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1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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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읽었던 돈키호테라 함은 풍차와 싸웠던 이상한 기사로 기억이 된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부 작가들이 쓴 세르반테스나 돈키호테가 다녔던 지역, 그가 살았던 지명을 찾아 나선 글들, 특히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닌 작가들의 글에서 많이 나오기에 친숙함은 마치 이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넘친다.




이번에 본격적인 돈키호테의 방랑기가로 해야 할까, 어쨌든 그와 함께 여행을 함께 다닌듯한 이러한 느낌을 가져보며 읽은 적이 얼마만이지...


라만다 지역 어느 마을의 이달고 출신의 키하다 또는 케사다라 불리는 하급 귀족 출신의 어느 영감님(?) 이 기사소설에 파묻혀 지내다 못해 그 자신이 직접 편력기사가 되어 모험을 떠나는 첫 시작부터가 흥미진진하다.


삐쩍 마른 말에겐 로시난테란 이름을 붙여 주고 마을의 농부인 산초를 꼬드겨 종자로 삼고 그에게 자신이 왕국을 차지하면 섬 하나를 주겠다는 약속하게 떠나는 여정은 처음엔 혼자 나섰다가 객줏집에서 엉터리 기사 작위를 받고 집으로 오면서 다시 떠난 두 번째 여행에서  산초와  동행하게 되니 그 둘의 콤비는 그야말로 지금 시대로 비쳐보면 개그맨 콤비는 이름도 내밀수 없을 정도로 배꼽 빠지는 연출을 이룬다.







웃음의 코드란 것이 직접 자신의 몸을 불살라 대중에게 각인시켜 웃기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뜻하지 않게 툭 튀어나와 버리는 말과 행동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한바탕 웃음을 주는 경우가 있다.



비록 돈키호테가 망상에 절어 풍차를 기사로 오인하고 싸우거나 객줏집에서 벌어지는 난동들을 통해 얻어맞고 때리고 다치는 것은 비교적 양호한 편, 대야를 투구로 생각하거나 마을의 여인을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으로 둔갑해  사랑하는 모습들은   이런 장면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주지만 읽다 보면 과연 돈키호테는 미치광이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정작 그가 미치광이에 빠지는 장면들은 거의가 기사 소설을 읽던 그 부분과 겹쳐지면서 벌어지기 때문에 그가 편력 기사란 것을 통해 진정한 구속이 아닌 자유인으로서의 행복감, 시대의 흐름 속에 살아가는 모습들을 통해 각기 다른 사람들의 만남과 그들이 겪은 이야기들과 함께  작가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기독교란 종교와 함께 하는 당시 시대의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갖는 이교도에 대한 차별, 여성으로서 가정과 바깥세상에 참여가 원활하지 못한 점, 사랑하지만 서로 다른 배경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모습들, 특히 죄인들의 사슬을 풀어주는 행동은 겉으로 볼 때는 기막힌 미치광이의 또 다른 시작이구나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그들에게도 조금의 자유를 주고 싶었던 돈키호테의 생각이자 세르반테스 본인의 생각이 들어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러한 점들은 포로가 들려주는 지나온 세월의 역경 속에서  세르반테스가 직접 겪었던 노예생활을 그린 부분에서 더욱 자유란 가치에 대해서 느껴 볼 수 있었던 만큼 자의에 의한 편력기사의 모험을 했지만 결국 작가 자신이 그려보고자 했던 당시 스페인이란 나라가 처한 상황들, 주변국들과의 환경, 그리고 뭣보다 가장 중요한 인간의 행복함은 무엇인지를 들려준 책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1부에 해당되는 이 책의 내용이 집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산초가 부인에게 말한 부분들은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 편력기사의 종자가 되는 것보다 세상에 더 즐거운 일은 없다....



언제라도 다시 떠날 수 있는 자유의 영혼 돈키호테, 10 년의 간격을 두고 출간된 2부에서는  그 이후의 그들의 여정에 어떤 모험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정말 혼자 읽기 아까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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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루몽 2 - 혼탁의 장場
남영로 지음, 김풍기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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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가 창곡과 여인들과 인연을 맺고 오랑캐의 침입으로 인한 혼란에 빠진 장면이 마지막 부분에 해당이 되었다면 2부에서는 본격적인 제목 그대로 '혼탁의 장'이란 말이 어울리는 전장에서의 모습들이 많이 등장한다.




꿈자리가 사나운 벽성선은 불공을 드리고 절에 있는 석대로 올라, 슬픈 마음을 다스리는데 멀리서 10여 명의 도적 무리들이 오는 것을 보고 하녀 소청과 도망친다.




다행히 도적들의 추적에 위험한 상황이 닥칠 즈음 우연히 지나던 마달의 도움을 받게 되고 서로가 양창곡과 얽힌 관계란 것을 안 후, 마달의 도움으로 산속 도관으로 의탁하게 된다.



한편 춘월은 계략이 제대로 안된 벽성선의 제거를  거짓보고로 올리고 이를 믿은 위 부인은 많은 상금을 내린다.


창곡이 탈해와의 싸움에서 홍혼탈과 함께 전장을 누비는 장면들은 각기 저마다의 도술과 무인으로서의 용감이 더해 한층 긴장감을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간신배의 노균의 말에 휘둘리는 천자, 예악에 빠져 정사는 뒷전이고 벽성선이 남장으로 떠나던 길에 천자를 만나 음악으로 간언을 드리니 천자가  자신의 잘못을 느끼는 장면은 칼보다  더 강한 선한 음률이 마음을 움직인 장면이 아닌가 싶다.


유배 중이던 창곡의 애끊은 나라와 천자에 대한 충성심은 마달, 동초, 일지련, 홍혼탈의 콤비들이 착착 들어맞는 화합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되니 그야말로 한 편의 롱테이크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한쪽에선 전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나라의 앞 날을 걱정하는 창곡의 무리들이 있는가 하면 규방 내에선 여전히 위 부인과 황소저의 간교함이 세를 떨치니..


선과 악의 대결이라고 생각해도 될 만큼 위 부인과 황 소저의 잘못이 낱낱이 밝혀진 가운데 그녀들이 쫓겨나고 그런 이들의 꿈속에서 나타난 등장인물들은 그녀들에게 잘못을 뉘우치게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벌어진 사달의 책임 때문에 드러누운 황소저를 살린 두 여인들, 강남홍과 벽성선의 넓은 마음은 천상 선녀다.


2부 전체가 오랑캐와  싸우는 장면들이 주를 이루지만 전혀 지루함이 없다.

때론 무술의 힘을, 때론 전술에 들어맞는 적과 상대를 함에 있어 도술이나 요술, 그런 가운데 관세음보살이나 백운 도사의 도움이 들어있어 그야말로 판타지의 세계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스스로 느껴가며 알아가는 장면들이 많은 점, 비록 적장이지만 용서를 통해 다시 한번 만회의 기회를 주는 점은 목숨의 소중함과 보다 넓은 포용력을 통한 정치를 보임으로써 태평성대의 시대를 여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홍혼탈의 완벽, 그 자체의 모든 부분에 능숙한 점들은 창곡이 만약 홍혼탈이 없었다면 전장을 어떻게 이끌어 나갔을까 하는 생각들을 해보게 되는데 홍혼탈이 전장이란 직접적인 현장에서 모든 것을 걸고 싸웠다면 벽성선은 그 나름대로 황태후와 황마마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행동들이 다른 점으로 '용감한 행동'이란 것에 대해 느끼게 해 준다.



강남홍, 벽성선, 황소저...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창곡이란 인물을 사모함으로써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만큼 깊은 것이었으니 비록 황 소저도 잘못을 저질렀지만 '사랑'이란 이름 아래 벌어진 것들이라  여러 가지 느낌들을 맛볼 수 있는 2부가 아닌가 싶다.



간신 노균의 죽음 이후 예전의 시대로 돌아간 만큼 그들의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지, 마지막 3부를 향한 여정을 아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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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 선집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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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에 대한 저자로서 워낙 많이 알려진 존 스튜어트 밀-

그가 집대성한 글들 중 그를 대표하는 것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을 접했다.


공리주의, 종교론, 자유론, 대의 정부론, 사회 주의론, 여성의 종속이란 부분으로 나뉜 글들에 대한 내용들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생각할 부분들을 던져준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교육과 아버지와 교류를 했던 벤담과의 만남은 공리주의에 대해 영향을 받으면서도 벤담과는 다른 공리주의를 주장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란 유명한 말속에 담긴 폭넓은 의미들은 윤리의 원리가 절대적이지만은 않은 오히려 불안정하고 지적 호기심을 잃는다는 것에 대한 경고를 말해주는 부분들은 진정한 쾌락의 길을 통한 행복한 삶은 무엇인지를 말한다.


여기서의 쾌락이란 감정적이면서 정신적인 부분을 뜻하기에 질과 양적인 면, 가치를 다루는 부분을 통해 다수의 행복론이나 개인의 행복에 대한 생각할 부분들을 느끼게 해 준다.


 


* 공리주의의 원리 중 첫 번째는 모든 개인의 행복이나 이익이 전체의 이익과 가능하면 최대한 조화를 이루도록 법과 사회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는 교육과 여론이 사람의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모든 개인이 자신의 행복과 전체의 이익, 특히 보편적 행복에 영향을 주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행동 양식 사이에 긴밀한 끈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종교론에서는 불가지론을 믿었던 저자의 생각을 대변해주듯 신의 존재라든가 종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만 종교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신에 대한 전지전능한 부분들에 대한 모순들을 지적하지만 의무 종교를 주장하는 부분에서는 공리주의의 포용력 있는 범위 내에서의 위대한 진리와 엄정한 도덕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글이라 달리 생각한 점이 이채롭다.



자유론은 그의 대표작이자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기도 하지만 각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의 허용과 그에 대한 책임감, 특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개인의 자유는 최대로 보장받아야 하고 이는 곧 국가가 정해 놓은 테두리 안에서 생활할 때 가능한 일임을 말한다.

여기엔 개인 고유의 문제일 경우 자발성에 맡겨야 한다는, 주위 사람들은 조언을 통해 그쳐야 한다는 점을 말한 대목은 개인이 자신에게 최대한 책임을 지되, 그 책임의 전가 여부는 오로지 자신의 몫이란 점, 자유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 준다.

자유론에 대한 저자의  다양성에 대한 예제를 통해 개인, 사회, 국가적인 허용의 범위와 제한의 범위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부분이 아닌가 싶다.


* 자유의 원칙은 우리가 자유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자유를 바라는 것과 같은 의미의 자유는 함부로 누리지 못하도록 제한을 가해야 한다.
이 원칙 안에서 각 개인은 행위자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일에 대해서는 무제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밀은 대의 정부론에서 여러 정부의 형태중 가장 나은 민주주의에서도 여전히 빈부의 격차와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현실에서 다수가 아닌 소수의 발언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회를 주장했다.


최선의 민주 정부란 무엇인지, 여기서도 밀의 도덕률을 강조한 사회 구성원들의 능력과 도덕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정치체제를 제시했는데, 인간이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부를 좋은 정부라 규정했다.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비쳐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이 역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사회 주의론 역시 그가 생각한 노동에 대한 많은 부분들을 느낄 수가 있다.

자유주의자인 밀이 왜 사회주의를 생각했을까? 밀은 노동에 대한 소외 부분을 사유재산권과 연결해 사유재산권이 절대적 권리가 아님을 말한다.


물질만능으로 발전하고 사유재산으로 인한 서로 간의 경쟁은 그가 생각했던 이상 세계와는 동떨어진 부분들이 많았기에 그는 물질 만능이 주는 현시대의 대안으로 주장한 논리가 여러 경험적 연구를 통해 설득력을 지니게 한다.


여기에서  그가 주장했던 자유를 포기하지 않는, 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자유사회주의를 추구를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즉 개인의 자유가 가장 큰 가치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윤리성 면에서 보면 그나마도 사회주의가 지향한 부분들에서 보인 면들이 자본주의가 지닌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음을 느꼈던 것이기에 이러한 공존을 모색했다.


여성의 종속에서는 결혼이란 제도 아래서 여성이 지닌 활동과 삶의 연장선에의 한계를 드러낸 불합리한 부분들을 지적한  밀은 그가  살았던 시대에 비춰보면 상당히 진보적이었단 생각이 든다


여성의 능력이 남성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능력 부족이 아닌 그들이 받은 교육이 남성들이 받았던 교육과 다르고 환경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뿐이란 사실을 보인다.


그가 살았던 1800년대 시절에  쓴 글들이라고 하기엔 당시 시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혁신적인 진보 부분들이 많았음을 느끼며 읽었다.


모든 부분에서 인간 존재와 연결시켜 보다 나은 생활은 무엇인지, 진정으로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 맞는 제도는 무엇인지에 대한 그가 고찰하고 쓴 주장들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부분들이 많음을 느낀다.


물론 모든 주장의 글들이 옳다는 것이 아닌 불편하고 때론 지금과는 맞지 않는 부분들이 더러 있지만 시대를 감안하고 생각한다면 앞서 나간 진보 인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그는 교육을 통해 보다 나은 인간 형성과 사회 분위기 조성, 특히 여성의 종속에 대한 부분들에서 교육을 통한 남녀 간의 공동 화합을 다룬 부분들, 지금도 학대받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사건들을 접할 때면 마치 본 것처럼 다룬  이 부분에선 개선의 여지가 쉽게 변하지 않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한 권으로만 집중해서 그가 주장한 글들을 읽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 만나 본 글들은 그가 평생을 천착해 온 총집합체의 선집이라 더욱 뜻깊게 다가왔다.


우리들에게 인간으로서 살아감에 있어 최대의 행복과 이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한 여러 가지 경험적 연구 사례를 통해 전해 준 이번 글을 통해 그를 더욱 잘 알게 해 준 책, 나에겐 많은 의미를 부여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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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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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 인간실격이란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다자이 오사무가 쓴 글 들 중 대표적인 여러 글들을 담은 책을 접했다.


우선 책의 특징을 꼽으라면 짧은 에세이 형식,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과 함께 그동안 잘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한 작가가 그려온 작품의 세계, 그 안에 담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나 생각들은 글을 통해서  알 수가 있는 가운데 당 시대의 흐름과도 맞물린 정서나 고통들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가 있다.


첫 번째의 6월 19일 같은 작품은  단 1장의 글에 담긴 짧은  내용 속에 함축된 수필의 느낌이자 자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두 번째 작품인 '여치'는  여성의 시각에서 쓴 작품이라 인상이 깊게 다가온 작품이다.


헤어지겠습니다. 당신은 거짓말만 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작품의 내용은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남편의 시대의 흐름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면만을 믿고 결혼한 여성이 남편이 명성을 얻게 되면서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남편이 세상과의 타협 내지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가 변해버린 모습에 실망한 여인의 말을 통해 그려낸 작품이다.


남성 작가의 시선으로 여성의 심리를 그린 점, 작가 스스로 돈을 벌게 됨으로써 장사꾼으로 변해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경계의 의미에서 썼다고 하는데 그 의미에 잘 들어맞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아, 가을이란 작품에는 시적인 함축된 단어가 들어있는 것이라 저자의 소설로만 대해왔던 독자들이라면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다.


 - 가을은 여름이 불타고 남은 것

   여름은 샹들리에, 가을은 등통

   코스모스, 무참함.


이외에도 '비용의 아내'란 작품 속에서 보인 부부간의 생활모습들이 기존의 평범함을 넘어선 시대가 주는 각박함, 전쟁이라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가장이자 남편으로서의 무능함, 그런 반면 아이와 함께 가정을 지키려 삶의 생활전선에 뛰어든 아내의 진취적인 모습들이 상반되게 그려진 작품이다.


가정으로 돌아오길 포기한 채 오히려 남편을 만나기 위해 그가 들르던 바의 종업원으로 일하는 아이러니함! 그러면서도 남편과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남남인 듯하면서도 부부 사이란 것을 느끼게 하는 저자의 단어 선택이 탁월함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다.


하지만 뭐니 해도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이라 하면 역시 '인간실격'이 아닐까?

세상과의 화합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위축된 마음, 주위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을 감추고자 익살꾼으로 자처하며 처세를 하는 성장의 모습들은 저자의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것이라 인생의 허무함과 나약함의 끝을 보는 듯한 작품이다.






작가의 실제 인생을 들여다보면 그의 인생에서 세 명의 여인이 등장하는데, 조강지처, 작품 '사양'의 모티브를 건넨 오타 시즈코, 그리고 마지막 자살로 함께 한 연인 야마자키 도미게가 있다.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이들의 삶과 함께 한 시간 속에 뛰어난 작품들이 있다는 것도 창작의 어떤 동기를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첫 자살의 실패 이후 동반자살의 첫 실패의 짐이 너무 무거웠던 탓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 아무래도 '폐인'이란 단어는 희극 명사인 것 같습니다. 잠들려고 먹은 것이 설사약이고, 게다가 그 설사약 이름은 헤노모틴이라니.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지나간다.

지금까지 제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저는 올해로 스물일곱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 살 이상으로 봅니다.






저자의 인생을 관통했던 인생에 대한 허무함, 허탈감,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감, 39년의 짧은 생애를 통해 그려온 그의 작품들 뿐만이 아니라 시적인 느낌이나 자전적인 에세이 형식의 글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저자의 작품이 궁금한 독자들에겐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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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루몽 1 - 낙화의 연緣
남영로 지음, 김풍기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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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집에는  한국 고전문학전집 5권이 있다.


지금처럼 쉬운 현대적인 글밥이 아닌 전형적인 시구와 해석, 한자가 들어가고 세로로 된 책의 판형으로써 당시 무척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렵다고만 느꼈던 한국의 고전 여인들의 본색, 월궁항아란 말이 수시로 나오고 그런 가운데 지고지순하며 연약한 이미지의 여성들, 모함과 질투, 그 모든 것을 딛고 행복을 찾는다는 해피엔딩의 설정은 모두가 똑같고도 다른 이야기들의 설정들이 한국 고전 문학의 맛은 바로 이런 맛이지~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그 작품들이 옥루몽을 읽으면서 다시 떠올랐다.




천상천하의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관세음보살 님의 힘으로 인간세상으로 나가게 된 문창성군-


한편 인간세상에는  인간들이 많이 모여사는 세상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살아가는 금슬 좋은  양현과 그의 부인 허 씨가 있었으니 어느 날 꿈을 꾼 뒤 지극정성을 다하여 옥동자를 낳는다.


귀한 아들 이름은 양창곡이라 지었으니 총명함이 날로 발전해 갔다.

그런 아들이 어느 날 입신양명을 위해 과거를 보러 떠나게 되고 우연히 소주 자사가 열고 있는 연회에서 절세가인이자 재능을 갖춘 기녀 강남홍을 만나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리니 곧 운우지정을 맺지만 창곡은 과거를 보러 황성으로, 그 사이 강남홍은 소주 자사의 훼방으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물에 뛰어든다.


하지만 이미 그녀와 친분 관계를 맺고 있던 윤 소저의 발 빠른 대처로 손삼랑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이내 산속 깊은 곳 백운 도사에게 의탁하게 되는데...








말 그대로 고전의 걸 크러쉬 행보를 보는 듯한 전개로 인해 좀체 눈길을 돌릴 수 없는 책이었다.

강남홍이 백운 도사로부터 배운 모든 기예들은 창곡이 나탁이란 오랑캐를 무찌를 때 많은 도움을 준 것을 말할 것도 없고 이외에도 황소저의 벽성선에 대한 질투는 궁중의 암투 이상으로 한 가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내방 규수들의 음모를 보는듯한 전형적인 흐름으로 이어지기에 흥미진진함을 이끈다.


로맨스 판타지란 문학에서 볼 수 있던 현대적인 작품이 아닌 고전의 작품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때론 설화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듯한 관세음보살의 현신과 도움, 강남홍과 적국의 왕이 벌이는 결투의 도술과 요술, 천지를 바라보고 책략을 세우는 과정은 주인공인 양창곡의 활약 외에 진정한 영웅은 강남홍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저자 남영로는 과거제도에 대한 환멸을 느껴 벼슬길을 단념하고 이 작품을 썼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당시 자신이 갖고 있었던 생각을 풀어낸 듯한 창곡의 과거 급제를  두고 대신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갈라진 의견을 내보인 장면을 통해 드러낸 듯한 부분도 읽을 수가 있다.


홍혼탈이란 이름으로 전장에 나선 강남홍의 양창곡을 사랑하는 마음과, 적국이지만 용서를 하며 다시 한번 기회를 얻는 나탁과 축융 왕의 이야기들은 1편에서의 이야기의 중심이자 가녀린 여인의 영웅담을 보는 듯한 이야기였다.


그런가 하면 여전히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한 질투심에 사로잡힌 황소저의 마음을 대신해  하녀 춘월의 계략이 제대로 들어맞을지도 궁금해지고, 이런 공격을 받는 벽성선의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해지는 1부의 마지막이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었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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