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무게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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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이후 16년 만에 출간한 따끈한 신작을 접하는 기분은 뭐랄까? 



궁금하기도 하고 저자가 기존의 철학을 통한 생각들이 소설 속에서도 어느 정도 품고 있기에 이 작품 속에서는 어떤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감을 품게 한 작품이다.



역시,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느낀 그만의 감성이 담긴 색채가 있는 내용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언어의 무게 그 자체를 통한  레이랜드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시한부 삶을 판정받았던 레이랜드는 오진으로 판명이 나자  삼촌이 물려준 저택에서 새 삶을 살려는 결심을 한다.



마치 삶에 대한 덤을 더 얻었다는 느낌(?) 일 수도 있는데 남은 생에 대해서 그는 하루하루를 그저 흘려보내며 하는 일이라고는 죽은 아내에게 편지를 쓰는 일뿐이다.



어린 시절에 동양학자였던 삼촌을 보면서 번역가를 꿈꿨던 그가 이후 성장하면서 경험한 여러 일들은 이후 번역가란 직업세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아내와의 만남은 많은 문인과 책들, 그리고 뭣보다 문학을 사랑한 자신의 삶을 충족시킨 날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랑했던 사람들이 모두 떠난 현재의 시점은 그의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며 문학과 작가들, 그리고 문학으로 인한 삶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넘나 든다.




‘모든 것은 이름이 불리고 이야기된 후에야 실제로 존재했다’ ‘언어로 이해해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고 믿는 레이랜드에겐 언어가 중요했고 이런 중요성은 그 스스로 언어를 잃어버리지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다가옴을 느끼는 인물이다.



저자는  작품 속 작가들이 문학을 삶의 버팀목으로 삼아 살아가는 모습을 여러 변주로써 들려줌으로써 단순히 레이랜드란 인물의 인생의 이야기 외에도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는 곳곳에 포진된 문장들이 묘하게 이끌리게 한다.








레이랜드가 오진 이후 언어에 기대어 살아왔던 타 작가들처럼 그 또한 그런 인생을 살아왔기에 삼촌의 편지를 계기로 자신은 물론 주변인들과의 삶을 생각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의 형태로 쓰기 시작하는 여정은 언어가 주는 그 자체를 넘어서 한 개인의 삶을 문학적인 장치를 이용한 예라 할 수 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반복( …… )이게 소설 주제 가운데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질서와 안전감을 주는 반복이 어떤 점에서 좋은지, 그런 반면 삶이 지루하다는 권태와는 또 어떤 연관이 있는지. 레이랜드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오랫동안 은밀하게 동행해 오다가 이제 거기에 맞는 정확한 언어를 찾을 만큼 명백해진 감정, 소설의 주제는 그 감정을 드러냄으로써 생겨나는 걸까?  - p 561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도  내 삶의 주체와 존엄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들 중 하나가 문학 작품을 읽는다는 것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 아닌가 싶다.




문학 속에 표현된 언어를 통한 타인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 외에 나 자신의 감정 또한 일시적인 기류와는 다른 온전한 정신을 갖는 길에는  필히 문학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 내용이라 잠시 한 템포 멈추고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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