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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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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소설보다 더 끔찍한 역사


1910~1930년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노예 중 노예 취급을 받는 불가촉 천민의 삶을 보면서...디스토피아보다 더 디스토피아적인 소설은 바로 인간의 역사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에필로그 까지 읽으면서 3 세대에 걸쳐 결국 불가촉천민이라는 굴레를 벗고 성취해 낸 성공이 고무적이지만 이는 일부의 사례일 뿐이며 여전히 인도는 이 카스트제도에 발목이 잡혀있다는 사실이 인간은 대체 어떤 생물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평등한 사회는 그저 일시적인 과도기일 뿐이며 계급을 나누고 서로 차별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 것일까. 그리고 빠지지 않는 여성의 고통. 한국도 비슷한 역사를 가졌기에 아주 공감하며 읽었던 구절들.



"소니, 당신이 벙어리 노새랑 다른 게 뭐야? 배 채우는 거나 생각하면 우리가 짐승보다 나을 게 뭐냐고?" - P49

사람들은 바바사헤브의 행동을 욕하지만, 왜 그는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죠? 우리는 그들의 마음이 바뀌길 오랫동안 기다려왔잖아요. 정치적인 노예 생활 150년이 영국에 대한 극한투쟁을 정당화 할 수 있다면 달리트의 독설 정도는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닌가요. - P226

사수바이와 내가 뭘 그렇게 안달하냐고 놀리면, 남편은 공장에 걸려 있는 표어 이야기를 했다.
"노동은 종교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그 종교를 믿어."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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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대멸종 안전가옥 앤솔로지 2
시아란 외 지음 / 안전가옥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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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멸종의 이름을 한 선물 내지는 축복



1.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 / 시아란


대멸종을 맞은 인류를 저승의 관점에서 바라본 책. 과학과 신화가 한데 어우러져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멸종원인과 신화적인 대처방안이 대비된다.




2.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 심너울


심너울 작가의 건조하고 시니컬하면서도 비판적인 문체가 좋다. 꼭 이코노미스트 칼럼을 읽는 것 같달까. 술술 넘어가면서도 묘하게 심각한 그의 문체를 마주할 때면 장면 상관없이 문득 문득 웃음이 터진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도 누군가의 시뮬레이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상당히 타당해 보이는 것은 내가 너무  sf장르에 잠겼기 때문일까. 이전이라면 '아~이것도 재밌는 생각이네' 하고 넘어갔겠지만 근래 인터넷에서 모 게시물을 읽은 뒤로는 꽤나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계속 들고 있다. 내가 읽은 게시물은 양자의 특성에 대한 것이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이중 슬롯 실험에서 왜 양자가 그러한 특성을 갖고 있는지 여러 가설 중에 하나를 설명한 것이었다. 이중 슬롯 실험에서 우리의 정신을 혼란하게 하는 양자의 특성은 바로 우리의 '관찰'에 결과값이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봤던 게시물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의 관찰 여부에 따라 양자의 값이 바뀌는 것은 결과값의 양자가 존재는 하지만 아직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꼭 게임 세상 속에서처럼 말이다. 게임 속에서 우리의 아바타가 앞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면 우리에게는 앞 광경에 대한 모습만 보인다. 물론 우리의 뒤에도 게임 속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게임 캐릭터가 뒤를 돌아보기 전까지 그 세계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우리의 관찰이 게임속 세상 존재여부에 유의미한 인자값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대충 이런 이야기였다...) 

심너울 작가의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 를 읽으면서 저 게시글 생각이 났다. 아마 작가는 양자의 이런 특성을 생각하며 글을 썼을지도 모르겠다. 설탕젤리를 개많이 먹으면 당뇨 대신 이 세상의 메모리에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초능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 세상이 무엇인가의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에는 상당부분 진지하게 동의하고 있다. 

내용과는 별개로 심너울 작가는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문체를 지닌 작가이다. 다른 책에서는, 다른 소재를 가지고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지 기대가 될 정도로. 




3. 선택의 아이 / 범유진


대멸종 SF와 동화 내지는 신화 그 사이에 있는 듯한 단편. 이 비극적인 이야기에는 현실이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 걸까.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세계는 소수의 개체만이 이득을 보는, 멸망해가는 세계 그 자체이다. 그러나 그 이득보는 개체마저도 영혼이 더럽혀져 갱생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현존하는 지옥 그 자체의 모습같달까. 너무도 이기적이고 절망적인 세계 속에서 순수한 영혼은 질식되어 삶을 이어갈 수 없는 그런 세계. 행복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도 좁고 희미한 데 비해 절망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 뚜렷하고 확정적인, 그래서 그런 끔찍한 미래에 닿기 전에 사라져버린 아이들의 삶이 구원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아마 이 소설은 현실의 절반도 담아내지 못한 것이리라. 현실은 항상 상상보다 끔찍하고 처절하기 마련이니까. 절대자가 존재한다면, 인간이 두려워하는 지옥은 인간이 사는 삶 그 자체에 깃들어 있는 것임을 보고 있으리라.




★4. 우주탐사선 베르티아 / 해도연


와. 이 단편이야말로 대멸종이라는 주제에서 내가 보고 싶었던, 내가 기대했던 이야기. 멸종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 남은 희망까지 너무 너무 무척이나도 내 취향의 작품. 

 나는 이런 이야기가 너무 좋다. 익숙하게 반복되는 일상, 하지만 문득 생각해 보면 시작이 기억나지 않는 순간들. 스스로를 자각하는 AI의 존재와 부모를 넘어서는 자식들. 구체적으로 멸망한 세계. 그리고 광활하고 아득한 우주 속에 홀로 남아버린 사고체. 그 완전한 고독을 인식하는 순간 밀려오는 두려움과 절망감 그리고 정적. 이 모든 순간이 담겨있는 소설이다. 단편이라 아쉬울 정도로. 

 인류, 아니 사고하는 지성체의 존재 증거는 호기심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성체 존재의 근원은 호기심이 아닐까? 호기심이야말로 지성체가 스스로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답할 수 있는 대답이자 그 스스로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동력 아닐지. 호기심이 없는 지성체란 고요히 우주를 떠도는 감자 덩어리와 다를 바가 없지 않는가...

 


*

개소리. 다들 미쳤어! 우린 500년 동안이나 우주를 떠돌아다녔다고! 아무도 접근한 적 없는 우주의 중심을 탐사했다고! 근데 내가 한낱 기판 위에서 춤추는 양자에 불과하다고? -P375 레몬의 대사 중




5. 달을 불렀어, 귀를 기울여 줘 / 강유리

내가 뭘 읽은 거지...? 단편 내용보다 작가의 말이 더 흥미로웠다. 대멸종을 판타지적 세계관에서 풀어낸 작품. 서술 방식이 굉장히 자유롭고 도전적이어서 꼭 인터넷에 게재된 소설을 읽는 느낌도 난다. 그래도 여전히 정령사니 마탑이니 하는 주제는 완전히 몰입하기엔 좀 생소한 영역이다.


 여러 가지 소설을 읽다 보면, 종종 글을 읽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이건 약간의 쓴맛과 빈정이 곁들여진 표현이다. 내가 이걸 왜 읽고 있어야지..? 하는 생각이 가끔 드는 글자모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장에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궁금함에 계속 읽어나가게 되는 글들이 있다. 이 단편도 그런 종류의 글이었다. 그리고 그 궁금증에는 마빈에 대한 빡침이 80퍼센트 정도 차지하고 있지 않았을까...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수많은, 다양한 종류의 멍청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자신이 똑똑하다고 착각하는 멍청이들이라 하겠다. 그들은 정말이지... 하긴 자신이 똑똑하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는, 아니 적어도 똑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멍청이들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인지능력이 미약하게나마 존재한다는 점에서 최고 멍청이의 칭호를 부여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자고로 최고 멍청이는 자신이 똑똑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데서 대체로 울분이 쌓여있으며 자신이 느끼는 이러한 사회의 부조리함을 무척이나 공공연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경악하게 만드는 경향성을 보인다. 그리고 이 단편의 주인공 마빈은 나를 스쳐지나간 저 최고멍청이 몇몇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제기랄...

 한편으론 사회 복지정책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든다. 결국 가장 아래 층에 있는 사람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세상에 대해 아무런 희망도 품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때 몰고 올 자기파괴적 행동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 그것은 마계의 달을 불러온 마빈의 경우처럼 대멸종을 야기하는 파괴력을 지닐 수 있기 때문에...그리고 꼭 지금 코로나 판데믹 상황에서 계층상관없이 전세계 모든 사람이 백신을 맞고 면역력을 확보해야 내 자신이 안전할 수 있는 것처럼...



남이 설명도 없이 싸 놓은 똥을 치우는 게 얼마나 좆 같은 일인지 넌 모르지라고 묻는 대신에 나는 말끝을 흐렸다. - P174

장미와 아지사이는 모두 호기심 충만한 탐사원이었다. 이제 활동 내용을 단순한 정보 수집으로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은 모든 정보를 스스로 분석하고 해석할 생각이었다. 목표는 없었다. 그저 호기심과 질문, 그리고 다음 목적지가 있을 뿐. - P389

대현자라서 그는 알고 있었다. 세상에는 몰라야 좋은 일들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대현자라서 그는 늘 궁금했다. 세상은 바보가 행복한 곳일까. 바보가 행복할 수 있는 곳이 좋은 세상이라지만, 그렇다면 바보가 행복한 곳은 좋은 세상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새해 태양이 잠시 눈을 감아 세상에 똥이 싸질러진 이 세상 속에서도, 사람들은 행복할 것이고 미래를 꿈꿀 것이다. 1년을 꿈꾸고 10년을 꿈꾸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보듬고 미워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 ... . - P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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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안전가옥 쇼-트 2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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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서귀포 사계리 서점에서 (강아지가 무척이나 인간친화적이던...)


1.초대
빠른 전개. 무척이나 빠른 전개. 지금 막 첫번째 단편을 읽었는데 내가 뭘 읽었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저 일상적인 연애 얘기인 줄 알았는데..한 두장 전만 해도 교묘하게 가스라이팅 하는 남자친구 욕하면서 읽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몰아치는 피비린내에 정신을 못차리겠다. 문득 완전한행복이 떠오른다. 이 단편을 좀더 길고 섬세하고 느린 호흡으로 (완전한 행복도 그다지 느린 호흡은 아니었지만) 진행시킨다면 완전한 행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 궁금해서 작품해설을 봤는데 거기에도 별 이야기는 없네. 두번째 단편을 읽어보도록 하겠다.


2. 습지의 사랑
두 귀신의...사랑 이야기..?


3. 칵테일 러브 좀비
역시 타이틀을 단 내용이라 그런지 흡입력도 있고 짜임새도 탄탄하며 무엇보다 재미있다. 짧은 단편에 한국형 가정 좀비 소설의 핵심을 알차게 담았다. 거기에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까지... 너무나도 실현가능성있고 이해가능한 어머니의 심정에 아마 이 책을 혼자 읽고 있었다면 눈물이 찔끔 나왔을 것이다. (지금은 옆에 동행자가 있어 그러진 않았지만 말이다) 짧은 이야기지만 여기에 여러가지 살이 붙어 장편으로 되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제목에 왜 칵테일, 러브가 붙었을까. 칵테일... 뱀술을 글로벌한 관점으로 세탁해 붙여놓은 작가의 유머 내지는 냉소적인 시각이었나.


4.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오늘 하루 내 걸쳐 작가의 4번째 단편까지 읽으니 이제는 그의 고유한 색채가 보이는 듯 하다. 어딘가 음울하고 절망적이면서도 대비적으로 차분한, 그래서 꼭 벗어날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이야기들. 그 와중에 얼핏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작품에 서글픔을 더한다. 슬픔과 절망적인 패러독스에 기분이 묘하다. 오묘한 시작과 끝.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 없는 굴레. 틈없이 맞붙어 굴러가는 패러독스가 자꾸만 사라진 인물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조예은 작가의 소설은 장르소설의 모습을 하고서 여성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래서 몰아치는 스토리에 이끌려가면서도 일상의 삶을 자꾸만, 자꾸만 돌아보게 만든다.

"내 옆에 눕지 마. 내가 갑자기 좀비로 변할 수도 있잖아. 내 방 가서 자."
"상관없어. 좀비가 되면, 엄마 꼭 물어 줘."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진심이야. 꼭 물어야 해." - P98

"추운데, 괜찮으세요?"
아, 나의 아버지는 안타깝게도, 나의 젊은 아버지는 어머니 말씀대로 좋은 사람이 맞았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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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aughterhouse-Five: Or the Children's Crusade, a Duty-Dance with Death (Mass Market Paperback) - 『제5도살장』원서
커트 보네거트 지음 / Dell / 199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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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gnant and sarcastic tho misogynistic


It is different from typical time-traveling or typical war-novels. Billy's time traveling is unique and Billy's somewhat transcend-life attitude toward life makes the scene very poignant. Tho Billy keeps going out and back and he does not have strong eager toward life, he kind of committed himself to every moment and so the story goes. 


Though I like the way of author depicting the situation, I found this book is very misogynistic. Almost all the women and girls in this book are sexually objectified that they exist as a sexual temptation. I really got disappointed when the author mentioned naked girls in Dresden. Should you have to write that? Should you? I don't even have to mention that almost all the girls here are either beautiful-dumb head or not beautiful-but still dumb as the same. I really want to ask the author-though I'm sure he is already dead- that is this his best way to depict women. It's a pity that male authors always have this kind of limitation in describing half of the human race. It is just a pity. Poor Kurt Vonnegut, hope you'd learned some things before your 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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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안전가옥 쇼-트 1
심너울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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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읽고 막 SF에 빠졌을 때, 누군가 인터넷에 올린 '한국SF 추천목록'을 보고 작가를 알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 작가의 사설을 몇 편 읽었는데 하나같이 말투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옛날 조선시대 때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달까. 역시나 이번 단편집도 어딘가 냉소적이면서도 그래서 더 재미있는 작가의 입담이 돋보인다. 거기에 더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에 착안 한 이야기들이라는게 한층 몰입감을 높인다.



1. 정적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비장애인중심적인지 그들은 어디까지 밀려나 있는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2.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소재가 너무 재미있고 웃겨서 금세 읽었다. 얼핏 대학 다닐때 내 통학 시간을 떠올려 보게 하기도 했다. 무언가를 하기엔 너무 졸리고 답답한 지하철 안에서의 시간들...무엇보다 그들을 좀비로 묘사한 재치있으면서도 시니컬한 작가의 문체가 너무 웃기다.


3.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행복에 대한 본질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그래서 우리는 하루종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일요일보다 주말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을 수 있는 금요일을 선호하나보다. 물론 나도 그렇고. 하지만 금요일 저녁이라는 그 달콤한 열매는 월~금에 이어진 지난하고도 고통스러운 일과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하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업무시간이 너무 긴 것 같다. 주 4일제 해줘 제발...다같이 하루 덜 일한다고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는다고. 제발 2022년에는 주4일제가 실현되길.


4. 신화의 해방자 & 최고의 가축

 이어지는 두 편의 이야기. 내심 용의 승리를 기대했건만... 과거 대단했던 존재가 인간의 이기심과 영악함 앞에 스러지는 모습을 보는건 여전히 유쾌하지 않다. 건조한 비극이 느껴지는 단편. 결국 거대했던 그 존재도 언젠간 완전히 길들여져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 빤히 보여서, 그래서 더 안타깝고 씁쓸했던 이야기. 


어쩌면 현은 이 아저씨에게 뒷사람들을 배려해 달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절차 얘기를 다시 함으로써 몇 차례나 이어진 순환을 한번 더 반복할 수도 있었으리라. 대신 현은 감각을 차단하는 방법을 택했다.
너는 계속 짖어라. 나는 생각을 비우련다. 현은 두 눈을 또렷하게 떴지만 아무 데에도 초점을 맞추지 않았고, 귀로 들려오는 모든 소리에 평등하게 무관심을 분배했다. 입으로는 기계적으로 죄송합니다란 문장을 연속 출력했다. 잠시 감각의 가사 상태에 빠지기, 이것이야말로 1년 동안 민원팀에서 일하며 김현이 배운 가장 유용한 능력이었다.

김현은 일주일 중 이틀만 살았다. 그 이틀은 금요일 오후6시에 시작되어 일요일 오후6시 즈음에 끝났다. 평일에는 차마 살아 있다고 하기 힘들었다. 매주 찾아오는 그 짧은 생명의 기간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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