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악마다
안창근 지음 / 창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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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근본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유전인자 속에는 악과 선이 정말로 들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전혀 무색무취의 그 어떤 가공된 흔적이 없는 상태의 태아가 태어난 순간 다른 인간들이 습득해 온 그 어떤 행동과 행위에 따라서 악과 선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성선설과 성악설이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인류 태초서부터 이 근원적인 문제는 인류의 어떤 획기적인 발견이나 또 다른 방법에 의해서 밝혀질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때때로 영화나 소설 속에서 그려지거나 실제로 이를 토대로 연구한 사례들을 보면 인간의 끝없는,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제1회 황금펜 영상 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가 안창근의 두 번째 장편소설을 읽었다.

제목은 '사람이 악마다'-

왜 사람이 악마일까? 천사일 수도 있는데....

독특한 설정이 우선 눈길을 끈다.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이미 감옥에 있는 또 다른 연쇄살인범의 도움을 받는다는 설정이 자뭇 영화의 소재로도 딱 제격이란 생각이 든다. (갑자기 안소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도 연상이 되고....)

 

홍대 앞에서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플래시몹이 펼쳐지는 가운데 한 여성이 수차례 칼에 찔려 살해된다.

이미 범인은 자신이 '유령'이란 이름으로 경찰에 명명을 했고 잠복 중이었던 경찰을 유유히 비난하듯 현장에서 사라진다.

 

벌써 이번이 세 번째 실행인 만큼 처음엔 경찰도 가볍게 생각했던 살인이 계속 이어지자 각지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결국엔 한때 최고의 프로파일러였지만 자신의 여자 친구를 비롯해 세 명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 중인 강민수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한 때 결혼을 생각했을 만큼 연인 관계였던 노희진이 민수를 만나게 되고 오로지 황기자와만 소통이 가능한 유령의 정체와 왜 그가 그런 일들을 저지를까에 대한 프로파일로러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민수의 존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개 다양한 사건들 중에는  한때는 급 관심의 문제로 어떤 계기가 만들어지고 법이 체계화되면서 슬며시 고개를 내리는 현상, 여기엔 이 책에서 보이는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의 입장과 가슴속에 평생 응어리를 지고 살아가야 하는 정신적인 고통에 찬 사람들을 대변하기 위한 법의 허점과 법이란 과연 약자와 강자 모두에게 고루 균등한 형량이 내려지는 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태어날 때부터 버림받은 몸으로 태어난 자, 일명 '유령'이란 오페라에서 따온 그 이름이 지닌 아픔과 그 이야기 속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령과 민수 간의 심리전, 밀고 당기는 퍼즐 풀이를 넘어선 고난도의 암호 풀이와 오컬트를 이용한 장치, 수학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있지 않다면 풀 수도 없었을 문제들의 암시가 연일 등장하기 때문에 스릴의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외국 문학에서 읽은 기시감마저 들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자신의 첫사랑을 죽인 점만 인정하고 나머지 두 명의 여인 살해를 완강히 부인했던 민수의 주장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법의 문제점,  유령만이 오직 민수의 진실을 알았고 믿어줬단 것은 한 꺼풀의 눈을 덮고 보고자 했던 법의 피해갈 수 없는 허점과 살인은 결코 진실이 어떠하든 간에 용서받을 수 없단 전제하에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와 이미 죽은 여인들의 세세한 드러내 놓지 못했던 가정 내의 폭력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묻힐 수 있었는지, 나를 구해달라고 아무리 애를 써도 세상은 가정의 문제란 인식 때문에 눈을 돌려버린 사회에 대한 고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생각한 강한 스릴을 드러내 보고자 했던 욕구가 강했던 만큼 여러 가지 외국 문학 작품에서 이미 익혀왔던 비슷한 설정과 암호풀이식의 방식이나 유명했던 연쇄살인범들의 수법까지 모두 책 속에서 보여주려했던 것이 책을 읽어나가는 데에 있어선 복선이 아닌 조금 복잡하단 느낌이 들게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아직까지는 한국의 대표적인 스릴 작가? 하면 쉽게 떠올릴 만한 이름이 생각나지 않은 현실에서 작가의 앞으로의 차기 작품에 대한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 준 책이 아닌가 싶다.

 

팬텀 오브 오페라를 차용해서 자신의 존재 이미지를 그 안에서 스스로 녹아내려했었던 유령의 안타까움마저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민수의 사랑과 인간의 내면에 자신 조차도 몰랐던 피의 향연을 즐길 정도의 악마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단 설정 자체가 섬뜩하게 다가오게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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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약국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박하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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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이 병들어 가는 증상은 점점 육체적인 병과는 달리 현대에서 들어서는 더욱 높아졌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내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을 통해서 자신의 아픈 마음을 고치려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여기에서 어떤 처방전으로 들어가는 약을 조제해 받는 경우가 있다.

잠시나마 마음의 평안을 주고 행복을 느끼게 해 주는 약의 처방은 분명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약과 상담만이 아닌 책을 통해서 마음의 병을 치료해 받는다면 어떨까? 

 

바로 페르뒤 씨의 경우가 그렇다.

룰루라는 화물선을 개조해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치료의 처방전으로 권해주는 '책'을 파는 '종이 약국' 이란 이름을 가진 서점 주인이다.

 

사람들이 찾는 책을 무조건 찾아서 파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의 상태를 살피고 지금의 심정이 어떤지에 대한 상황을 파악한 후에 자신이 권해주는 책을 파는 식이다.

상인이라면 이익창출에 대한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페르뒤 씨는 결코 이런 상도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타인에 대한 세심한 보고 듣는 것을 통해서 독특한 재능을 가진 그이지만 정작 자신의 아픈 마음은 고칠 수가 없는 상태-

20년 전에 5년간 만난 마농이란 여인과의 이별에 가슴 아파하며 그 시점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은둔해 접어들다시피 오로지 집과 배위에 세워진 서점 '종이 약국'만 오고 갈 뿐, 그에겐 그 어떤 빛나는 사랑도 해보지 못한 채 50살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살고 있는 곳에 남편에게 버림받고 이혼당한 채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이사 오게 된 카트린이란 여인이 이사 오면서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그가 살고 있는 집 맞은편에 마주 보고 있는 카트린에게 남아도는 식탁을 주려고 찾아가게 되고 카트린은 식탁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면서 그에게 전해준다.

다름 아닌 마농이 떠나고 난 뒤에 온 편지로 그 편지 안엔 당연히 구구절절 미안하단 상투적인 말들만 가득 들어있을 것이란 생각, 그 자신이 자존심 상하는 마음에 읽어보지 않았던 편지였다.

 

하지만 그 편지의 내용은 마농이 암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페르뒤는 그동안 자신 안에 갇혀 있었던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며 배에 밧줄을 풀고 본 뉴로 향하게 된다.

 

배는 이웃으로서 작가의 명성을 날리고 있지만 기대치 않았던 유명세를 피해 다니는 조당이란 아들뻘 되는 작가와 함께 떠나게 되고 여기엔 간간이 마농의 읽기가 등장함으로써 그녀가 자신의 약혼자인 루크 외에 페르뒤를 얼마나 사랑했는지에 대한 사연과 마음의 상실을 그나마 지탱해준 책이었던 <남녘의 빛>을 쓴 저자 사나리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 같이 벌어지면서 여러 가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페르뒤 자신이 어떻게 자신의 인생에 대한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려나가는지 섬세한 감정의 파고가 드러난다.

 

흔히 실연의 상처는 또 다른 사랑으로 치유가 될 수 있다고들 한다.

특히 요즘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에는 사랑의 유효기간도 빨리 다가오고 이별의 상처도 빨리 회복되는 것 같기만 하지만 페르뒤가 겪은 마농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20년이란 세월을 오로지 그녀만을 생각하고 원망하고 그리워했다는 점에서 인스턴트식 사랑법 보다는 답답함마저 주는 아날로그식의 사랑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타인에겐 딱 맞는 책을 통해서 치유를 해주는 솜씨가 자신에겐 전혀 소용이 없었던 그에게 마농의 죽음을 대하는 감정의 노선은 치유가 불가능한 사람이 느끼는 분노, 회한, 용서 같은 감정들이 그대로 보여준다.

 

 

 

마농의 사랑법, 약혼자를 두었음에도 또 다른 남자인 페르뒤와의 사랑을 나누는 행동은 '아내가 결혼했다'의 사랑법 비슷한 느낌도 받게 되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했지만 사랑에 대해선 과감하게 행동함으로써 또 다른 사랑을 쟁취했던 그녀의 사랑법은 페르뒤의 인생에 커다란 방향점이 되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마농을 찾아가면서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 다른 새로운 사랑에 눈을 떠가는 과정이 책에 대한 사랑과 책이 인간들에게 어떤 도움과 감성을 건드리는지에 대한 작가의 심리 묘사, 적정 장소에 어울리는 각 이름난 책에 대한 소개가 함께 들어 있어 종이 약국이란 책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단 생각이 들었다.

 

 

과거로부터 자신이 스스로 나오게 됨으로써 제 2의 인생을 또 다른 책과 연관된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 잔잔하게 그려지는 책, 이런 종이 약국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게 한다.

 

라벤더 향과 해바라기의 꽃들이 연상되는 프로방스의 전원풍경과 와인에 취하고 책에 취하고, 노을 진 풍경이 연상 떠올리게 되는, 작가의 출신은 독일인데 기욤 뮈소처럼 다른 나라인 프랑스를 주된 무대로 펼쳐서 그려진 점도 색다르게 다가온 책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나 작가와 전혀 상관없는 몽실서평단에서 지원받아 읽고 내맘대로 적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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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신흥식 역주 / 글로벌콘텐츠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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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경전 가운데 많이 읽히면서도 어려운 것이 금강경이라고 생각하는 가운데, 쉽게 접할 수 있는 글이지만 마치 잠언처럼 다가오게 하는 책이 바로 법구경이다.

 

사이즈별로 다양하게 나와 있기에 손에 쥐고 수시로 펼쳐 볼 수 있는 책부터 이 책처럼 양장본에 이르기까지, 법구경은 신자가 아니라도 주위에서 말로도 귀로도 쉽게 접하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동안 많은 책의 종류로 법구경이 나왔지만 이번에 접한 책의 저자는 한역본을 참고로 하여 총  

총 26장에 423개의 말씀을 담았고, 이것을 26품 423장이라고 표시한다고 적혀있다.

 


제1장 쌍서품(雙敍品): 펼침의 장
제2장 방일품(放逸品): 방일의 장
제3장 심의품(心意品): 마음의 장
제4장 화향품(華香品): 꽃과 향기의 장
제5장 우암품(愚闇品): 어리석음의 장
제6장 현철품(賢哲品): 지혜로운 장
제7장 아라한품(阿羅漢品): 아라한의 장
제8장 술천품(述千品): 천 가지 장
제9장 악행품(惡行品): 악행의 장
제10장 도장품(刀杖品): 폭력의 장
제11장 노모품(老?品): 늙음의 장
제12장 기신품(己身品): 자기 자신의 장
제13장 세속품(世俗品): 속세의 장
제14장 불타품(佛陀品): 부처님의 장
제15장 안락품(安樂品): 편안하고 즐거움의 장
제16장 애호품(愛好品): 사랑의 장
제17장 분노품(忿怒品): 성냄의 장
제18장 진구품(塵垢品): 더러움의 장
제19장 주법품(住法品): 법의 장
제20장 도행품(道行品): 도의 장
제21장 광연품(廣衍品): 넓게 벌린 장
제22장 지옥품(地獄品): 지옥의 장
제23장 상유품(象喩品): 코끼리의 장
제24장 애욕품(愛欲品): 욕망의 장
제25장 비구품(比丘品): 스님의 장
제26장 바라문품(婆羅門品): 수행자의 장

 

법구경(法句經)의 원래 이름은 담마파다로 팔리어로는 ‘진리의 말씀’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어느 한때에 하신 말씀이 아니고 여러 경전(經典)에 분포되어 있는 게송(偈頌)으로 인도(印度)의 법구(法救)가 처음 팔리어로 편집하였고 중국에선 오(吳)의 황무(黃武) 삼 년(三年) 유지난(維祗難)이 한역(漢譯)하였다.
법구경은 부처님 말씀 중에서 대중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글이며 한 번 보고 책장에 꽂아 두는 책이 아니라 수시로 손이 가게 되는 글이다. - 책의 내용을 들어가기에 앞서  발췌한 내용

 

각 장마다 우리 인간들이 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익혀야 할 글들이 수두룩하기에 어느 것이 좋고 나쁜다고는 말할 수 없는 진리의 말씀 그대로 모두 들어있다.

 

 

 

 

 

 

 

 

 

 

 

 

한문으로 쓰인 내용을 한글로 옮겨 적은 저자의 노고가 많이 들어갔음을 느끼게 하는 글들은 법구경을 통해서 혼탁한 세상과 부조리한 세상을 통해 나의 수양과 마음가짐, 그리고 탐욕, 욕심, 공수래공수거에 의한 인생에 대한 돌아봄을 각 장에 해당하는 글들로 엮어졌기에 이 글들을 통해 찬찬히 음미해 보는 시간이 참 좋았단 생각이 들었다.

 

진리의 말씀은 누구에게나 통용이 되고 종교를 떠나서 티끌이라도 내 마음속에 들어있는 모든 인간사의 욕심을 잠시나마 끌어내릴 수 있게 하는 좋은 구절들은 주위에 가깝게 두어서라도 수시로 접해봄으로써 정신적인 수양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모두가 바쁘고 주위를 둘러볼 사이도 없이 시간을 흘러가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 대중들에게 들려준 부처님의 말씀이기에 어렵다고 느끼는 느낌 없이 친근하게 접해 볼 수 있게 풀어놓은 저자의 글이 타 책들에서 접했던 그 이상으로 술술 읽히는 동시에 생각은 깊이를 요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이제 올 2015년도의 달력도 이제 한 장이 남아있고 그 가운데 지난날을 돌이켜볼 시간이 오는 만큼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새로운 다짐과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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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로마사 - 7개 테마로 읽는 로마사 1200년
모토무라 료지 지음, 이민희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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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로마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리스 로마 신화란 책이 아닌가 싶다.

이름만 다를 뿐  결국엔 로마가 그리스란 나라의 발전된 것을 받아들이면서 그들 나름대로의 신 이름만 바꿨을 뿐 실제적으론 동일시되는 신들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에게 사랑에 빠지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요즘 말로 하자면 혼혈인을 탄생시킨 신에 대한 존재에 대한 인식이 약간씩 달랐을 뿐 결국엔 한 길로 통한다는 점에서 로마에 대한 이해가 성립이 되지 않을까 싶다.

 

로마사에 관한 내용 중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이 읽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들 수가 있겠고 그 전에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더 나아가서는 몸젠의 저서들을 들 수가 있을 것이다.




위의 책들은 두께도 그렇고 권수로도 방대한 로마사에 대한 총집합적인 역사를 다룬 책이기에 처음부터 정독을 요구할 수밖에 없고, 이런 이야기들을 처음 접한 나로서는 지겹기도 했고(특히 영토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군사적인 설명) 어렵게 대한 기억이 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접한 독자가 본격적으로 로마사를 들어가기 전에 전체적인 로마란 역사에 대한 포괄적인 큰 테두리를 접하고 읽기에 만족을 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시오노 나나미도 그렇고 이 책의 저자도 일본인이다.

일본인들이 왜 그리 로마사에 대한 관심, 물론 타 국가의 작가들의 인문서적도 포함을 한다면 넓게 볼 수 있겠지만 로마가 지닌 지정학적 위치가 동양과는 먼 나라이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연구를 하고 저서를 내놓는 경향은 로마사를 연구함으로써 보다 더 나은 미래의 전지적인 설계와 모색을 도모하기 위한 탐구자로서의 정신이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전 인류의 역사를 크게 동양과 서양으로 나누었을 때 지금까지도 여전히 영향을 끼치고 있는 로마란 제국의 흥망성쇠는 그 관점을 어디에 두고 연구를 하느냐에 따라서 여러 각도로 들여다볼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저자도 방대한 로마에 대한 세세한 부분들을 다루지 않고 크게 7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서 기. 승. 전. 결의 방식을 취했으며 이에 들어가기 앞서 로마를 알기 위한 초석으로  로마사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인 S·P·Q·R/ 로마법/ 가풍/ 파트로누스와 클리엔스/ 다신교와 일신교를 다룸으로서 쉽게 접근성을 보완한 점이 인상적이다. 






알다시피  로마에 관한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많이 나오고 작가적 상상에 덧붙여져 그리는 당시의 호화스러운 생활상이나  경제, 인물들간의 권력다툼, 종교적인 문제를 다룬 것들을 보면 여전히 현대에도 그 영향이 막강함을 느낄 수가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이탈리아의 작은 곳에서 태어난 로마가 어떻게 왕정과 공화정, 그리고 제국을 건설하면서 근 천 200여 년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원인과 그 근원은 무엇이었을까?를 다룬 각 부분들은 쉽게 구어체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누구나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역사의 한 부분들을 친근하게 접근할 수가 있으며, 로마란 나라가 그리스와는 왜 다른 체제를 이루면서 쇠망을 겪었는지에 대한 흐름들이 짧은 이야기 속에 각인이 되어 줄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독특한 구귀족 파트리키이(파트로누스)와 그들이 보살펴주는 클리엔스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군사제도에 이용한 마리우스의 정책, 귀족 출신으로서 마리우스와 대립관계에 있었던 술라의 과감한 개혁정책 뒤 독재관을 스스로 물러난 과감한 결단력, 뛰어난 정치적 수완을 가지고 좀 더 오래 살았다면 로마사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았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카이사르의 암살을 통해 로마에서 이루어지는 상하관계의 발전과 나라를 지탱하는 힘인  각 신분계층에 속한 사람들의 자긍심과 가진 자의 여유로움을 사회공헌에 이바지하는 귀족들의 실천들이 로마란 거대 제국을 이룬 동력이 되었단 사실들이 알기 쉬운 말로 이해를 도와준다. 

 



중세의 기사도 정신인 명예를 중시했던 그 근원이 로마에서부터 이어져온 호노르(명예)를 중시했던 가풍의 유지와 그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힘을 쓴 귀족들의 생각, 속주를 거느리면서 다양한 판결을 통해 그 지역에 맞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각지의 고유적인 색채와 종교의 허락을 통해 중심부로서 로마가 가진 힘의 보완성을 효율적으로 다룬 점이 다시 한 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대중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던 지도자들이 행한 빵과 서커스에 대한 베픔, 오현제에 이르러 '팍스 로마나'의 시대, 이후 힘들로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위태위태하게 나라를 유지했던 로마가 갖고 있었던 노쇠한 제국의 약점들을 통해 쇠망해 가는 과정들이 간략하면서도 큰 요점들은 놓치지 않고 다루었기에 본격적인 로마사에 대한 궁금증을 알고 싶어 지게 만드는 책이다.



역사는 돌고 돌아가며 그 돌아가는 역사의 한 발자취를 통해 우리들은 반면교사의 대상으로 삼는다. 

로마란 태동부터 멸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수용하되 분할하여 통치하란 말에 입각한 현실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정복한 나라를 다룬 부분들을 보면 지금에 와서 다시 읽어도 배워야 할 점이 많고 아직도 연구할 부분들이 많은 나라가 아닌가 싶다. 


본격적인 인문서로 들어갈 때도, 아니면 소설 형식을 통해 로마란 나라를 알기 위해서도 이 책은 로마란 나라를 알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란 생각이 들 만큼 알찬 책이란 생각이 든다. 


로마 마스터 시리즈와 풀잎관 시리즈를 출간한 출판사인 만큼 이 책을 먼저 보고 이 시리즈를 접한다면 훨씬 읽어나가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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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 - 하 - 왕을 기록하는 여인
박준수 지음, 홍성덕 사진 / 청년정신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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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 상에 이은 하권의 이야기다. 

 

괴서 사건은 곧바로 한명회 및 당시 수양대군 찬탈에 관여를 했던, 이제는 공신의 자리에 오른 신숙주를 비롯한 여러 대신들의 이름이 과연 사초에는 어떻게 기록이 되어 있는지에 대한 시선으로 확장이 되고 은후와 세주, 그리고 또 다른 사관이 포쇄를 하기 위해 궐을 떠났던 사실까지 의심을 사게 된다.

 

세주는 세주대로 정혼녀의 행방을 쫓던 중 종이를 만드는 곳까지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어떤 여인을 보게 되면서 세주는 은후와 자신이 찾는 정혼녀의 상관관계, 그리고 보위에 오른 왕이 실록 편찬에 관심을 보이면서 사초를 올리되 이를 기록한 사관들이 실제 이름을 같이 올리라는 명에 따라 사관들 사이에선 혼잡함이 몰려오게 된다.

 

두 번째 괴서 사건이 다시 벌어지면서 한명회는 수양대군의 가노였던 막동의 연루와 이와는 반대로 단종의 부당한 양위의 문제와 잘못된 역사를 제대로 고치려는 또 다른 무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하려 역사의 은폐를 막아보려는데...

 

과연 누가 이런 일들을 벌이게 됐는지, 역사란 무엇인지, 선위의 이양을 하지 못했던 수양대군이 말년에 느꼈던 역사적인 사실들에 대해 먼 후일 후손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 지에 대한 걱정을 하는 장면들은 사관이 지닌 필력의 힘을 느끼게 된다.

 

사관으로 뽑히기까지에는  정 7품에서 정 9품까지 직위는 매우 낮았고, 그럼에도  항상 임금 곁에서 기록을 담당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기에 임금 역시 아무리 강대한 권력의 최상위 자라 하나 사관의 필치를 의식하지 않을 수없었던 견제의 대상이었음을 훨씬 가깝게 느낄 수가 있다.

 

그렇기에 아무리 왕이 보고자 하나 볼 수 없었던 실록에 대한 글들은 사관만이 책임을 지고 쓸 수 있었으며 이렇게 쓰인 실록에 대한 보관이나 포쇄 하는 과정, 한명회가 왜 그토록 괴서에 쓰인 글에 대해 집착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역사를 바라보는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상황들이 종이에 쓰인 글자로 인해 웃고 울 수밖에 없었던 배경들이 잘 그려진 책이다.

 

여기에 덧붙인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애틋한 애정, 사랑, 그리고 끝내 자신의 연인을 찾아가는 세주의 행동까지 곁들임으로써 당시 상황에 맞춰서 그린 역사적인 상황의 가상 설정들이 그럴 듯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역사란 과연 무엇인가? 에 대한 물음, 역사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사실들의 근간이 기록의 책임성을 진 사관들의 마음가짐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관으로 뽑히기도 어렵지만 초지의 심정대로 일관되게 자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사초를 기록해 나간다는 책임감을 끝까지 이어나가는 것도 쉽지만은 않을 터, 이 책에서 보여주는 사관들의 세계를 통해 역사의 진실된 기록의 중요성, 더 나아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올바른 행동을 해나가는 데에 있어 교훈을 삼아야 할 지에 대한 몫은 남겨진 현재의 우리들의 몫이 아닌가 싶다.

 

한 대목에 근거해 여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되 실존하는 역사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어차피 역사란, 마지막에 살아남은 자들이 쓰지. 하지만 그것을 평가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후인들이라네. 후인들은 그리 어리석지 않을 것이네. 그들이 아무리 역사를 왜곡할지라도, 후인들은 반드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어 엄중한 평가를 내릴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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