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깨물기
이노우에 아레노 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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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에 대한 생각-

1.달콤하다

2.먹다보면 달콤함이 주는 중독에 빠져 계속 먹게된다.

3.나중의 맛은 뭐랄까? 단 맛도 아닌 쓴 맛의 여운이 주는 그 느낌이 또 다른 초콜릿을 향해가는 손길의 유혹을 당기게 만든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의 대표인 초콜릿에 대한 연상이지만, 이 초콜릿을 사랑이란 감정에 실린다면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 수있을까?

 

일본의 내놓아라 하는 유명 여류작가 6인의 단편집으로  바로 초콜릿을 매개로 나온 작품집이다.

 

에쿠니 가오리를 비롯해서 각자의 개성대로 그 느낌의 활력이 모두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책의 내용들은 저마다의 다른 사랑들을 그리고 있어서 마치 각기 다른 메이져 급의 상표로 출시되는 다양한 초콜릿의 맛을 경험 할 수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전화벨이 울리면 ― 이노우에 아레노 

 

수영선수로서 연상의 여인이 불러대는 전화 벨 소리에 하던 일을 마치지 못하고 그녀에게 달려가지만 결코 사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그러면서 자신의 여친과 또 다른 사랑의 방식을 하는 청년의 이야기,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그의 동선을 확인할 때마다 초콜릿을 한 개씩 먹는 여인의 쓸쓸한 이야기가 버무려 진다.


 늦여름 해 질 녘 ― 에쿠니 가오리

 

사랑하는 상대방을 먹고 싶단 표현에 그 상대는 자신의 피를 흘려 먹게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하는 상대방을 소유하고픈 욕망과 함께 그를 나눠먹는단 의미 안에 내포된 둘 만의 독립적인 개체의 사랑이 아닌 하나의 몸으로 인식해 사랑을 소유하고자 하는, 독립적이고 어떤 일에 대해서도 그다지 마음을 열어놓지 못했던 한 사람의 사랑 이야기


 금과 은 ― 가와카미 히로미 

 

먼 육촌지간인 하루키라는 사람과 자신과의 인연을 통해 새로운 사랑의 꿈을 꾸어가게되는 어느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이자 그 사람이 돌아오면 고백할 것에 대한 기대를 하는 이야기


 호수의 성인 ― 고데마리 루이 

 

젊는 시절에 함께 했던 여행을 통해 사랑이란 감정을 익혀 갈 즈음 뜻밖의 의견충돌로 서로가 헤어지고 서로의 다른 상대를 찾아 결혼과 이혼을 겪으며 둘이 세웠던 여행지에서의 초콜릿을 호수 성인에게 바침으로서 소원성취를 하려했던 사람들이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러 가게 됨을 알리는 새로운 사랑의 희망을 전해 준 이야기


 블루문 ― 노나카 히라기 

 

 

정말 흔치않은 한 달에 두 번씩이나 돌아오는 보름달을 말한다는 블루 문 -

 

칵테일 바에서 우연히 동석하고 정해진 날짜에 만나진 않지만 어느 순간 내 마음 속에 들어와 버린 한 남자에 대한 ,  사랑의 상처로 인한 두려움에 쉽게 다가 설 수 없었던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고 새로운 만남을 하려는 여인의 이야기

 

 

 

 기생하는 여동생 ― 요시카와 도리코

 

어느 순간 자신의 집에 들어와 같이 살게 된, 자신의 생활 패턴과는 전혀 다른 여동생의 침입으로 인해 불편을 겪으면서도 때론 이런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가는 동생에 대한 부러움을 갖는 자신이 결혼도 안한 채 임신을 덜컥 해 버린 여동생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들이 유머스럽게 다가오는 이야기

 

어쩌면 이렇게 한 가지 주제를 내놓고 써 보아라 했을때의 이런 여려가지 이야기들을 그려 낼 수있다는 데에선 놀라움이 우선 앞서지만 뭣보다 '사랑'이란 주제를 가지고 그려낸 작가들의 상상의 세계가 여러가지 상황에서 맞부닥칠 수있는 인생의 한 여정의 단면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론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이 그 전에 나왔던 패턴들과 약간 다르게 표현이 되어 신선했고, 호수의 성인과 블루 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슬픔을 간직한 사랑보다는 미래의 희망을 암시하는 이런 류의 사랑도 결국엔 인간 세상에서 누가 올바르고 틀린 인생이 아닌 개개인 각각의 사연과 처한 상황, 그리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인생의 설계를 그려나가는 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처음에 달콤했다가 쌉싸름한 기억으로 각인되는 초콜릿을 통해 어린 시절에 꿈꿔왔던 기억과 이루지 못한 아련한 추억이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사랑에 성숙하지 못해 실패를 하는 과정이 있었더라도 각기 다른 개성이 돋보이는 책 속의 주인공들을 통해 그 맛을 확실히 느끼게 해 주는 눈으로 맛 볼 수있는 초콜릿 책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보니 냉장고를 뒤져 보게되는 것 또한 책이 주는 유혹이  아닐지...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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