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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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사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일제 강점기 시기를 통해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저자는 이민 1.5세대에 해당하는 미국 작가다.




그런 그녀가 자신이 실제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이야기를 썼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덕분에 기사나 다른 작품에서 접했던 재일 조선인들의 삶을 다른 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라 반가웠다.






부산 영도 출신의 선자는 언청이에다  한쪽 발이 뒤틀린 기형인 아버지 훈과 15살의 어린 나이로 집안의 한 사람이라도 식량을 줄이려는 가족들에 의해 훈과 결혼한 양진을 엄마로 둔  자식으로 태어난 유일한 혈육이다.





그런 그녀가 13살 되던 해 아버지 훈이 죽자 엄마와 함께 하숙을 치면서 살아가던 중 생선 중개인인 나이 차가 엄마와 동일한 고한수와 사랑을 하게 되고 이어 임신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이미 일본에 유부남에 아이가 셋 딸린 사람으로 선자는 그의 현지처 같은 삶을 거부한다.






다행히 태어날 아이에게 성을 무려 줄 평양 출신 목사 이삭의 청혼을 받아들여 그의 형 요셉이 있는 오사카로 함께 떠나면서 재일 조선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딛는다.






통상 디아스포라하면 유대인들을 떠올리게 되지만 여기 등장하는 재일 조선인에 대한 삶 또한 디아스포라다.






자신의 뜻에 따라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이 선자나 이삭 같은 경우가 아니었을까를 생각하게 되는데 오사카에서의 삶 또한 국내에서 살았던 것 못지 않은 어려움의 연속이다.






한수의 아들 노아가 태어나고 이삭이 신사 참배 거부에 따른 감옥행으로 인한 고문을 못이겨 죽으면서 생활은 점점 어려워져 가는 형편에 김치 장사를 하러 나설 수 밖에없었던 삶에 대한 진행은 여자로서의 인생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엄마로서의 본능처럼 선자를 움직이게 한다.






여기에 한수의 보이지 않는 도움은 끝내 그를 거부하고 홀로 아들을 키우려 했던 선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게 되고, 스스로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으로서 살아갈 꿈을 지닌 노아의 다른 꿈들은 현실과의 균형을 통해 성공해 나가려는 인물로 비친다.






국내에서 일제 강점기의 참혹한 수탈과 만행들을 겪지는 않았지만 일본에서 살아가는 조선인들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가차 없는 차별과 시선들, 제대로 된 직업조차 가질 수 없는 현실상황에서 삶 또한 그 못지않은 어려움이 이어진다.






특히 가장으로서 아내에게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요셉의 마음은 가부장적인 모습과 함께 가족들의 생존과 살기 위해 하루하루를 일본인의 고용주 밑에서 힘겹게 일을 해나가는 모습들이 시대의 흐름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인다.






미국이 일본에 대한 본격적인 폭탄 투하로 인해 선자의 가족들을 농촌으로 피난시킨 한수란 인물은 노아에 대한 친부로서 가질 권리 내지는 미래를 위해 아낌없는 도움을 주는 모습들을 통해  진정한 그의 본 의중은 무엇인지를 궁금하게 하는 캐릭터이자 야쿠자로서 당시의 상황에 따른  어느 편도 아닌 이익을 따지는 영리한 사업가로서의 자질이 두드러진다.




1부에서의 이야기가 일본에 정착해 어려운 삶을 이어가는 가운데 노아와 모자수가 일본 본토에서 태어난 것을 그렸다면 2부에서는 그들의 성장과정이 담긴 이야기가 그려질 터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며 인생을 헤쳐나갈지 기대가 된다.




(애플tvf로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던 만큼 차후 다음 이야기 또한 기다려진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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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김장환 지음 / 비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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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상실감, 일상생활에서 문득 떠올리다 보면 함께 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훅 가슴을 치고 들어올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이미 떠나간 사람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상상, 그 상상 안에는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과학의 발달로 영혼끼리 대화를 나누는 세계도 그려보게 되는 순간들이 이 작품을 대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났다.




2010년, 일억 원 고료 뉴웨이브 문학상을 수상작으로 이준익 감독, 신하균, 한지만 주연 작품인 [욘더]의 원작 소설을 개정판으로 만나본다.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김 홀이 미래의 어느 날, 아내로부터 홀로그램 메시지를  한통을 받는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반가운 아내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그 한통의 메일은 어느 가상공간에 있다는 아내의 안부였고 아내는 죽기 전 기억을 저장한 일로 남편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 것이다.




- 나는 한동안 이후의 홀로그램을 켜놓고 앉아 있었다. 


나 여기 있어, 어디 가지 않았어, 홀로그램은 이후처럼 웃었다.



아내가 있다는 가상공간인 '욘더'라는 곳은  각 사연들을 지닌 사람들이 죽음을 이미 경험하고 그 살아가는 곳이다.


그런 곳에 사랑하는 아내가 있으니 김 홀은 현실의 모든 것을 버리고 그곳으로 아내를 만나러 간다.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내가 거기 갈 거야. 어떻게 해서든. 당신이 나를 초청해줘도 되고, 그야 아마 당신이 하는 일이 아니겠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꼭 길을 찾아낼 거야. 당신에게 가서 내 눈으로 확인을 해야 해.” - P. 210~211





읽는 동안 김 홀과 아내의 사랑이 현실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그리움이 안타까웠고  인간 스스로도 되새겨볼 수 있는 천국에 대한 존재감과 그 안에서의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보는 불멸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희망들이 누구라도 갖는 보편적인 부분으로 받아들여지는 흐름으로 그려진다.


  

때론 상상의 꿈들이  현실 속의 바람처럼 이뤄지는 극히 드문 경우도 있지만 이 작품 속에서처럼 만약 실제 욘더라는 미지의 세계가 존재한다면  지금 이 현실 속에서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갈 용기가 있을까? 에 대한 물음은 인간과 사이보그의 관계를 통한 또 다른 생각으로까지 이어진다.



발달하는 기계문명의 가능성이 어디까지 인간의 삶을 영향을 미칠지, 그 안에서 때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사이보그의 출현 가능성은 점점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욘더란 세상은 죽음, 불행도 없는 세상이요, 자신들만의 행복을 찾기 위해 만들어낸 세상이다.



만일 이런 평화로운 세상이 지속되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면, 일말 감정의 소비마저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라면 인간들의 삶은 행복하기만 할까?



인간 스스로 창조하고 만들어내는 세상이란 공간 또한 온기와 감정들이 모두 들어있는 곳이기에 어쩌면 우리들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간직하고픈 마음을 욘더라는 세상을 만들고  상상하며 나름대로 위안을 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드라마를 보지 못해서 두 주인공의 만남이 영상으로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작품 속 내용으로는 김 홀이 아내와 만나는 가상공간의 설정이 생생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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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지음, 윤진 옮김 / 엘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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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작가와 그의 작품에 대해 최소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 작가와 그의 작품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미로를, 목적지와 출발지가 구별되지 않는 긴 순환로를 함께 걷는다. 그 길은 바로 고독이다- p 15



첫 문장부터 강렬한 느낌과 호기심을 불러 넣은 글로 2021년 콩쿠르 수상작이자 1976년 수상자 이후 역대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얻은 모하메드 음부라그 사르의 작품이다.



매년 콩쿠르 수상작이 발표되면 빠른 시일 내에 읽어 보고픈 마음이 드는데, 예년에 비해 빨리 출간됐다는 사실부터 반가웠고, 프랑스어권 내에서도 아프리카 출신으로 수상한 이력 또한 신선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2008년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지닌 주인공 디에간 라티르 파이는 흑인문학 개설에서 풀네임조차 알려지지 않은 T.C 엘리만이란 인물의 작가가 쓴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란 작품을 알게 된다.



세네갈 출신으로 프랑스로 건너가 단 한 편의 책만 출간한 채 사라져 버린 작가, 출간 당시 '흑인 랭보', '아프리카 흑인의 걸작'이란 찬사를 받았던 그는 찬반의 동시 다발적 평가를 받게 된다.



한 프랑스 교수가 밝힌 그의 책은 아프리카 바세르 족의 신화를 베껴서 썼을 뿐 독창성은 없다는 주장과 각기 다른 책들 속에 표현된 문장들을 그대로 짜깁기해서 전혀 다른 작품으로 만들었다는 주장, 즉 표절에 대한 근거를 밝힌 내용들은 프랑스 문학계에 커다란 스캔들로 커진다.



이에 출판사는 문을 닫고 엘리만은 이후 자취를 감추게 된 상황은 그의 작품을 읽은 디에간이 이후 작가로 파리에 데뷔하면서 그의 행방을 찾는 여정이 그려진다.



우연히 만난 60대의 세네갈 여성 작가 마렘 시가 D. 가 갖고 있던 세상에 한 권밖에 남지 않은   엘레만의 작품을 읽은 그가 세상에서 평가된 엘레만에 대한 실체와 진실은 무엇인지에 대해 추적하는 진행을 다룬 글은  삼부로 나뉘어 그린다.



 디에간이 시가를 통해 엘리만과 그의 책을 만나는 과정, 2부는  그녀로부터 듣는 엘레만과의 관계를 듣는 내용, 3부는 다카르에 온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은 프랑스 지배 하에 영향을 받은 세네갈을 배경으로 식민 지배를 받고 살아가는 흑인 지식인들의 삶을 통한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세레즈족의 쌍둥이 형제의 각자의 인생 행보를 통해 아프리카가 지닌 영향을 그대로 이어간 우세누와 프랑스로 건너가 백인화 되고자 한 아산의 이야기는 그들의 자녀인 시가와 엘레만에 이르는 영향을 보인다.



양차 대전을 통해 아프리카 병사로 차출된 흑인들의 생애는 아프리카의 역사를 관통하고 프랑스 문단에서 백인과 같은 문학을 지향하고 있지만 서구의 시선이 여전히 그들만의 잣대로 평가를 내린다는 사실들은 프랑스어 권에서 활동하는 흑인 문학권에 대한 현지의 모습처럼 비쳐 보인다.



이는 엘레만이 자신의 문학적인 면에서 작가로 봐줄 것을 희망한 것과는 달리 출신과 피부색, 개인사에만 치중해 보는  시선에 대한 비판은 물론 문학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구도로 이어진다.



 표절이란 경계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엘레만이 짜깁기해서 창작한 작품 자체가 그것 또한 기존을 허무는 하나의 도전으로서 창작 작품이라고  바라볼 수도 있다는 엘레만의 주장은 글을 쓴다는 것과 글을 씀으로 해서 더 이상의 새로움은 없을 경지의 단 하나의 작품을 갖고 싶다는 작가들의 고민들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프리카답다'는 문학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인 편견은 서구의 잣대로 틀에 맞춰져 만들어진 작품으로 출간된 것이 아닌 엘레만처럼 서구의 교육을 받은 아프리카인으로서의 문학이 그들에겐 하나의 충격이자 받아들일 수 없는 한계라는 점은  시가와 디에간, 무심브와의 행보를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서구 문단에  몸담고 서양의 시류에 적응하며 자신만의 문학을 추구하고자 한 디에간과 고국을 등지고 비난을 감수하며 자신만의 글을 쓰는 시가와 고국에서 아프리카만의 문학을 통한 고유의 자신의 문학을 지향하려 한  무심브와의 행보는  비교될 수 있는 장면이다.




책은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미스터리를 취하면서 독자들에게도 글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이며, 작품을 쓴 작가의 의도와 그 의도가 제대로 오독으로 읽혀졌을 때의 방향키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현 아프리카의 아픈 역사의 진행형(반정부 시위)을 함께 그려냄으로써 역사와 문학 간의 관계, 우리 삶에서 문학이 주는 힘과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전반적으로 책 제목부터 로베르토 볼라뇨의 '야만스러운 탐정들'에서 오마주 했으며 실존과 허구의 인물들을 통해 엘레만 찾기라는 미스터리 장치는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내용들을 독자들을 붙들어 놓는 데 성공한 설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엘레만이 간직한 은밀한 기억들을 찾는 과정에서 디에간을 대표하는 작가들 각자가 바라는 글쓰기에 대한 깊은 고민들은 창작이란 일연의 과정을  통해 그 고통을 즐기고 완성했을 때의 희열감들에 대한 성취감, 무엇보다도 단 하나의 근접할 수 없는  작품을 갖고자 하는 것의 근원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그린 작품이라 전문 작가님들이라면 많은 공감을 사지 않을까 싶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다른 것을, 또 다른 것을, 다시 또 다른 것을 요구한다고. 마침내 그 목소리가 조용해지면 당신은 다른 것, 굴러다니고 달아나는 다른 것, 당신 앞에 놓인 다른 것의 반향과 함께 길 위에, 고독 속에 남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새벽을 기약할 수 없는 밤 속에서 언제나 다른 것을 요구한다. --P. 60




- 우리는 각자 자신의 질문을 찾아야 한다. 왜? 삶의 의미를 드러내줄 답을 얻으려고? 아니다. 삶의 의미는 삶이 끝날 때에야 드러나는 법이지. 삶의 의미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순결하고 손댈 수 없는 질문의 침묵과 마주하기 위해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그것 말이다. - P. 158~159

- 문학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마음을 늘 흔들고 마는 딜레마. 쓰기와 쓰지 않기 -P 539





문학을 접하다 보면 쉽게 적응하며 읽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읽는 동안 연신 질문과 스스로 해답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나에겐 이 작품이 그러했고  문장마다 인상 깊은 구절이 많았던, 엘레만이란 인물을 대변해  글쓰기와 문학의 관계를 이처럼 능숙하게 독자들을 이끈 저자의 필력이 부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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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자전
정은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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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이 좋다는 말속엔 저마다 각자 지닌 음식을 다루는 감각과 손에서 느끼는 스텝의 감각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같은 음식이라도 다 달리 느껴지지 않을까? 하던 생각이 떠올려보게 한 작품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전에서 고전 형태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읽었는데, 내용들이 현실의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비춘 듯 다가온다.




남과 다른 특출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가 음식을 만드는 능력에 덧대어 영웅과 반동 세력으로 나뉘어 사람들에게 비난과 멸시를 받고 살아간다는 진행은 능력 차별주의에서 더 나아가 인간 본연의 평등이란 의미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2년 전 휴직을 하고 다시 복직하는 과정에서 딸 미자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독립을 선언했을 때 엄마 국자 씨가 매번 자신의 음식을 통해 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점이 이번에도 어떤 식으로 돌려놓을지 흥미롭게 다가온다.




국가에서 능력자와 비 능력자에 대한 선별 과정을 통해 국자 씨가 친구 글로리아와 함께 훈련을 받고 김포공항 내에서 일하며 전화로 보고하던 그 시기에 반대 반동 세력인 윤수일이란 남자와의 만남과 사랑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을 그 상황에서 선택했다는 모습이 부모님의 사랑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다가와 좋았다.




아직은 희망이 필요했다. 희망과 절망은 한 장의 종이였다. 먼저 읽는 쪽이 앞면이고, 나중에 읽는 쪽이 뒷면이었다. 단면만 읽고 구겨서 버리는 건 일시적인 도피였다. 절망과 희망 중 어느 쪽을 먼저 읽어야 할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언젠가는 남은 면도 읽어야 했다. 묵묵히 다 읽어낸 후 받아들여야만 남은 시간을 살아갈 수 있었다. p 241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영웅이라 불리는 자들의 능력조차도 여러 등급으로 나뉘고 이들의 인생 자체도 이로 인하여 결정되어버리는 시대의 반영은 재난 사고나 그 밖의 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의 판단 테스트 자체를 통해  상상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에서조차도 이런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영화를 연상시키듯 한 소재와 구도가 좋아서 드라마로 나와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히어로란 이미지가  어떤 위대한 능력만을 지닌 캐릭터가 아닌 결국 국자 씨로 대변되는 우리 어머니들도 위대한 히어로란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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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하는 정신 소설, 향
한은형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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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향> 시리즈로 출간한 한은형 작가의 신작이다.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뭔가 역동적이고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에 파도에 몸을 실어 마치 물살과 나의 몸이 한 몸이 된 듯한 상상력이 연일 떠오르게 한다.



영상에서 보던 서퍼들의 활기찬 모습들이 이 책을 통해서도 느껴지지만 주인공 제이가 이모의 죽음으로 받은 해변 아파트, 그리고 일주일의 휴가를 얻어 양양에 도착하고 자신의 지난날을 되새겨보는 여정이 서핑과 연결 지어 흐른다.



도시의 꽉 막힌 소리 없는 경쟁과 무관심, 번아웃이었던 상태의 그녀가 술집에서 서핑 이야기를 하는 두 남녀를 보고 아침 서핑 강습 장소에 다시 발을 내딛는 시간들은 부족했던 자신의 삶을 다시 이어가기 위한 시작이었음을 느낀다.



물에 대한 친근감이 그다지 없는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영상을 통해 서퍼들의 모습을 대리만족처럼 여겨왔지만 책 속에 담긴 서핑 강습 과정 중에 에고 서핑이란 수업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셀프 위로는 가능하지만 서로에게 위로는 금지!



어쩌면 서핑 수업은 단순히 서핑을 잘하기 위해서 전문가로부터 훈련을 받아 실제 현장에서 모험과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배우는 것 일수도 있지만 수업에 참가한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듣는 와중에 제이 자신이 좀 더 여유로워짐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자유를 찾으려는 적극적인 몸부림'이란 문구가 이 작품에서 제이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처럼 누구나 위로를 받고 싶고 위로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본인 스스로만이 할 수 있다는 글들이 시원한 느낌보다는 청량감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듯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 "그날의 내가 보통 이상으로 사랑을 느끼는 대상은 내 인생이었다. 나는 나의 이 하루를 사랑하고,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읽는 동안 연일 상상만으로도 잭 존슨의 '베터 투게터'의 노래는 물론 연관된 노래들을 찾으며 듣게 되는 작품, 서핑의 제철이 돌아온다면 물에 흠뻑 젖더라도 물살에 나의 몸을 맡기며 즐기고 싶단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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