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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의 모든 것
델핀 드 비강 지음, 권지현 옮김 / 문예중앙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소설의 장르엔 여러 분야가 있지만 작가 스스로가 직접 겪은 체험에서 나오는 자전적인 이야기만큼 가슴에 와 닿는 것도 없다.
이 소설은 프랑스의 여류작가가 엄마의 죽음을 겪으면서 왜 엄마는 그렇게 죽어야만 했을까? 란 것에 고심을 하다 집 안의 외삼촌과 이모, 그리고 엄마를 아는 주의의 사람들에게 협조를 구하면서 엄마가 모은 편지, 가족들이 보관하고 있던 자료들을 토대로 작가가 엄마의 삶을 돌아보는 형식을 지은 자전적 소설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들의 말 한마디.-
"할머니 말야, 말하자면 자살한거야?"
그렇다. 엄만 자살을 했고 연락이 닿지않아 엄마의 집에 들어간 시점이 사망한 지 5일이 지난 뒤였다.
얼굴보단 손이 더 푸르렀고,그 당시에도 자신은 그 현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던 심정, 눈물조차 흘리지 못한 자신의 행동과 멍했던 기분등이 차분한 글로 독자들을 이끈다
엄마 뤼실은 아빠 조르주와 엄마 리안 사이에서 8남매중 세째로 태어났다.
뛰어난 외모로 인해서 어릴 적부터 모델을 했고, 다른 형제와는 다른 타인의 시선으로 남을 관찰하고 많은 말을 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남동생 앙토냉이 우물에 빠져 죽으면서 가족들은 침통에 빠졌고 곧 이어서 앙토냉과 같은 나이대의 엄마의 학대를 당하다 살던 장 마르크를 집 안의 식구로 맞이하게된다.
18살이던 때에 21살의 가브리엘을 만나서 집에서 독립을 하고싶었던 뤼실은 임신을 함에 따라서 결혼을 하게됬고 곧 이어서 작가 자신과 여동생 마농을 낳고 살게된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이혼으로 끝을 내고 두 딸과 살게된 뤼실은 비서와 여러 직업을 거치면서 살지만 어느 날인가 부터 정신착란과 망상, 우울증, 손에 담배를 물고 마약에 빠져 정신병원과 약물 치료를 달고 살게된다.
그것도 잠시 자신과 동생이 더는 견딜수가 없다고 생각될 즈음에 작가는 아빠의 집에서 생활을 하게되고 시간을 두고 제한적인 엄마와의 만남을 이어나가는 생활을 지속하게된다.
매번 기차 역에서 자신들을 기다리는 엄마의 모습엔 초조함과 어떻게하면 잘 지낼수가 있을까를 생각하는 엄마의 노력이 있었고 자신 또한 결혼과 아들을 낳고 기르면서 또 다른 생활에 적응해가지만 항상 불시에 닥치는 엄마의 저돌적인 행동에 맘을 졸이면서 때론 멀리서, 때론 격한 말로서 하루하루를 지내가는 삶을 지탱해나간다.
작가는 집안의 내력이라고 할 수있는 자살이란 것을 두고 아마도 엄마 또한 그러한 거대한 물결을 거스를수가 없었을 거란 생각을 한다.
남동생 앙토냉에 이은 마르크의 죽음, 다른 남동생 밀로의 자살, 그리고 항상 엄마 곁엔 남자들이 있었지만 든든한 버팀목이 될 만한 남자들을 만나지 못했던 인생의 종착점, 그 안에서도 한 남자의 자살까지 겪는 와중에 어린 시절 엄마의 아버지인 조르주로 부터 당한 강간이라고 표현할 글 대목에서 주는 충격적인 사건들이 모두 합쳐진 결과물일 수밖에 없었음을 알게된다.
다시 사회에 적응하기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하는 열정적인 할머니의 모습을 보였던 뤼실은 폐 암에 이은 췌장암까지 발견이 되는 그 와중에 생명의 삶의 끈을 스스로 놓게 되지만 오히려 이것이 그간 말해왔던 살아있을 때 죽길 바랬던 엄마의 뜻을 이해할 수있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엔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벌어진 누구나가 고민 한 가지쯤은 갖고있으며 다만 그것이 눈에 드러나 보이지 않을 뿐이라는 보편적인 생각 안에서 벌어진 뤼실의 가족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도드라져 보였는지는 모르겠다.
뤼실이 당한 잊을 수없는 근친상간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이 망상에 젖은 뤼실의 행동이라고 했을 때 쥐스틴 이모만은 그것이 사실일 수도 있을거란 말에 그간 뤼실이 겪은 마음의 상처는 누가 보듬어주기라도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를 생각해보게한다.
엄마인 리안조차도 그 사실을 알고도 모른척 했는지, 정말 몰랐는지도 자세히 알려주진 않는 이 글 속엔 작가 자신이 딸이면서도 엄마인 위치에서 독특하게도 제 3인의 인물이 자신의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이기에 더욱 애틋하다.
한 가지는 확실했다. 치료가 끝나고 모든 것이 공허하고 힘들때 곁에 있어줘야했다. 바로 그때 나는 발을 뺀 것이다. -p407
작가 자신이 한 아이의 엄마이자 딸로서 다시 자신의 엄마를 대했던 태도나 말의 언쟁, 그리고 엄마의 죽은 자세를 묘사하는 장면에선 울컥한다.
한 뼘조차도 되지 않는 여리디여린 뒤를 돌리고 누운 자세의 엄마의 등을 처음 본 작가의 시선은 그래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냉철한 눈길을 요하게 만들고 자신 스스로가 고백하듯이 엄마와의 트러블로 인한 같은 동거생활를 포기해야했을 만큼 자식들을 힘들게 한 엄마에 대한 연민이 드러난다.
어른이 되었어도 내가 향해가는 고통에 준비가 더 잘되는 것은 아니구나.어렸을 그때보다 더 쉬운것도 아니구나. 자라서 나의 길을 걷고, 나의 삶을 가꾸고,내 가정을 만들었어도 소용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엄마의 자식이었다. 엄마의 고통을 우리가 외면할 수는 없었다. -P396
너무도 힘들었던 근 10여년이 넘는 세월을 온통 정신이상으로 붙들고 살아야만 했던 어여쁜 엄마의 모습 뒤안길은 그래서 삶을 끈을 놓음으로서 비로서 자유를 누리고자 했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고 싶은 맘이 들게한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흔히 말하는 가깝고도 먼 사이라고도 하지만 서양과 동양의 감정의 느낌이 다른 면도 있는터라서 작가가 홀로 룸메이트를 구하면서까지 엄마와 거리를 두고 싶어했던 그 일말의 사춘기와 청년기의 삶 묘사, 거식증이 걸려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서도 결국엔 엄마의 손이 필요하게 됨을 그려낸 담담한 과정을 엄마의 죽음을 두고서 비로소 엄마의 죽음을 이해할 수 있단 감정의 공유를 느끼게 해준다.
누구나 내 가족의 일부분이라도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작가 또한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가족들에게 자신의 책이 나올 때 여러가지 점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것은 사실적인 관점을 놓고 봤을 때 다른 가족들의 시선과 생각이 작가 자신과 다를 수 있음을, 그래서 어긋날 수도 있는 감정의 골이 생길 수도 있음을 고려했을 때 , 그것 마저 넘어설만큼 간절히 엄마의 죽음의 이유에 대한 것을 쓰고자 했던 작가 자신의 사실적 이야기를 드러낸 점, 그 용기에 격려를 보내고 싶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가정사의 불행(아버지의 폭행으로 인한 엄마와의 이혼, 엄마와 살다 아빠 집에 살게 된 경위, 엄마의 정신망각증에 이은 행동의 결과...)을 모두 내놓은 작가의 작업은 그 와중에 작가를 살게하고 지탱하게 해 준 것이 글쓰기였단 점이 인생의 , 글쎄 어떻게 보면 동전의 양면성이 아닐까도 싶다.
책을 덮고나니 다시금 나는 엄마의 속내를 알고는 있는지, 작은 말 하나에도 화를 내고 엄마의 행동이 잘못됨과 내 행동의 옳바름을 주장하는 사이에서의 갈등해소법은 부드럽게 했는지, 뤼실의 행동을 보니 한 번 태어난 인생 그렇게 자신의 삶을 쉽게 저버릴 수가 있는거야? 라고 말할 자신이 솔직히 없어졌다.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으면 손을 놓아버렸을까? 그래서 작가는 비로소 엄마를 이해했다고 한 것이 아닐까?
엄마는 예순한 살에 노부인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엄마는 바람대로 세상을 떠났다.
살아있을 때 죽었다.
이제 나는 엄마의 용기에 감탄할 수 있다. - P413
다시금 주위 내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아울러서 작가의 어머니인 뤼실에게도 저 세상에서 행복한 삶이 이어졌음 하는 맘도 들게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