠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 두려워서 심장내과 가지 않았다. 돈 드는 거 시간 드는 거 다 싫다. 또 혈압약 센데 차서 저혈압 온 거 아는데 뻔한 거 나중에 내분비 쌤한테 약 줄여달라 하지 뭐. 아니 다른 문제 있다 해도 그거 알아야되나? 모르고 행복하게 온갖짜증 내며 살다가 갑자기 가지 뭐. 간검사 갑상선 검사 신경검사 안과 검사 청력검사 혈관 검사 뇌신경검사 지금 하는 검사로도 정신이 없다.
괜찮다 하면서 정신잃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아무 의사도 내 말 안 믿고 나는 이 덩치에 잠자코 휠체어를 타야 했다. 이것도 짜증났다. 그냥 좀 나무늘보 기다려주듯 기다려주면 안되나. 수액은 왜 맞어 저혈당도 아닌데. 물 마시면 되지.

인간은 왜 이리 오래 사는 걸까. 생물계에서 한 세대라함은 대체로 30년이다. 30년 살고 죽으면 참 좋을텐데. 뭘 얼마나 더 알고 철들어야 하고 못볼꼴 보고 살아야 하지? 아름다운 것은 우리와 관계없이 아름답고. 나는 점점 추하고 힘없어진다.
기왕지사 사는 김에 열과 성을 다해 사는 것이 생명가진 자의 도리라니깐 여러가지 연명하기 위해 더 오래 더 열심히 더 많이 일해야겠지만. 참 짜증나는 일이다.
뒈지면 나중에 염라대왕에게 따져보겠다. 잊고 있던 현생과 전생의 죄 때문에 말 못할 수도. 알고보니 벌받아 태어났네? 이런 전개로다가.

아 난 늙을 수록 더 심술쟁이에 변덕스러운 투덜이가 될 거 같다. 아 진짜 추해질 거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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