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린 배

미쳐버린 배 - 지구 끝의 남극 탐험 ㅣ 걸작 논픽션 24
줄리언 생크턴 지음, 최지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7월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고자 하는 정신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보도를 통해 시신조차 확인할 수 없는 일들과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정상에 서기까지의 희열과 대자연에 대한 경외감들은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공유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자연에 대한 탐구와 탐험을 통해 비밀에 쌓인 부분들이 드러나면서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볼 때 이 책에서 전하는 이야기는 그 연장선처럼 다가온다.

1897년 초기 남극 탐험에 실제 참여한 실화를 기반으로 쓴 내용은 북극과는 달리 지금도 여전히 많은 비밀에 쌓여있는 남극, 이를 실행한 벨기에 출신 드 제를라슈  사령관을 필두로  국적을 불문하고 채용한 선원들과 학자들, 그리고 의사 쿡과 아문센이 참여한 탐사선의 여정은  벨지카 호를 타고 위험한 그곳에 대한 열망을 넘어선 의지로 향한다.

흔히 남극에 대한 이미지는 해빙, 부빙, 펭귄과 물범, 각 나라마다 연구기지가 세워진 곳, 백야와 흑야가 긴 시간으로 이어지는 곳이란 곳으로 인식되지만 이들이 남극을 통과하면서 겪는 실제의 상황들은 벨지카 호의 2년이란 시간을 통해 생생함을 드러낸다.

19명의 팀사 대원들이 각자의 희망을 안고 출발한 기나긴 시간은  생각 이상으로 극 추위와 자연의 위대함에 갇혀 지내는 동안 움직일 수없었던 극한 공포와 극도로 예민해진 정신, 괴혈병에 맞서 이겨나가는 과정들, 여기에 쿡과 아문센의 자신들만의 자연을 이겨나가려는 의지들은 실체험처럼 느껴질 만큼 표현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읽는 내내 독자들 나름대로 갑갑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뭣보다 배를 이끄는 사령관인 제를라슈의 리더십에 대한 생각들을 해보게 되는데, 언론 의식과 성공을 향한 부담감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결국 여름을 고비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얼음에 갇히길 선택한 결과는 인명 희생과 질병으로 이어진 시간들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최초로 목표물로 잡았던 남극점 도달에는 실패했지만 그들이 이룬 성과는 남극에서 가져온 각종 연구과제에 해당하는 표본들과 오늘날 기상 및 해양학과 천문관측, 그리고 이 도전이 끝난 뒤 남극의 중립화에 앞장선 역할을 했다는 점, 이어 아문센이 이룬 또 다른 개척의 정신은 인간이 지닌 끝없는 도전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나머지 승선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룬 인생의 행보들이 희, 비극을 가른 터닝포인트가 됐다는 점 또한  관심 있게 읽게 된 부분이다.

 오싹한 기운마저 감도는 스릴러처럼 다가오는 이야기는 논픽션으로써 접한 이야기란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다른 시간 속으로 빠져들게 한  글들로  저자의 실제 남극과 벨기에 현지의 자료 수집을 통한 생생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 처음 만나는 페미니스트 지리학
레슬리 컨 지음, 황가한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도시란 공간이 성 중립적이란 생각을 다시 바라보게 한 저자의 시선을 담은 책으로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깨닫게 된다.

도시 안에서의 편리성, 쾌적함,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런 가운데 여성이 남성들보다 편리성을 느끼면서 살아가는가?

저자의 말에 따르면 도시 공간이 표준 인간을 상정해서 계획되어 설계되지만 표준 인간의 구성원에서 여성의 존재는 배재된 채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차트의 구성을 면밀히 보면 확실히 여성들의 도시 경험상 물리적 공간, 사회적 시선, 경제적 장벽에 가로막힌 부분들의 아직까지도 있다는 사실이 같은 젠더로서의 출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겪는 불편함을 초래했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일계로 화장실의 경우, 수유를 하거나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 엄마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공간이 화장실 내에 많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남성이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에 비하면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적어도 여성이란 존재가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있는  배려가 부족한 도시 시설의 사례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특히 화장실 개수는 남성 화장실의 개수보다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외에도 한 밤중이란  시간이 여성들에게 다가오는  부담감, 여성들의 우정이 도시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며 엄마들이 아이를 돌봄에 있어 보다 쾌적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시선에 맞춘 도시 계획의 필요성을 말하는 저자는 실제 자신이 겪은 일들을 통한 이야기와 함께 다루기에 공감을 산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처럼 도시 환경의 변화가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새롭게 깨달은 부분이기도 하다.

유리 천장이란 말이 있듯이 아직까지도 여전히 여성에게 불합리한 제도와 편견이 있는 사회, 이 사회에서 벽돌, 유리 콘크리트로 만든 도시 자체가 가부장제라고 표현한 부분에서는 젠더로서의 평등한 출발을 했을 때 진정한 행복함을 느끼는  여성들의 삶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게 한다.

엄마(여자)가 행복해야 주위 모든 이들이 행복해진다는 사실, 페미니스트 지리학을 통해 들여다본 도시 속의 여성의 삶을 새로운 관점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도시(도시 계획을 설계하는 자)는 여성의 안전을 위해, 더 나아가 엄마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공간 확보를 통한 건전한 사회로써의 노력이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우연히 내 손안에 들어온 책, 그런데 그 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더군다나 나의 현재 상황을 주절주절 나열하고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도망치라고 하는 경고를 해줄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다면, 아~  지니의 요술램프도 아니고, 기막힌 보물 하나를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일단 신뢰를 좀 쌓읍시다.

첫 문장부터 벤에게 말을 건 책, 우연히 서점에서 구매한 그 책은 벤이 갖고 있는 위스키의 존재를 알고 있고 미지의 누군가가 위스키를 노린다는 위험성을 알리며 짐을 챙겨 창밖으로 탈출하란 친절함마저 보인다.

  자,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나를 데려가는 걸 잊지 마세요.
앞으로의 날들은 좀 정신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이 책을 제대로 사용하기만 한다면 나를 믿어도 됩니다. 그 점을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이 책을 가져다가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 읽으세요. 하지만 정말로 필요할 때만 그렇게 해야 합니다. 아시겠지요? 

요양원에서 알게 된 울프가 자신에게 유언을 통해 남긴 위스키, 그런데 도대체 위스키에 무엇이 들어있길래 누가, 무슨 목적으로 훔치려 하는 것일까?

세사에 단 하나뿐인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책과 위스키, 그리고 '바 없는 바'란 곳에서 만난 벤처와 자신과 마찬가지로 위스키를 물려받은 오스나트의 인연은 '경험'이란 것을 매개로 위스키를 훔치려 한 악인과의 대결을 다룬다.

세상에 모든 것을 알아가는 경험, 그런데 실상 죽을 때까지 경험을 모두 하지 못한다는 한계에 생각을 미친 울프의 기발한 발상은 직접 경험한 경험자들의 모든 것을  보관할 방법으로 위스키에 담는 것을 고안해 냈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마시게 함으로써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느끼는 것을 발명해 낸다.

그 경험 속에는 먼 과거의 유명한 음악가의 연주곡이나, 영화들, 높은 산 정복이나 누구를 해치면서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 사랑하던 연인과 함께 했던 그 순간의 짜릿한 감정,,,

이를 통해 경험자들은 특정층이 원하는 바대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다시 되파는 형식이 이어지는 진행은 벤이 갖고 있는 위스키와 오스나트가 도난당한 위스키의 존재를 통해 감춰진 비밀을 풀어나가는 판타지 미스터리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작품 속의 경험들을 읽다 보면 나 조차도 미처 해보지 못한 경험에 대한 선택을 고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울프의 생각대로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각기 다른 경험을 통해 나쁜 것을 미리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란 취지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나의 경험을 제삼자에게 들려주는 데에 있어 상대방과 나가 똑같이 느껴볼 수 있다는 데에 한계를 넘어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이색적인 소재의 이야기가 참신함을 보인다.

사용 취지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고 악용의 소지로 이용될 수 있다는 내용은 소외되고 자신의 주장을 뚜렷이 밝히지 못하는  소극적 성격의 벤의 변화가 밝은 진전이라면 이들의 위스키에 담긴 비밀을 빼앗아 자신만의 독보적인 위치에 서고자 한 스테판의 대비를 통해 악의  모습을 보여준다.

판타지 소설 속에 담긴 철학적인 인생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은 저자가 바라보는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점차 변해가는 벤의 모습을 통해서 힐링을 느낄 수가 있으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곳곳에 뿌려놓은 문장으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누구나 한 권쯤은 갖고 싶을 만큼 욕심나는 책, 여기에 세상의 긍정적이고 순수하고 밝은 경험담이 담긴 위스키가 있다면 이 세상은 평화로운 날들이 이어지지 않을까?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조선의 머니로드

조선의 머니로드 - 돈의 흐름을 바꾼 부의 천재들
장수찬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돈의 필요성은 살아가는 데에 있어 필요한 것 중에 하나, 일단 금융이라고 하는 것을 통해 다뤄지는 돈의 흐름을 다룬 내용들은 전문적인 용어와 함께 경제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받게 된다.

이 책은 금융이 주는 딱딱한 소재를 역사 스토리텔링으로 다룬 책이라 거부감이 덜 간다는 이점과 함께 흥미롭게 다가온다.

돈이 돈을 부른다는 말이 있는데,  역사 커뮤니케이터 저자의 말을 통한 돈을 통한 정치와 화폐의 흐름, 누구보다도 돈의 흐름에 눈을 떠 부를 이룬 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준다.

조선은 명나라의 조선 출병이 있기 전에는 물물 경제 시스템이었다.

이런 경제적인 흐름이 시장경제로 출발한 계기가 임진왜란으로 인해 참전한  명나라 군이 군수물자 해결을 위해 은화를 사용하려 했지만 사용할 곳이 없자 요동 상인을 불러들여 해결하게 되었고 이후 요동상인의 주도하에 이뤄진 경제에 은화가 통용되면서 조선에 화폐경제란 개념이 자리 잡게 된다.

이후 우리나라도 임진왜란을 경험 삼아 군대를 만들게 되고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펼치게 된다.

여기엔 서적 출판이 인기를 끌게 되는데 안평대군이 쓴 인쇄본이 사대부들 사이에서 지금 말하면 인기 아이돌의 각종 사진이나 연관된 팬시 제품처럼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한편 동전도 발행하게 된 군대가  군비 증강에 도움을 주는 것을 본 왕이 통치 권력으로 이용하게 되는 과정 또한 흥미롭게 이어진다.

그런가 하면 놀부란 캐릭터는 경제적인 면에서 본다면 이자놀이를 통한 고리대금업을 하면서 가난한 자들을 등쳐먹고, 어려운 시기에 섣불리 나서지 않는 토지구입을 통해 부를 쌓는 흐름은 돈의 돌고도는 흐름에 대한 설명 부분이 다르게 와닿는다.

이밖에도 서유럽 금융 시스템에 관련된 템플 기사단 이야기, 문학작품에서 다룬 객주와 상인들의 활약이 떠 오르게 하는 물품보관에 따른 수수료 챙기기와 이를 파생으로 한 다양한 경제 시스템의 활성화는 돈의 흐름을 주시하며 상권을 다진 이야기들이  오늘날 금융 시스템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껴보게 한다.

어렵다고 느껴지는 경제에 대한 흐름을 조선의   역사적인 사례들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  부담감 없이 읽기에 좋은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합스부르크, 세계를 지배하다.

합스부르크, 세계를 지배하다
마틴 래디 지음, 박수철 옮김 / 까치 / 2022년 7월

유럽을 여행할 때  방문하게 되는 유명한 곳 중 하나가 쇤부른 궁전이다.

찬란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정, 특히 마리아 테레지 여왕의 여름 별장으로 알려진 이곳을 둘러보다 보면 한때 유럽을 호령했던 왕가를 자연스럽게  상상해보게 된다.

합스부르크 왕가-

현재도 입헌군주제 내지는 왕족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을 떠올려보면 그들의 세계는 혈연과 가톨릭이란 신앙 유지란 모토 아래 근친으로 맺어진, 그 결과물인 그들의 전형적인 주걱턱으로 연상되는 유전형질로 탄생한 모습들은 이미  많은 예술 작품들을 통해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유럽사에 관한 역사 속에서 등장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한 총체적인 통사를 처음으로  출간한 이 책은 기존의 잠깐씩 관련된 부분으로 등장한 것이 아닌 왕가의 출현부터 근 1000여 년에 걸친 기나긴 시간 동안 세계를 거의 장악하고 몰락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 가문에 대해 실질적으로 찾을 수 있는 10세기부터 시작되는 역사는 유럽 근방 한 가문의 출발부터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에 걸쳐 거대한 영향과  정치, 문화, 경제, 사회, 종교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별로 권력을 휘둘렀던 지배자들에 의해 막강한 힘을 끼쳤음을 들려준다.

이들이 긴 세월 동안 자신들의 가문을 유럽사에 뿌리를 내리기까지의 생존 방식은 결혼이란 것을 통해서였다.

역사 속에서 흔히 정략결혼으로 이어지는 동맹의 관계는 지금의 유럽 왕족들의 뿌리가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맺어졌음을, 점차 영토확장을 통한 카를 5세 때의 치세는 세계의 지배자란 호칭으로 불렸을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이런 영향은 각 유럽 왕조에 특출한 왕들의 이름 속에 합스부르크가 있음을, 특히 마리아 테레지 여왕의 다산으로 이뤄진 자식들의 결혼 정책은 한편으로는 영원한 왕가로서의 존재감을 뿜어낸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울듯 유럽의 정치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영광도 제1차 세계대전의 원인 중 하나인 사라예보 사건을 시작으로 점차 그 영광은 쇠퇴하고 붕괴를 가져오는 결과는 낳는다.

단일 민족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기에 나름대로 생존전략을 위한 개별 민족과 영토로 지배했다는 점, 유럽 대륙들 중 특히 중앙 유럽이 지닌 지형적인 조건이나 역사적인 정치 배경도 영향을 미친 부분이란 생각이 들게하며 , 이는 곧  분열로 이어지고   나치 독일과 소련의 영향권으로 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누군가는 올바른 정치가로서 선정을 베풀고 누군가는 예술을 지원했으며 또 누군가는 학자다운 면모를 지닌 성군으로, 때론 종교탄압으로 폭정을 저지른 왕까지... 

애초부터 이  모든 것을 안고 민족성을 뛰어넘는 보편성에 중점을 두고 이룩한 함스부르크 왕가, 그 영광의 자리와 마지막 퇴장의 순간까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내용들은 대장정의 역사 드라마를 보는 듯 다가온다.

유럽사에 한 획을 그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통한 유럽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