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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ㅣ 안전가옥 쇼-트 2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12.24 서귀포 사계리 서점에서 (강아지가 무척이나 인간친화적이던...)
1.초대
빠른 전개. 무척이나 빠른 전개. 지금 막 첫번째 단편을 읽었는데 내가 뭘 읽었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저 일상적인 연애 얘기인 줄 알았는데..한 두장 전만 해도 교묘하게 가스라이팅 하는 남자친구 욕하면서 읽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몰아치는 피비린내에 정신을 못차리겠다. 문득 완전한행복이 떠오른다. 이 단편을 좀더 길고 섬세하고 느린 호흡으로 (완전한 행복도 그다지 느린 호흡은 아니었지만) 진행시킨다면 완전한 행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 궁금해서 작품해설을 봤는데 거기에도 별 이야기는 없네. 두번째 단편을 읽어보도록 하겠다.
2. 습지의 사랑
두 귀신의...사랑 이야기..?
3. 칵테일 러브 좀비
역시 타이틀을 단 내용이라 그런지 흡입력도 있고 짜임새도 탄탄하며 무엇보다 재미있다. 짧은 단편에 한국형 가정 좀비 소설의 핵심을 알차게 담았다. 거기에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까지... 너무나도 실현가능성있고 이해가능한 어머니의 심정에 아마 이 책을 혼자 읽고 있었다면 눈물이 찔끔 나왔을 것이다. (지금은 옆에 동행자가 있어 그러진 않았지만 말이다) 짧은 이야기지만 여기에 여러가지 살이 붙어 장편으로 되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제목에 왜 칵테일, 러브가 붙었을까. 칵테일... 뱀술을 글로벌한 관점으로 세탁해 붙여놓은 작가의 유머 내지는 냉소적인 시각이었나.
4.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오늘 하루 내 걸쳐 작가의 4번째 단편까지 읽으니 이제는 그의 고유한 색채가 보이는 듯 하다. 어딘가 음울하고 절망적이면서도 대비적으로 차분한, 그래서 꼭 벗어날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이야기들. 그 와중에 얼핏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작품에 서글픔을 더한다. 슬픔과 절망적인 패러독스에 기분이 묘하다. 오묘한 시작과 끝.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 없는 굴레. 틈없이 맞붙어 굴러가는 패러독스가 자꾸만 사라진 인물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조예은 작가의 소설은 장르소설의 모습을 하고서 여성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래서 몰아치는 스토리에 이끌려가면서도 일상의 삶을 자꾸만, 자꾸만 돌아보게 만든다.
"내 옆에 눕지 마. 내가 갑자기 좀비로 변할 수도 있잖아. 내 방 가서 자." "상관없어. 좀비가 되면, 엄마 꼭 물어 줘."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진심이야. 꼭 물어야 해." - P98
"추운데, 괜찮으세요?" 아, 나의 아버지는 안타깝게도, 나의 젊은 아버지는 어머니 말씀대로 좋은 사람이 맞았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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