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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은 모두 피를 흘리리
S. A. 코스비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25년 9월
평점 :

범죄 문학상을 휩쓸며 독자적인 스릴러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저자의 신작이다.
전작에서도 보인바 있는 미국 내 흑인들이 살아가는 삶 속에서 펼쳐지는 불평등과 같은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들은 미국 문화와 역사, 그리고 다층적인 인물들 등장인물들을 통해 깊은 맛을 더욱 느낄 수 있다.
전 FBI 행동과학팀에서 근무했던 타이터스가 사건 사고로 사임한 후 엄마의 병간호를 핑계 삼아 고향인 버지니아 카론 카운티에서 보안관으로 선출되면서 사건을 맡게 된다.
작은 마을 고등학교에서 흑인 학생 라트렐이 모두가 존경해마지 않는 스피어먼 교사를 총으로 쏴 죽인 후 경찰과 대치 중 경찰에 의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흑인학생이 총을 소지하고 있던 점과 백인 선생을 죽였다는 사실에 마을은 과거부터 이어오는 백인우월주의 단체 성격의 항의와 백인들의 시선, 여기에 죽은 라트렐이 남긴 말 한마디로 다른 관점으로 사건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스타터스의 행동은 불안한 감정들이 내재하고 있다.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 스피어먼 교사의 성추행 비디오와 그 현장을 추정할 수 있는 그림을 통해 역추적 방식을 한 수사팀은 오랜 시간에 걸쳐 흑인 남, 여자 아이를 유괴해 모든 상상을 초월해 범죄를 저지른 증거물을 수집, 마지막으로 이 사건의 가장 핵심인 제3의 인물은 누구인지와 그의 행방을 쫓기 위해 노력한다.

전작에서도 그렇지만 저자가 그리는 미국 내 흑인들의 삶은 불편한 시선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버지니아 특성상 노예제의 해방과 백인 우월주의, 여기에 흑인 스타터스를 보완관에 당선시키기 위해 협조한 흑인 교회 목사 및 교인들의 협조는 오래도록 뿌리내린 갈등의 해소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터스에 대한 기대치를 은근히 부추김으로 더욱 옥죈다.
평등하고 고른 시선으로 너와 나의 삶이 아닌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시선으로 살아가는 이들 편에 맞서 자신들 스스로 방어 및 화해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지게 하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끔찍한 사건은 종교란 믿음에 대한 회의가 더해짐으로써 괴물로 만들어진 한 인간의 모습까지 이어짐으로 흐른다.
뼛속까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유전의 힘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하고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아이가 기도마저 들어주지 않았다는 자괴감이 들었을 때 과연 그는 누구를 믿어야 했을까?
특히 헤아나 올 수 없었던 지옥의 불을 맛봤던 그 어린아이는 누가 왜 이토록 괴물을 만들었는지 스타터스가 고뇌하는 개인적 사정과 겉으로 보인 사건의 진행들을 통해 흑인의 역사와 함께 흐르면서 보인 여정이 참으로 안타깝고 무서움을 느끼게 한다.
저자는 오락성의 추리 스릴러만 추구하는 것이 아닌 지금까지 총 3권의 국내 출간작을 읽어본 바 스릴러 속에 사회 속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흑인들의 삶에 대한 현실적인 아픔과 극복하기 위한 어려운 결정들을 작은 카론 카운티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계까지 몰아가는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그렸다.

숨 막힐 듯 잠시라도 안심할 수 없는 불안한 기운이 도는 카론 카운티, 그곳에서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고른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터스란 인물을 통해 저자는 미국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콜슨 화이트헤드가 그린 작품들에서 보인 현실적인 흑인들의 삶이 함께 비교되면서 읽어본 작품, 다음 작품으로 빨리 만나볼 수 있음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