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다이어리

금주 다이어리 - 어느 애주가의 맨정신 체험기
클레어 풀리 지음, 허진 옮김 / 복복서가 / 2021년 12월

새해가 되면 결심하게 되는 계획들 중 술을 자제한다거나 이 기회에 아예 끊어버린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실제로 그렇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사람들도 있지만 저자처럼 스스로 자신의 모든 치부를 드러내면서 만인에게 공개를 통해  술로부터 자신과의 인연을  끊기란  쉽지만은 않은 과정을 보인 책, 책 제목처럼 금주 다이어리 형식을 취한 에세이를 만나본다.

 30세에 고가 승진을 거듭한 저자는 아이 셋을 둔 워킹맘이었다.

대학시절부터 담배를 달고 살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활달한 생활은 사회인이 되고부터 술과 더욱 가까워진다.

어느 날 자라는 아이들의 성장을 지나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 회사일과 아이들 건사란 양쪽 모두에 고루 신경을 써야만 했던 저자는 아이들과 자신, 가정을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진다.

이후부터 육아전쟁에 돌입, 어느 순간 자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소리치는 엄마, 한 손엔 유혹적인 모양의 와인 잔이 떠날 날이 없는 일상을 보내는 자신을 발견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자신의 알코올 중독 테스트 과정과 스스로 단절을 향한 결심을 하기로 하고 하루하루 자신의 일상 공개를 블로그를 통해 적어나간다.

일단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다.

저자의 글은 알코올 중독자란 이미지에 걸맞지 않은 솔직함과 통통 튀는 유머 감각을 지닌  글, 여기에 자신의 한계를 알고 철저히 술에 대한 연구와 끝까지 자신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얻는 행복의 순간을 만끽하기까지의 여러 가지 다양한 행동과 연구를 가감  없이 그린다.

술을 마셔야만 하는 당위성에 대한 자신 스스로에 대한 위로, 그 위로를 넘어서 한잔이 두 잔 되고 기분 좋게 퍼지는 감각은 자신의 분노를 완화시켜준다는 것, 이러한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술을 끊음으로써 체중조절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머릿결이 윤택해지는 과정, 기존에 술에 절어 일어난 상황 속에서 오는 불쾌한 감정과 냄새들이 이제는 확연히 후각의 발달로 인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옴을 느끼는 과정은 그녀가 사랑하는 브리짓 존스에 대한 선망을 넘게 된다.(아마 브리짓 존스가 되려 저자를 선망의 대상으로 바뀔지도....)

-  음주가 사회생활의 윤활유에서 자가투약으로 얼마나 쉽게 발전할 수 있는지 이제야 알겠다. 처음에는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술을 마신다. 그러다가 긴장을 풀기 위해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에는 위안을 위해, 두려움과 초조함 때문에 마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감정이든 술로 풀게 된다. - p.456

저자는 술을 끊게 되면 교류했던 사람들과도 멀어지게 된다는 두려움에 시달렸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맞는 절제 생활의 수단으로 독서와 블로그에 글을 씀으로써 효과를 본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흔히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요요현상을 막기 위해 다른 일에 신경 쓰는 것처럼 비슷한 면들의 과정을 엿볼 수가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 챙김과 명상, 곧이어 닥친 병과의 싸움은 그녀에게 하나의 시련을 주지만 결국 이마저도 이겨내는 과정과 임신 기간 외에는 맨 정신일 때가 없었던 그 시기를 벗어나 이제는 온전히 맨 정신인 상태로 맞는 파티를 여는 모습을 흐뭇함을 넘어서 진정한 용기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이들과의 교감 과정과  배려 깊은 남편의 위로는 중독의 길을 빠져나오면서 이룬 성공이자 한 가정의 엄마로서의 위치를 한층 성장시킨 모습으로 인해  더욱 그녀에겐 뜻깊은 인생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한 결과라 읽는 동안 독자로서도 행복감을 느꼈다.

경력단절과 그렇다고 완벽한 엄마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는 불안감에서 시작된 와인 마녀와의 동거에서 자가 중독을 벗어나기까지 술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물론 혼술에 대한 경고와 일침은 술도 독약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한 글들이라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

개인적으로 술과는 가깝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처럼 술과 너무도 친한 이유로 겪은 일들과는 멀지만 이 책에서 다룬 여러 가지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 있으며, 인생의 행복은 결국 자신 스스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뤄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느끼게 한 에세이다.

작심삼일로 그칠 수도 있는 술과의 전쟁, 이 책으로 한번 우선 시작해보심이 어떨까요?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명상 살인 2

명상 살인 2 - 내 안의 살인 파트너
카르스텐 두세 지음, 전은경 옮김 / 세계사 / 2022년 1월

전작 1편에서 뜻하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게 된 주인공 비요른 디멜-

보리스를 납치해 유치원 지하 건물에 가두고 다시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맹세한 그가 다시 살인에 휘말리게 되다니!

역시 인생이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처럼 여겨지는 이야기의 진행은 역시 묘하다~ 묘해를 연발하게 만든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명상 코치 요쉬카 브라이트너를 찾아가 명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다졌건만, 아내와 딸과 함께 알프스 산장으로 놀러 간 곳에서 종업원 닐스를 골려주려다 그를 죽게 만들어 버렸고, 이에 다시 요쉬카 브라이트너를 찾아간 비요른은 그로부터 어릴 적 자신의 내면의 아픈 상처로 남아있던 '내면의 아이'를 알게 된다.

1편에서 명상을 통한 살인이 벌어졌다면 이번엔 '내면의 아이'의 상처를 치유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또 다른 인생의 앞날을 살아가고자 파트너 주간을 통해 서로가 함께 도모한 결과물은 살인이란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에게 결코 원치 않았던 긴박한 주간을 선사한다.

한 가지 일에만 시달리는 것도 힘든 일들이 연속적으로 관계가 이어지면서 진행되는 흐름은 역시 저자의 글발로 인한  시니컬한 유머가 적재적소에 들어감으로써 다른 유머의 감각을 일깨우고 특히 유치원 엄마들과의 마지막 지구를 살리기 위해 취한 행동들은 가히 글로 상상만 해도 그들의 황당과 당혹스러운 표정이 연신 떠오르게 하면서 코믹 그 자체로 떠올릴 수밖에 없는 설정들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사건 하나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처럼 연결지은 비요른의 탁월한 능력을 통해 '내면의 아이'가 겪었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이제는 그 아이와의 소통을 통해 살인의 방향을 독자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엉뚱한 방향으로 그린 작품은 결말 부분에선 여전히 궁금증을 일으킨다.

여기엔  비요른만이 아닌 누구나 어린 시절의 내면의 상처를 갖고 있을 사람들에겐 이런 명상 방법을 통해 스스로 치유해가는 과정도 필요할 수도 있겠단 생각과 함께  독특한 설정을 다룬 이야기가 추리 스릴러의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전작에 이어 어딘가 어설프지만 그 나름대로 굴러가는 상황들이 어찌어찌하다 보니 살인을 저질렀어요!라고 외치는 비요른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이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다.

그나저나 지하에 사이좋게 계신 두 사람은 여전히 잘 살고 계신지, 비요른이 알려주지 않았으니 독자들 나름대로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는 열린 결말 또한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든 한수로 생각된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선택

선택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2월

개정판으로 만나보는 작품이다.

출간 당시 많이 회자되었던 작품이자 저자 자신의 선조대의 실제 인물을 통해 그린 내용이다.

조선 후기 한 집안으로 시집간 안동 장 씨 부인의 삶을 다룬 내용은  긴 인생을 통해 겪었던 아내, 며느리, 어머니란 위치에서 그녀가 생각한 바를 그린다.

어릴 적부터 학문에 재능이 있었지만  자신의 재능을 성취하기보다는 집안의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모습으로 그린 부분들이 이어진다.

읽고 난 후에 주인공 장 씨 부인이 여성의 미덕이자 당시 여자로서 갖춰야 할 지침서처럼 알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만약 현대에 장 씨 부인이라면 과연 그런 선택을 당연히 받아들였을까? 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뛰어난 재능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집안일에 순종하면서 살아갔다는 것, 제목 자체에서 주는 선택이란 말은 그녀에게 있어서 어느 것을 고를 수없었던 당시의 한계처럼 느껴졌다.

다만 그 시대를 생각하면서 한 여인의 삶을 통해 한 시대를 살아간 여성의 삶을 돌이켜볼 수 있다는데서 그 의미를 찾는다면 미처 헤아리지 못한 부분들을 알 수 있는 내용들을 참작해보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선택해 읽는 것도 독자의 선택이요, 그 작품에 대한 느낌의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는 것도 오로지 독자들의 선택이란 사실, 아울러 이 작품에 대한 독서 토론을 한다면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 같단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마호로 역 광시곡

마호로 역 광시곡 ㅣ 마호로 역 시리즈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2월

직업의 특성상 조용하면(?^^) 이상한 다다의 심부름 집-

어느덧 다다와 교텐이 함께 일한 지도 3년 차에 접어드는데, 여전히 여러 사람들의 심부름 의뢰는 상상을 허문다.

어느 날 아이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닌 교텐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하루라는 아이를 돌봐줄 것을 부탁받은 다다는 아이를 맡으면서 그동안 두 사람 자신들이 힘들게 잡고 있었던 과거를 돌아보면서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가운데 2편에서 남편의 유품을 정리해달라고 부탁했던 아사코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점차 키운 다다의 심경 변화는 아마도 과거의 일에서 조금씩 벗어나 새로운 사랑의 발견을 하는 모습을 다가와 읽는 내내 따뜻함과 정말 잘된 일이란 생각이 들만큼 응원을 하게 된다.

각 사연마다 지닌 이유도 다양하지만 마로호 시에 나타난 유기농 채소를 판매하는 '가정과 건강식품협회 (HHKA)’의 뒷조사를 부탁받는데, 뒷조사를 하면 할수록 정말 수상쩍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있고 그러면서 교텐의 과거까지 드러나는 일로 커지는 과정들이 과연 어떻게 해결이 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총 3부작 완결편의 마지막 작품이자 다른 두 권의 책의 분량에 비해서 제법 두꺼운 분량을 차지하지만 지루함을 모른 채 즐기면서 읽은 작품이다.

서로가 닮은 듯 닮지 않는 두 사람의 심부름 집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통해 그들 자신조차도 미처 몰랐던 과거를 마주하고 이를 벗어나 조금씩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특히 다다의 사랑 찾기와 교텐의 아이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이야기는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이자 자신의 마음을 이제는 누구보다도 더 이해해줄 수 있는 동료로서 함께 어울리는 모습들이 시종 유쾌하게 그려진 흐름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 너도 나도 우리 안의 어둠에 잠기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유쾌한 기분이 복받쳐 올라와 다다는 웃었다. 그토록 아무하고도 엮이지 않기를, 혼자 있기를 바랐는데. 심부름센터를 하다 보니, 이 도시에서 한결같이 살다 보니 어느새 또 혼자가 아니다. -p 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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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세상에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 속에 이런 다다 심부름 집이 동네에 하나라도 있다면 이웃들과의 교류도 좀 더 쉽게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도 기대할 수 있게 한 내용들, 등장한 모든 인물들이 마치 살아있는 실제 이웃처럼 느껴졌던 작품이라 여운이 오래 남는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테라피스트

테라피스트
B. A. 패리스 지음, 박설영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여성의 심리를 스릴이라는 장르에 입혀 독자들로 하여금 빠져나올 수없게 하는 작가, BA 패릭스의  최신작인 테라피스트다.

 앨리스가 레오와 만나면서 장거리 연애를 끝내고 런던에 정착한 주택은 고급 주택단지, 타인을 함부로 들여놓을 수 없는 구조의 같은 내부를 지닌 저택으로 이룬 곳이다.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언젠가는 확실한 미래의 부부로서의 기약을 생각하며 동거하게 된 그곳은 신 참으로 이사 온 탓에 가까운 이웃과도 정답게 지내고 싶건만 왠지 그 이웃들의 눈길들은 친절하면서도 왠지 무언가를 꺼리는 듯하다.

친목을 다질 겸 작은 파티를 열게 된 앨리스는 낯선 남자를 이웃으로 착각, 나중에서야 그가 불청객임을 알게 되는데, 이후 자신의 집안에 누군가 들어온 듯한 느낌들, 흔적은 없는데 느낌은 그렇지 않다는 불안감을 지니고 지내던 중, 살고 있는 집이 살인사건이 벌어진 곳임을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는다.

고통사고로 부모와 언니를 잃은 그녀가 언니의 이름과 같은 니나란 여자가 죽은 사건은 앨리스에겐 떨쳐버릴 수 없는 친근함, 더군다나  니나의 살인사건의 범인이자 자살한 남편이 실은 범인이 아니란 사실을 밝히기 위해 사설탐정까지 방문하자 이야기의 흐름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저자의 특징인 심리의 불안요소를 적재적소에 모두 밑밥을 뿌려놓음으로써 진범이 정말 따로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 이웃들조차도 잠잠했던 무사히 하루하루를 넘기며 살아가던 시간들을 다시 쟁점으로 돌려놓는 앨리스에 대한 불신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걷잡을 수없는 마지막 한방을 향해 질주한다.

현대인들의 불안함 심리를 들어주고 마음의 치료를 해주는 심리치료사,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살인 사건과 연관됨으로써 불안감과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안주함... 이런 것들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시종 불안함과 어디선가 자신을 지켜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막막함을 통해 드러낸다.

사랑이란  믿음과 과거를 밝히지 않은 배신감, 범인이라고 밝혀진 사건에 대한 뭔지 모를 끈끈함을 뒤로하고 그저 평온함만을 가장해 살아가는 사람, 차마 진실을 밝히지 못한 아픔들을 동반한 뒤 후반의 결정적인 일들이 벌어진 진행들은  역시 이 모든 것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뿜어내기 위한 발판이 됐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모두가 죽은 사람들과 연관된 만남을 갖고 있던 이웃들, 그들이 정작 앨리스가 원한 것들을 시원스럽게 말해주었더라면 그 과정 속에 진범은 다른 행동을 했을까에 대한 상상력도 해보게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범인과의 조우 또한 독자들로 하여금 스릴의 클라이맥스를 선사한 작품이라 저자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