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마물의 탑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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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검은 얼굴의 여우]에 이은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2016년도에 읽었던 전 작에 대한 기억이 이번 작품 안에서도 초반부터 비치지만 그렇게 부담 가질 필요는 없는 독립된 이야기로 시대적 배경도 태평양 전쟁 직후다.



저자의 특징인 호러와 추리를 겸비한 분위기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드러나는데 주인공 하야타가 탄광에서의 일 이후 이번에 도전한 직업은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다.





패전 이후 만주 건국대학에 들어갔지만 현실은 그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조국에 대한 현실에 환멸을 느꼈고 학교를 나온 이후 그는 여러 일을 전전하다 바닷가 마을의 등대지기로 발령이 나면서 벌어지는 일이 흐른다.




거친 파도와 앞이 보이지 않는 뿌연 안개, 여기에 등대가 세워진 장소도 가기도 험난하고 이런 느낌은 전 작에서의 탄광에서 벌어졌던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되살아남을 느낀다.




고가사키 등대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서는 여전히 미지의 장소처럼 여겨지는 가운데 마을 숙소 주인으로부터 기이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더욱 이런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더군다나 등대까지 안내할 사람마저 나타나지 않자 홀로 길을 나서는데 숲을 횡단하며 가는 길 여정 자체가 험난함을 넘어 곡예 수준의 절벽과 빽빽한 숲을 통과해야만 등대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되는 모습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뒤를 쫓는 묘령의 소리, 길을 잃은 그가 머문 곳은 숲 속의 하얀 집이었고 그곳에서 가면을 쓴 할머니와 소녀를 만나게 된다.




하야토는 그곳에서 여관주인이  “만약 길을 잃더라도 하얀 집에는 가지 마세요. 거기서 묵으면 안 됩니다.”란 내용이 담긴 도시락 쪽지를 보게 되는데, 과연 이 마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전작이 어둠의 탄광을 배경으로 다룬 내용이라면 이번엔 반대로 온통 하얀색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들로 무성한 불길한 존재와 현실의 경계를 허문 이야기를 들려준다.








20년의 시간을 넘어 등대가 있는 그 마을에 감춰진 수수께끼는 무엇이며 그 공포의 실체는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환상인가에 대한 인간의 마음을 흔드는 매력적인 이야기는 마치 등뒤에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미쓰다 신조의 특허답게 자신의 나라에서 전해오는  민속신앙과 인간의 이성을 적절히 혼합해 공포의 무게감을 실어주는 작품의 세계는 허상과 전래가 혼합되어 드러나는 무시무시한 소름과  증오와 살의에 이르기까지 읽는 동안 저자가 이끄는 세계에서 빠져나오고 싶을 만큼 감정에 이입하게 되는 순간을 맞는다.




도조겐야 시리즈를 비롯한 다른 작품과  전작도 그렇고 이번 하얀색 등대가 우뚝 서 있는 바다마을의 이야기 또한  기이한 괴담이 서려있다는 점에서 이를 이용한 인간들이 저지른  일인지, 아니면 어떤 특정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현상에 의해 벌어진 일인지 민간신앙 속 하얀 마물이 여전히 눈에 아른거린다.







단순한 줄거리임에도 여러 가지 혼선을 주면서 몰입도를 높인 호러 미스터리의 세계, 저자가  그린  공포를 즐겨보고 싶다면 만족할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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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무게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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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이후 16년 만에 출간한 따끈한 신작을 접하는 기분은 뭐랄까? 



궁금하기도 하고 저자가 기존의 철학을 통한 생각들이 소설 속에서도 어느 정도 품고 있기에 이 작품 속에서는 어떤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감을 품게 한 작품이다.



역시,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느낀 그만의 감성이 담긴 색채가 있는 내용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언어의 무게 그 자체를 통한  레이랜드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시한부 삶을 판정받았던 레이랜드는 오진으로 판명이 나자  삼촌이 물려준 저택에서 새 삶을 살려는 결심을 한다.



마치 삶에 대한 덤을 더 얻었다는 느낌(?) 일 수도 있는데 남은 생에 대해서 그는 하루하루를 그저 흘려보내며 하는 일이라고는 죽은 아내에게 편지를 쓰는 일뿐이다.



어린 시절에 동양학자였던 삼촌을 보면서 번역가를 꿈꿨던 그가 이후 성장하면서 경험한 여러 일들은 이후 번역가란 직업세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아내와의 만남은 많은 문인과 책들, 그리고 뭣보다 문학을 사랑한 자신의 삶을 충족시킨 날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랑했던 사람들이 모두 떠난 현재의 시점은 그의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문학과 작가들, 그리고 문학으로 인한 삶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넘나 든다.




‘모든 것은 이름이 불리고 이야기된 후에야 실제로 존재했다’ ‘언어로 이해해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고 믿는 레이랜드에겐 언어가 중요했고 이런 중요성은 그 스스로 언어를 잃어버리지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다가옴을 느끼는 인물이다.



저자는  작품 속 작가들이 문학을 삶의 버팀목으로 삼아 살아가는 모습을 여러 변주로써 들려줌으로써 단순히 레이랜드란 인물의 인생의 이야기 외에도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는 곳곳에 포진된 문장들이 묘하게 이끌리게 한다.








레이랜드가 오진 이후 언어에 기대어 살아왔던 타 작가들처럼 그 또한 그런 인생을 살아왔기에 삼촌의 편지를 계기로 자신은 물론 주변인들과의 삶을 생각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의 형태로 쓰기 시작하는 여정은 언어가 주는 그 자체를 넘어서 한 개인의 삶을 문학적인 장치를 이용한 예라 할 수 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반복( …… )이게 소설 주제 가운데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질서와 안전감을 주는 반복이 어떤 점에서 좋은지, 그런 반면 삶이 지루하다는 권태와는 또 어떤 연관이 있는지. 레이랜드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오랫동안 은밀하게 동행해 오다가 이제 거기에 맞는 정확한 언어를 찾을 만큼 명백해진 감정, 소설의 주제는 그 감정을 드러냄으로써 생겨나는 걸까?  - p 561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도  내 삶의 주체와 존엄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들 중 하나가 문학 작품을 읽는다는 것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 아닌가 싶다.




문학 속에 표현된 언어를 통한 타인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 외에 나 자신의 감정 또한 일시적인 기류와는 다른 온전한 정신을 갖는 길에는  필히 문학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 내용이라 잠시 한 템포 멈추고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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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세계사 -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인류의 치열한 도전과 경쟁
브라이언 블랙 지음, 노태복 옮김 / 씨마스21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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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활에서 에너지가 주는 영향은 오늘날에 와서는 전쟁으로 이어지는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오래전 인류가 수렵채집 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연의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 후 농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곧 문화권에서도 각기 여러 방식으로 발전했지만 이후 에너지의 획기적인 이용변화는 결정적 계기를 맞는다.




바로 범선의 출현인데 이를 이용한 중국은 정화가 이끄는 함대로 인해 더 나아갔더라면 오늘날 현 정세의 판도는 어떻게 바뀌었을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이후 유럽국가들의 출현은 항해술과 대항해 시대를 맞아 신대륙의 발견과 노예선 이용으로 인한 인간의 노동력은 곧 에너지로 이용됐으며 산업혁명의 발전은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로 구분되어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됐다.




이렇듯 인류의 역사 발전사에 있어 에너지가 끼친 영향은 현재에도 각국의 실리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화석연료를  이용한 기술과 발명품으로 이어지게 되고 인류는 점차 에너지의 우선 쟁취를 위한 경쟁을 하지 않음  안 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갈수록 발전하는 에너지의 활용도는 장단점을 모두 갖고 있기에 인류가 이를 어떻게 이용하고 차세대 에너지로서의 자원은 무엇을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과학의 발전은 지금까지 인류의 생활발전에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이에 수반되는 온실효과나 환경오염, 종의 멸종과 화두인 인류세에 이르기까지 현실적인 고민들을 들려준다.




자원이란 것이 언젠가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이를 대비한 인류의 삶에 과연 미래의 자원으로서 에너지 확보는 필수인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인류의 공통된 운명의 문제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 준다.




인류 시초부터 함께한 태양부터 에너지 확보를 위해  경쟁과 전쟁, 패권을 다룬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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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술은 진짜 모르겠더라 - 난해한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
정서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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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혹은 두세 달에 한 번씩 오는 미술관 팜플랫이 있다.  



한국 유명화가의 전시 소식과 작품들에 대한 소개는 물론 해외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읽노라면 그림을 통해 전달해 주는 감상이 다양하다.



익숙한 그림의 명암에 따른 이해가 쉬운 것도 있지만 이 책에서 보인 현대미술작품 소개는 확실히 좀 난해한 부분들이 있어 이 책을 접해봄으로써 현대 미술이 지닌 특징을 알아보는 시간을 기대하게 됐다.



현대미술의 분야가 여러 분야로 나뉘고 이를 쉽게 설명할 수 있게 접근한 12가지 키워드는 우선 명칭부터 반가운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 그만큼 미술이 지닌 발전사의 흐름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어느 시대나 미술의 주류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듯이 근대미술까지는 미를 중시한 것이었다면 현대미술은 이를 넘어선 이해를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현대 미술 자체가  이전 세대에 대한 이의 제기라고 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되는데 전시회에 걸린 작품들을 떠올려보면 추상개념처럼 다가온 것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가 다룬 소 주제들 속에 포함된 작품설명은 전통적인 회화부터 시각 이미지를 활용한 광고, 게임, 비디오, 영화... 여기에 가상현실과 인공지능까지 결합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니 앞으로 현대 미술의 발전이 어떻게 흐를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예를 들여 미래를 예견하는 예술작품의 경향을 일컫는 '포스트 휴먼'이란 명칭은 로봇의 이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현 생활 패턴을 생각한다면 이 또한 미술계의 한 획을 그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현대미술에 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시도의 책으로 컬러 도판과 큐알 코드가 함께 들어있어 현대미술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독자들에겐 아주 유용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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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는 사람들 스토리콜렉터 107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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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동영상>, <살인자의 사랑법>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인상을 남긴 저자의 신작이다.



협상 전문가인 애비는 네이선이란  남아가 학교에서 집으로 오던 중 행방불명이 된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아이가 탔다는 차량을 봤다는 신고에 이어 저항 없이 순순히 차에 탔다는 말과 이어 유괴범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위험할 수 있다는 전화를 받게 된 가족들의 불안은 이 사건의 배후로 이단 사이비 종교 단체를 주목하게 된다.



네이선의 엄마인 이든과 그녀 자신이 어린 시절 사이비종교 집단에서 함께 자랐던 기억들은 두 사람의 인생이 갈리면서 시간이 흐른 후에 사건을 맡으면서  만난  감정은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든이 남편과 함께 오티스 털먼이란 자가 운영하는  지역 종교 집단에 들어가고 오티스가  지도자로 행세하면서 사람들을 자신의 울타리 안에 끌어들여 외부와 접촉을 거부하고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정황은 네이선의 유괴에 초점을 맞춰 점차 그들의 세계 속으로  진입하는데, 과연 네이선 및 그들의 가정은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요즘 드라마에서도 그렇고 연일 사이비 종교에 관련된 기사가 오르내리고 있다.



그들이 교주라 불린 자에게 이끌리면서 자신의 의지가 점차 그들 속으로 빠져들고 지위를 이용해 성적으로 이용되며 어린 나이에 정해진 자와 결혼을 시키려는 계획들, 이 모든 것이 외부 세계에서 바라볼 때는 분명 이단이고 옳지 않은 향방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문제는 이들 집단에서 살아가는 자들이다.




종교적인 믿음 하에 맹목적인 순응과 이에 대한 반응조차도 설립자의 눈길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 현실, 애비나 이든이 겪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자신의 손을 피부가 상할 정도로 깨끗하게 닦아야 한다는 무의식 속에 드러나는 행동처럼 내내 갇혀있는 밑바닥의 근원을 지울 수 없는 한계를 드러내 보인다.



이런 행보들은 이든이 자발적으로 집단을 나오기까지엔 결코 쉽지 않음을 보인다.




작품 속 이단 집단을 그린 내용들은 현재  기사로 보도되는 내용들과  마치 쌍둥이처럼 너무도 닮은 글들이라 읽는 내내 놀라움과 함께 전형적인 사이비 종교 집단의 패턴은 이런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주요 타깃이 되는 타인들의 삶을 엿보는 SNS의 이용은 나와는 다른 행복한 모습만 보인 타인들의 행복함(여기엔 나만 제외하고 모두 행복한 그들이다.), 좋아요에 자신도 모르게  좀 더 높은 호응도를 이끌기 위해 중독되어 가는 세태들이 유괴와 인플루언서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의 집착을 통해 살인에 이르는 과정과 범인의 실체에 대한 반전, 협상가로서의 설득력 있는 밀고 당기는 긴박한 순간이 스릴감을 느끼게 한다. 




대상을 향한 무한의 사랑법 표현이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 때 벌어지는 악몽의 순간들과  사이비 종교에 물들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마저 놓치고 살아갈 때의 무력감들을 현실성 있게 그린점, 여기에 마지막 아이작은 누구? 에(사실 읽는 동안 궁금하긴 했었다.) 대한 반전의 끝은 차후 시리즈로 나와도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현시대의 문제점들을 직시해 다룬 추리 스릴러물답게 상대방의 심리를 이해하고 조율하면서 협상의 기지를 발휘하는 애비의 활약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 가제본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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