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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홍수연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달달함이 당길 때는 초콜릿과 사탕, 아이스크림이 생각난다.
단 맛이 나는 것들을 즐겨 먹진 않지만 때론 강하게 먹고 싶단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처럼 로맨스란 장르는 이런 류의 느낌을 갖고 싶을 때 딱인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2008년도에 초판으로 나온 작품으로 이번에 다시 개정판으로 나왔다.
로맨스란 것이 두 남녀간의 만남과 서로의 감정확인, 그리고 원치 않았지만 이별정도의 전형적인 코스들을 밟고 그 이후의 어떤 식의 결말이 나온단 것 쯤은 대강 짐작할 터-
그런데 어떤 책은 사랑이란 말과 그에 어울리는 행동들, 그리고 나타나는 주인공들의 감정들이 충실하게 표현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 책은 좀 다르게 다가온다.
미국이란 배경과 한국이란 배경-
이민세대로서의 동양여자 서영과 미국인이자 미국 최고의 명문 금융 재벌 에이드리언가의 차기 은행장으로 주목받고 있던 제이어드 에이드리언의 사랑이야기다.
에리드리언이 서영을 만난 것은 그녀의 나이 12살 때-
우연히 차를 몰고 가다 앞서 가던 차의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던 단발머리 소녀인 서영을 보고 한 눈에 반하게 되고 그 이후 그녀의 성장기를 지켜보기만 한다.
자신의 아버지 또한 한국 동양여자와의 첫 사랑을 못 잊은 채 집 안의 정략결혼으로 엄마 사라와 결혼생활을 하는 것을 목격했던 그이기에 자신이 차지하는 무거운 짐과 가업을 이어가기 위해선 냉철하고 감정의 소모를 드러내지 않은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자란다.
하지만 모델 출신의 서영의 언니 민영을 만나게되고 서영을 다시 만난것은 서영의 나이 18살 -
그 이후 눈이 내려 눈이 나뭇가지에 앉아 눈꽃이 되어버리는 그런 어느 날, 그녀가 학교에서 파한 후 집으로 가던 그녀를 데려다 주고 그녀가 자라 대학생이 되고 민영과의 헤어진 후 그녀가 일하는 카페에서 우연한 만남, 서영이 그의 계열사 회사로 입사하면서 둘의 끈질긴 인연은 숨이 막힐 정도의 답답합을 유지한다.
빠른 대사에 익숙해서인진 몰라도 이 둘의 사랑법은 좀 특이하게 받아들여졌다.
흔히 말하는 대 재벌가와의 사랑은 진실된 사랑이 배제된 채, 그가 뭐든지 들어줄 수있고 해 줄 수있다는 데에서 어떤 여성들은 자신의 사랑이 진실이었다고 해도 모든 것을 가진 사람측에선 상대방의 진실을 묵인한 채 물질적인 것만으로 해결하길 원한다는 흔하디 흔한 드라마 상의 이야기들이 넘치지만 서영은 일단 에이드리언이 자신을 처음 보았던 그 시절을 알지 못하며, 그렇기에 에이드리언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그녀에게 상처를 줄 것을 염두에 두고 보지 않으려 했던 그 심정을 모른다.
그렇기에 서영은 그가 말했던 아버지의 첫 사랑의 실패를 이야기함으로써 서영에게 더 이상의 무언가를 책임질 수도, 그렇다고 그녀를 포기하지도 않은 채 서영에게 빠져드는그의 모습을 그녀는 그저 말 없이 받아들인다.
그런 그를 지켜보면서 서영은 그녀 나름대로 어떤 언약도, 확인의 말도 없었지만 언젠가 그의 곁을 떠나줘야함을,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 비하면 그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힘을 주지도 못할 뿐더러 더 이상 그에게 매달리면 안된단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단 하루라도 좋으니 그의 곁에서 함께 있길 원하는 사랑의 행보를 보인다.
서로가 정말 사랑하는데, 사랑한다는 말 조차도 조심스러워 , 이 말을 뱉는 순간 그는 자신에게 멀어질까봐 오로지 현재에만 충실한 사랑을 하지 않을 수없었던 서영과, 주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그녀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지만 그 보이지 않는 가문의 힘과 자신의 한계에 부닥쳤던 에이드리언이란 두 남녀의 사랑법은 돌고 돌아 근 10여 년간의 세월을 흘러보내는 아픈 사랑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세상에 이런 여자도 있을까 싶은, '조건 없는 사랑'이란 말이 떠오른다.
언니 민영 나름대로 자신의 야망을 위해 그에게 접근했다지만 그녀 또한 그녀 나름대로의 사랑을 갈구했고, 더욱이 안쓰러웠던 것은 에이드리언의 엄마 사라다.
평생을 부부란 끈에 묶여 진실된 남편의 사랑도 받아보지 못했고, 아들마저 자신의 뜻대로 움직였다고 생각했지만 아들의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통해 자신의 대(代)에서 이런 사랑의 방식은 끊어야한단 힘든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녀 인생에 있어서 사랑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이란 말을 생각해본다.
너무나 사랑해서 자신이 해 줄 수없는 부분들이 많아 미안하고 안타까워 자신의 진실된 마음을 표현조차 못했던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감정 표현은 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작가 스스로도 사랑이란 말 없이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 이 작품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게 해후의 전개 과정이 답답하게, 뒤늦게 , 그나마도 알아차릴 만한 말을 한 장면까기 정말 답답했었다.
인연이란 확실히 있는 것인지, 그렇게 그의 곁을 떠나 한국에 살면서도 다시 만나게 되는 두 연인들의 모습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바라보는 사랑이란 어떤 것을 통해 돌고 돌아도 다시 만나게 됨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차가운 겨울, 어느 날 눈이 내려 다시 나뭇가지에 눈꽃이 생기게 된 그 날 이후-
두 사람간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계속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