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추측하고 함부로 동정하는 것에 혐오감 생길 때가 어려서부터 많았다. 그래서 이 책에 더 매력을 느끼는 거 같기도 하다.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가 설정한 세상에서 등장인물들을 초라하게 망가뜨리면서 즙짜는 소설들. 에세이들. 그러면서 자신의 존재만큼은 세상의 누추한 비밀을 알고 담담하게 바라보고 느슨하게 연대할 줄도 알고 감히 연민할 줄 아는, 함부로 다정하다고 스스로를 어여삐 여기는 가증들. 거울을 봐라. 누추하고 가난한 정신을 가진 초라한 이가 거기 있지 않은지. 네가 잘 알고 경험한 걸 써. 이 미친연놈들아.
는 이 책 이야기 아님.

별별 희한한 통계조사(어쩌면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에서 공돌이 공순이(는 나.)들한테 조사나온 아줌마들,
“거, 남의 월급 왜 물어봐요? 개인정보제공 동의 안했고요. 알려드리기 싫어요.”
라는 아주 당연한 반응에 설득하거나 다독일 생각은 않고
“그럼 알아서 적을게요. 120되나? 140? ”
이 지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장이면 으레 더럽고. 단순 노무직이며, 나보다도 못난 애들이 가는 것이니 쟤들은 인간 이하의 삶을 살며 최저 임금도 보장 받지 못할 거야. 요딴 생각.
그런 내가 너희를 어엿비 녀겨, 너희에게 노조를 만들어주겠어, 하고 위장취업. 해보니 어때? 너네 학교 선배들 수두룩 빽빽이지?
진짜 업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당신들은 평생 몰라. 여전히 우리가 3D이기만 한 거지. 그 말 덕에 경쟁률 없어 좋기도 하지만, 함부로 동정하는 모자란 것들 때문에 굉장히 자주 빡치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그게 없다. 신기할 정도로.

요즘 자꾸 ㅎ오빠랑 ㅎㄱ이가 생각난다. ㅇㅎ와 ㅈㅇ도. 나는 겪어보지 않았지만 옆에서 봤으니깐. 당사자가 아니니 함부로 그게 어땠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이 책 덕분에 그 사람들이 많이 생각나는 요즘이 됐다.
ㅅㅎ아저씨도 생각난다. 그땐 서른다섯이 개많은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절에서 나오면 이제 뭐하지 넘 늙었다 난 평생 중밖에 할 수 없다 말씀하셨던 그 막막한 나이가 지금 보면 완전 애기고. 그런 애기가 남의 일 같지 않은 애기들 가여워서 맨날 시주 동냥한 돈으로 동대문구에서 제일 싼 짜장면 사주고. 어찌보면 절에서조차 학업을 관리해주지 않아서 갖은 고생하면서 늦게 검정고시 준비하는 건데.
보고 싶다. 잠을 자면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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