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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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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우주, 그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인간이라는 존재


아득한 우주의 시간. 

그 영겁의 시간 속에 스민 절절하면서도 은은한 그리움과 서글픔.

삶이란 게 이렇게 가슴 저미는 일인 것인지.

아니면 사랑, 그 보이지 않는 유대가 이토록 삶을 구슬프도록 반짝이게 만드는 것인지.


참 뭐라고 해야 할까. 한 작품 한 작품이 꼭 서글픈 인간의 삶을 조심조심 감싸안는 느낌이 든다. 이런 말을 써도 될까 싶지만 정말 여성 작가가 아니었으면 나오기 힘든 작품이다. 그동안 남성 작가들이 쓴 책에 파묻혀, 그렇게 존경해 마지않는 작가들도 태생적으로 넘지 못하는 사상의 한계 때문에 숨막히고 답답했던 나에게 한줄기 숨구멍이 트이는 작품이었다.  


김초엽 작가님의 이 단편집은 '생각의 시작' 모음집이라고 하고 싶다.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흡사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을 여는 기분이 든다. 아득한, 정말 아득한 우주의 시간 속에 옅게 채색된 인간이라는 존재... 이 기분을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장 아끼는 편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그리고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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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7
장 폴 사르트르 지음, 방곤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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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현대인의 존재에 대한 고뇌를 포착해냈음에도 불구

남성작가로서의 사상적 한계를 보여주는 작품


현대사회인의 정신과 실존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을까. 특히나 기존의 지배적 가치관이 무너져내린 지금, 그 어떤것도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온 피부로 깨닫게 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실존에 대한 사유는 그 짙음에 차이가 있을 뿐, 모두의 발 앞에 놓인 길일 것이다. 


이것은 그의 자전적 일기에 가깝다. 

어렵고 난해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나 한장 한장 차분히 읽다보면 존재에 대해 파고들었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구구절절 공감까진 아니어도, '아 세상에 나같은 존재가 있었구나' 하는 위로감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세계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그저 광활한 우주에 던져진 인간이 두려움과 필요에 의해 그룹지어 관념화 해 놓은 것들 뿐이다.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의 인간이 저 자신이 창조해놓은 관념속에 묻혀 아예 그것들이 태초부터 관념 그 자체의 모습으로 존재해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니 그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의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그들은 그저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그것 외에도 신경써야 할 사회적 관념이 너무 많아 태초의 그 존재의의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기 때문에. 거기까지 관심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변하는 것은 없다. 로캉탱이 내뱉은 것처럼. 그렇게 '구토'를 느끼며 세상이 사방에서 짓누르는 거대한 압박 속에서 사물의 존재를 느낀다 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그저 인식만이 있을 뿐이다. 


아!

관념속에 파묻혀버린 인간.

그것만큼 지금의 사회를 잘 묘사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세상에 존재하기가 무섭게 관념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 결국 저 자신의 삶조차 관념화 해버리는, 그래서 그 순간에 존재하지 못하고, 제 삶이 과거가 된 후에야, 그제서야 제 삶을 관념화하여 인식하는, 그 과정을 통해서야만 안정을 얻는 인간...


거대한 도서관. 그것은 과거이며 관념화된, 원인과 결과과 뒤바뀐 이야기들이 묻힌 곳. 

결국에는 왜곡된 인식에 박차를 가하는 땔감들이 모여있는 곳.


그리고 존재에 대한 무력감, 죄책감, 그 두려움의 안정제는 회상을 통한 과거 뿐이다.

과거를 통해서만,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서만 인간은 존재의 '구토'로부터 해방감을 찾는다.



하지만 '구토'는 존재에 대한 지난하고도 처절한 사유를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사르트르가 가진, 남성작가로서의 사고력의 한계를 군데군데에서 드러낸다.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라는 훌륭한 사상가를 연인으로 두었음에도 불구, 이정도로밖에 책을 써내지 못하다니. 특히나 역자의 전근대적 틀에 갖힌 구닥다리 번역과 후반부로 갈수록 뒷심이 딸리는 것인지 단어 그대로 가져다 적은 부분들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흡사 경운기를 타고 자갈길을 질주하는 것 같았다. 공감가는 부분 못지 않게 실망스러운 부분이 도처에 깔려있는데, 사르트르의 가련하고도 한정적인 고뇌와 사유는 저 자신을 '강간당한 소녀'라고 칭했을 때 절정에 치달은 것으로 보인다.


여성에 대한 편협한 사고는 모든 남성들이 넘어서야 할, 특히 사상가라면 일생의 과업으로 삼아야 할 거대한 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이 제 아버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여전히 세상의 반쪽에 갇힌 채 전체를 바라보는 통찰을 기르지 못한다면 그 상태로 제 존재에 대해 골몰하고 괴로워해봤자 그것은 그저 단층적인 사고밖에 하지 못하는 가련한 짐승의 불쌍하고도 하찮은 몸부림과 다를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책이 완성되고, 내 뒤에 그것이 남을 때가 반드시 올 것이다. 나는 그 책의 조그마한 박명이 나의 과거 위에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아마도, 나는 그 책을 통해서, 나의 생활을 아무 혐오감 없이 회상할 수 있으리라. 아마도 그 어느 날, 등을 오그리고 내가 탈 기차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이 시간, 이 음울한 시간을 분명히 회상하면서, 나는 아마 가슴이 더 빨리 뛰는 것을 느끼며, "모든 것이 시작된 것은 그날, 그 시간이다." 라고 말할 때가 오리라. 그리고 나는 - 과거에서, 과거에 있어서만 - 나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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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APE FROM FREEDOM : 자유로부터의 도피 - 영한대역시리즈 11
에리히 프롬 지음 / 조은문화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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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people can‘t bear the weight of freedom?


I cannot help but laugh out when I saw the word "automaton" since it reminds me of several people whom I met in the workplace. I used to call them "parrot" by myself as they repeat the opinion of others - like from TV, newspapers, internet and etc - but never realize that they themselves a automation. Sometimes it is really funny watching them preaches enthusiastically the opinion which is not theirs. One of my colleague is just like this kind of person. Difference is, since she does not know she is a automaton, she expresses her thought like it is genuinely hers.

I can't tell how I discriminate between genuine thought and fake or how I got the feeling of repeating automaton but almost every time we have a conversation, her words just getting on my nerve and gives me feeling that I'm talking to an answering machine. What confuses me most is that she is kind of a thoughtful person and read many books than average adults. She was one of the reason made me read this book. 

Well, talking of myself, I think I'm on the way of realization of positive freedom. I got to admit that still some part of myself has automaton traits but the good news is that I'm keep changing. I'm on the way of metamorphosis, and I can feel it. Maybe this is how I can tell automaton from others.  

One of the reasons other than my colleague who mentioned above which made me read this book is the condition of my workplace. I'm literally a cog in this huge bureaucracy and I don't want to realize my self here nor identify myself. 

On the other hand, I feel nervous that I may become useless and don't know what to do when I left this workplace. I don't want that kind of future awaits me. I feel like I'm caught in a cage but what frightening me most is that I cannot fly even after I escape from a cage as if my wings were bro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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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 알베르 카뮈 전집 1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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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찐 여행일기다!


사유의 기록이라기보단 현장기록에 가까운 글. 애초에 카뮈도 이걸 출판하겠다고 한게 아니라 머릿말에서 나오듯이 그가 한데 따로 분류해서 모아놓은 걸 출판사가 '아! 혹시 이걸 모아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려고 한게 아닐까?' 하고 출판한 것이기 때문에... 리얼로다가 여행'일기'였음을... 사실 읽다보면 카뮈 자신도 개인적인 사유보다는 사실위주로 적겠다고 아예 다짐하는 부분이 나온다.(초반이었던 거로 기억..) 일기라기보단 현장답사를 나간 어느 탐험가의 객관적 관찰기록에 가까운 글. 특히나 2부의 남미 여행일기는 현상기록적인 면이 강해서 남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나에게는 매우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카뮈의 저서를 다 독파한 열렬한 카뮈의 팬이라면 이 책이 마치 숨겨진 이스터에그를 찾는 것 마냥 재미있게 다가갈 것이다. 왜냐면 이 일기 곳곳에는 그의 저서(페스트, 자라나는 돌 등)의 기반이 되는 내용들이 콕콕 박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스트와 이방인밖에 읽지 않은 나에게는 뭐랄까... 날것의 재료 같은 느낌? 유명요리사의 A요리를 먹고 감명받아서 그의 B요리도 먹고자 했는데 막상 요리를 주문하고 보니 그것이 조리되지 않은 당근과 감자 무더기임을 발견한 기분..?


관찰기록을 걷어낸 구절의 대부분은 알라딘 책소개에 나와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나에게 다소간의 호소력을 갖는것은 첫째, 향후에 내가 카뮈의 저서를 대부분 읽고 난 후 다시 읽게될 때의 감상이 지금과 다를 것이라는 예상과 둘째, 세계적인 작가로서 명성을 얻은 후에도 그가 개인적인 우울과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모습에서 나와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도 이토록 상처받기 쉽다는 것을 느끼는 슬픔. 25년 후면 나는 57세가 될 것이다. 그러니 나의 작품을 쓰고, 내가 찾는 것을 발견해야 할 25년. 그런 다음에는 노년과 죽음. 나는 내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나는 작은 유혹들에 넘어가고 헛된 수다와 무익한 방황에 시간을 허비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 속의 두세 가지를 극복했다. 그러나 내게 그렇게도 필요한 저 우월감을 가지기에는 아직 멀었다.
-미국여행 中 - P53

나는 우울한 기분으로 일종의 ‘귀찮은 물건 버리는 곳‘ 같은 데에 착륙한다-그게 그래도 억지로 나에게 손님 대접을 해주느라 애쓰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는 더 낫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는 가운데 이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내적으로 꺾이지 않도록 의지를 집중하느라 늦도록 잠들지 못한다.
내 일생에 처음으로 내가 완전한 심리적 붕괴 상태에 있다는 것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것을 잘 견뎌내었던 이 힘든 균형이 나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너져버렸다. 나의 내부는 어렴풋한 형체들이 지나가고 나의 에너지가 용해되어버린 푸르스름한 물 같다. 이 의기소침은 어느 면에서 지옥이다. 만일 이곳에서 나를 맞아주는 사람들이 내가 정상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느꼈다면 적어도 미소쯤은 띠어줄 수 있었을 텐데.
-남아메리카 8월 10일 일기 中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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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 알베르 카뮈 전집 1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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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여행일기다. 카뮈 덕후의 종착역 같은 느낌... 카뮈의 저서를 다 읽은 독자라면(특히 페스트와 자라나는돌) 이스터에그를 찾는 것과 같은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페스트밖에 읽지 않았기에... 사유의 기록이라기보단 현장기록에 가까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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