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악마다
안창근 지음 / 창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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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근본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유전인자 속에는 악과 선이 정말로 들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전혀 무색무취의 그 어떤 가공된 흔적이 없는 상태의 태아가 태어난 순간 다른 인간들이 습득해 온 그 어떤 행동과 행위에 따라서 악과 선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성선설과 성악설이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인류 태초서부터 이 근원적인 문제는 인류의 어떤 획기적인 발견이나 또 다른 방법에 의해서 밝혀질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때때로 영화나 소설 속에서 그려지거나 실제로 이를 토대로 연구한 사례들을 보면 인간의 끝없는,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제1회 황금펜 영상 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가 안창근의 두 번째 장편소설을 읽었다.

제목은 '사람이 악마다'-

왜 사람이 악마일까? 천사일 수도 있는데....

독특한 설정이 우선 눈길을 끈다.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이미 감옥에 있는 또 다른 연쇄살인범의 도움을 받는다는 설정이 자뭇 영화의 소재로도 딱 제격이란 생각이 든다. (갑자기 안소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도 연상이 되고....)

 

홍대 앞에서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플래시몹이 펼쳐지는 가운데 한 여성이 수차례 칼에 찔려 살해된다.

이미 범인은 자신이 '유령'이란 이름으로 경찰에 명명을 했고 잠복 중이었던 경찰을 유유히 비난하듯 현장에서 사라진다.

 

벌써 이번이 세 번째 실행인 만큼 처음엔 경찰도 가볍게 생각했던 살인이 계속 이어지자 각지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결국엔 한때 최고의 프로파일러였지만 자신의 여자 친구를 비롯해 세 명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 중인 강민수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한 때 결혼을 생각했을 만큼 연인 관계였던 노희진이 민수를 만나게 되고 오로지 황기자와만 소통이 가능한 유령의 정체와 왜 그가 그런 일들을 저지를까에 대한 프로파일로러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민수의 존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개 다양한 사건들 중에는  한때는 급 관심의 문제로 어떤 계기가 만들어지고 법이 체계화되면서 슬며시 고개를 내리는 현상, 여기엔 이 책에서 보이는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의 입장과 가슴속에 평생 응어리를 지고 살아가야 하는 정신적인 고통에 찬 사람들을 대변하기 위한 법의 허점과 법이란 과연 약자와 강자 모두에게 고루 균등한 형량이 내려지는 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태어날 때부터 버림받은 몸으로 태어난 자, 일명 '유령'이란 오페라에서 따온 그 이름이 지닌 아픔과 그 이야기 속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령과 민수 간의 심리전, 밀고 당기는 퍼즐 풀이를 넘어선 고난도의 암호 풀이와 오컬트를 이용한 장치, 수학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있지 않다면 풀 수도 없었을 문제들의 암시가 연일 등장하기 때문에 스릴의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외국 문학에서 읽은 기시감마저 들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자신의 첫사랑을 죽인 점만 인정하고 나머지 두 명의 여인 살해를 완강히 부인했던 민수의 주장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법의 문제점,  유령만이 오직 민수의 진실을 알았고 믿어줬단 것은 한 꺼풀의 눈을 덮고 보고자 했던 법의 피해갈 수 없는 허점과 살인은 결코 진실이 어떠하든 간에 용서받을 수 없단 전제하에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와 이미 죽은 여인들의 세세한 드러내 놓지 못했던 가정 내의 폭력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묻힐 수 있었는지, 나를 구해달라고 아무리 애를 써도 세상은 가정의 문제란 인식 때문에 눈을 돌려버린 사회에 대한 고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생각한 강한 스릴을 드러내 보고자 했던 욕구가 강했던 만큼 여러 가지 외국 문학 작품에서 이미 익혀왔던 비슷한 설정과 암호풀이식의 방식이나 유명했던 연쇄살인범들의 수법까지 모두 책 속에서 보여주려했던 것이 책을 읽어나가는 데에 있어선 복선이 아닌 조금 복잡하단 느낌이 들게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아직까지는 한국의 대표적인 스릴 작가? 하면 쉽게 떠올릴 만한 이름이 생각나지 않은 현실에서 작가의 앞으로의 차기 작품에 대한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 준 책이 아닌가 싶다.

 

팬텀 오브 오페라를 차용해서 자신의 존재 이미지를 그 안에서 스스로 녹아내려했었던 유령의 안타까움마저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민수의 사랑과 인간의 내면에 자신 조차도 몰랐던 피의 향연을 즐길 정도의 악마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단 설정 자체가 섬뜩하게 다가오게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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