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안전가옥 쇼-트 1
심너울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읽고 막 SF에 빠졌을 때, 누군가 인터넷에 올린 '한국SF 추천목록'을 보고 작가를 알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 작가의 사설을 몇 편 읽었는데 하나같이 말투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옛날 조선시대 때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달까. 역시나 이번 단편집도 어딘가 냉소적이면서도 그래서 더 재미있는 작가의 입담이 돋보인다. 거기에 더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에 착안 한 이야기들이라는게 한층 몰입감을 높인다.



1. 정적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비장애인중심적인지 그들은 어디까지 밀려나 있는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2.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소재가 너무 재미있고 웃겨서 금세 읽었다. 얼핏 대학 다닐때 내 통학 시간을 떠올려 보게 하기도 했다. 무언가를 하기엔 너무 졸리고 답답한 지하철 안에서의 시간들...무엇보다 그들을 좀비로 묘사한 재치있으면서도 시니컬한 작가의 문체가 너무 웃기다.


3.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행복에 대한 본질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그래서 우리는 하루종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일요일보다 주말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을 수 있는 금요일을 선호하나보다. 물론 나도 그렇고. 하지만 금요일 저녁이라는 그 달콤한 열매는 월~금에 이어진 지난하고도 고통스러운 일과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하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업무시간이 너무 긴 것 같다. 주 4일제 해줘 제발...다같이 하루 덜 일한다고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는다고. 제발 2022년에는 주4일제가 실현되길.


4. 신화의 해방자 & 최고의 가축

 이어지는 두 편의 이야기. 내심 용의 승리를 기대했건만... 과거 대단했던 존재가 인간의 이기심과 영악함 앞에 스러지는 모습을 보는건 여전히 유쾌하지 않다. 건조한 비극이 느껴지는 단편. 결국 거대했던 그 존재도 언젠간 완전히 길들여져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 빤히 보여서, 그래서 더 안타깝고 씁쓸했던 이야기. 


어쩌면 현은 이 아저씨에게 뒷사람들을 배려해 달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절차 얘기를 다시 함으로써 몇 차례나 이어진 순환을 한번 더 반복할 수도 있었으리라. 대신 현은 감각을 차단하는 방법을 택했다.
너는 계속 짖어라. 나는 생각을 비우련다. 현은 두 눈을 또렷하게 떴지만 아무 데에도 초점을 맞추지 않았고, 귀로 들려오는 모든 소리에 평등하게 무관심을 분배했다. 입으로는 기계적으로 죄송합니다란 문장을 연속 출력했다. 잠시 감각의 가사 상태에 빠지기, 이것이야말로 1년 동안 민원팀에서 일하며 김현이 배운 가장 유용한 능력이었다.

김현은 일주일 중 이틀만 살았다. 그 이틀은 금요일 오후6시에 시작되어 일요일 오후6시 즈음에 끝났다. 평일에는 차마 살아 있다고 하기 힘들었다. 매주 찾아오는 그 짧은 생명의 기간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