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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김장환 지음 / 비채 / 2022년 10월
평점 :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상실감, 일상생활에서 문득 떠올리다 보면 함께 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훅 가슴을 치고 들어올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이미 떠나간 사람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상상, 그 상상 안에는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과학의 발달로 영혼끼리 대화를 나누는 세계도 그려보게 되는 순간들이 이 작품을 대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났다.
2010년, 일억 원 고료 뉴웨이브 문학상을 수상작으로 이준익 감독, 신하균, 한지만 주연 작품인 [욘더]의 원작 소설을 개정판으로 만나본다.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김 홀이 미래의 어느 날, 아내로부터 홀로그램 메시지를 한통을 받는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반가운 아내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그 한통의 메일은 어느 가상공간에 있다는 아내의 안부였고 아내는 죽기 전 기억을 저장한 일로 남편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 것이다.
- 나는 한동안 이후의 홀로그램을 켜놓고 앉아 있었다.
나 여기 있어, 어디 가지 않았어, 홀로그램은 이후처럼 웃었다.
아내가 있다는 가상공간인 '욘더'라는 곳은 각 사연들을 지닌 사람들이 죽음을 이미 경험하고 그 살아가는 곳이다.
그런 곳에 사랑하는 아내가 있으니 김 홀은 현실의 모든 것을 버리고 그곳으로 아내를 만나러 간다.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내가 거기 갈 거야. 어떻게 해서든. 당신이 나를 초청해줘도 되고, 그야 아마 당신이 하는 일이 아니겠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꼭 길을 찾아낼 거야. 당신에게 가서 내 눈으로 확인을 해야 해.” - P. 210~211
읽는 동안 김 홀과 아내의 사랑이 현실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그리움이 안타까웠고 인간 스스로도 되새겨볼 수 있는 천국에 대한 존재감과 그 안에서의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보는 불멸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희망들이 누구라도 갖는 보편적인 부분으로 받아들여지는 흐름으로 그려진다.
때론 상상의 꿈들이 현실 속의 바람처럼 이뤄지는 극히 드문 경우도 있지만 이 작품 속에서처럼 만약 실제 욘더라는 미지의 세계가 존재한다면 지금 이 현실 속에서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갈 용기가 있을까? 에 대한 물음은 인간과 사이보그의 관계를 통한 또 다른 생각으로까지 이어진다.
발달하는 기계문명의 가능성이 어디까지 인간의 삶을 영향을 미칠지, 그 안에서 때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사이보그의 출현 가능성은 점점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욘더란 세상은 죽음, 불행도 없는 세상이요, 자신들만의 행복을 찾기 위해 만들어낸 세상이다.
만일 이런 평화로운 세상이 지속되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면, 일말 감정의 소비마저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라면 인간들의 삶은 행복하기만 할까?
인간 스스로 창조하고 만들어내는 세상이란 공간 또한 온기와 감정들이 모두 들어있는 곳이기에 어쩌면 우리들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간직하고픈 마음을 욘더라는 세상을 만들고 상상하며 나름대로 위안을 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드라마를 보지 못해서 두 주인공의 만남이 영상으로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작품 속 내용으로는 김 홀이 아내와 만나는 가상공간의 설정이 생생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