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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난폭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랑의 실체는 무엇일까?
오랜 시간을 부부로 살아온 사람들은 서로가 닮아간다고 하던데, 이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살다보니 동질성을 느끼면서 무던하게 살다보면 그런 말을 듣게 된는 것일까?
결혼 8년차의 부부가 있다.
모모코는 잘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 마모루와 함께 안채는 시부모님이, 별채는 자신들이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형태의 집에서 살아가는 주부이자 비누공예 강사로서 생활하고 있다.
처음엔 살갑게 굴지 않던 시어머니를 상대로 노력한 끝에 이젠 어느 정도 사이도 수월해졌고 남편의 일도 잘나가지만 어느 날, 남편이 이혼을 요구해 오면서 충격을 받는다.
무려 16살 아래인 여성과 함께, 그것도 이미 임신한 몸이기에 자신과의 이혼을 요구하는 그녀의 남편이란 사람을 사이에 두고 사랑이란 이름과 불륜이란 이름 앞에서 두 여성간의 심리전, 그리고 남편의 행동과 함께 시댁과의 갈등폭발이 연이어서 이어지며, 급기야는 자신의 전직 회사 상사에게 자신의 재취업 의사를 타진해 보지만 이마저도 사회의 룰에 박힌 인식을 인식하지도 못하는 여자로 비쳐지는 모모코의 이야기는 내연녀의 일기, 모모코의 일기, 그리고 작가가 보는 모모코의 생활을 통해 그려진다.
여성 특유의 딱히 꼬집어서 표현 할 수없는 미세한 촉각 내지는 그 어떤 미세한 표착의 순간은 모모코에게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출장갔다 온 남편의 속옷정리가 바로 그것-
어느 때 모모코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진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볼 때가 있지만 설마~ 하면서 넘긴다.
즉 나와 당신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있어서 당신이 있고 당신이 있어서 내가 있다.(p47)
바람 핀 남편을 두고 이혼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를 두고 고심을 하는 주위의 사람들을 볼 때 제 삼자인 입장에선 쉽게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내 남편만은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확신하던 , 막상 내일로 닥친다면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해야할지...
모모코는 비 정상적일 정도로 냉정함을 유지한다.
남편의 고백에도 그저 지나가는 대화처럼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저녁을 묻는 행동, 쇼핑을 하러 가잔 이야기를 꺼내는 그녀의 행동엔 섬뜩함과 함께 어쪄면 현실 속에서 일어난 이 모든 일들을 애써 외면하고픈 맘이 들어 있지 않았나도 싶다.
방송에서 이런 장면들이 생각이 났다.
바람피우는 두 남녀가 실제로는 섹스를 통해 불륜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으론 이미 둘 사이의 사랑은 상대방 배우자들로부터 불륜이란 것으로 낙인을 찍힌다.
이 책에서도 모모코의 동료 하즈키는 말한다.
서로 간절히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이미 '선'을 넘었다고....
불륜으로 조마조마하게 유지해 오는 내연녀는 그를 사랑하기도 하지만 외로워서가 아닌 불안감에 자신의 곁에서 자고 가라고 붙잡을 수 밖에 없는 위치, 아내라는 자격으로 결코 이혼을 해 줄수 없다는 모모코란 두 여성간의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은 사랑과 불륜이란 주제를 가지고 내민 이 책에선 또 다른 재미를 볼 수있는 바, 바로 모모코 자신도 마모루와 함께 불륜을 저질러 결혼한 경우라는 것이다.
자신과 똑같은 경우를 하고 있는 또 다른 여성의 행동을 보면서 과연 모모코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시집에선 인정받지 못했단 그들과 다른 '나'라는 존재를 인식해 가는 모모코의 남편이 벌인 불륜과 이혼요구에 맞서는 행동들은 독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반전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사랑과 결혼, 그리고 불륜, 이혼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 속에 약간의 스릴을 감미하고 있고 중간부에서 부터 '어'라는 탄성과 함께 다시 앞장을 찬찬히 음미하게 되는 책이다.
남성의 시각에서 그려졌다고는 생각할 수없는 여성들만이 느끼는 심리의 감성들이 도드라져 보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