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페이지터너스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이광윤 옮김 / 빛소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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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이름이 다소 낯선 작가이자 출간된 작품이 많지 않지만  이미 유명한 작가들인 살만 루시디를 비롯해 수전손택, 우디앨런이 좋아한다고  알려진 저자의 단, 중편으로 구성된 선집이다.




총 5편의 작품들은 인간들의 본능과 욕망, 이성과 광기의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학과 아이러니를 표방하며 보여주고 있다.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  점쟁이의 말을 믿는, 아니 믿고자 하는 희망 섞인 감정은 들통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달콤한 말로 들리지만 이는 결국 자신들의 욕망이 이성을 앞서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결과는 끔찍함을 드러낸다.




또한 이것이 분명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말로써 의지 실천을 드러내고 보고자 했던 '회초리'의 다이망은 또 어떤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자신 앞에서 회초리를 무서워하는 어린 소녀를 구제하지 못한 채 그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 스스로 무릎을 꿇은 인간의 나약함의 실체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외에도 '지장미사'나 '유명인' 작품도 좋았지만 역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책 제목이기도 한 '정신과 의사'다.



읽는 내내 이성과 광기, 과학과 종교란 두 가지의 길을 통해 누가 정상인이고 정신이상자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시망 바카마르치 의사가 이상과 광기의 구분을 짓기 위해 정신병원을 설립하고 과학에 근거한 연구를 하면서 마을에 정신이상자를 수용함으로써 본연의 목적을 이루는가 했지만 점차 정신이상자의 기준이 모호해지면서 그의 판단에 의해 보통의 우리가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기준선마저 정신이상으로 몰아가는 과정을 통해 거의 모든 사람들을 병원에 수용하는 과정은 공포 그 자체다.



반기를 든 사람들 또한 선의의 행동에 나서지만 점차 권력의 우위에 서려는 또 다른 야망을 보임과 동시에 자신의 명예를 이루고자 하는 모습은 한마디로 블랙코미디를 연상시킨다.




우습게도 이 작품은 선의의 행동이 결국 한 마을을 독재정치, 전재정치처럼 한 사람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절차가 이루어진다는 아이러니 연속의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이 실로 허망한 헛웃음이 나오게 한다.




이카구아이시 시에는 단 한 명의 정신병자가 없다는 그 진실이 전해주는 씁쓸함과 박사 자신 또한 스스롤 걸어 들어간 결과물은 누가 정신병자이고 아닌지에 대해, "이성을 마비시키는 바스티유 감옥'이라고 말한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단. 중편만이 주는 간결함과 냉소적이면서도 해학이 깃든 유머들이 담긴 작품들, 브라질 문학만의 정수가 깃든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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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나비는 어디로 갔을까 - 제왕나비의 대이동을 따라 달린 264일의 자전거 여행
사라 다이크먼 지음, 이초희 옮김 / 현암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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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집 주변은 물론이고 예전처럼 흔히 보던 나비들의 자취를 찾을 수가 없다.




잠자리나 매미도 창가에 날아다니거나 울음소리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는 이 시대에 저자가 몸소 체험한 내용은 마치 나도 함께 여행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환경운동가이자 생태학자인 저자가 자전거를 타고 북미에서 '제왕나비'라 불리는 나비의 대이동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는 무려 264일 동안 멕시코, 미국, 캐나다를 돌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들려준다.








1년 동안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고 함께 찾아 나선 제왕나비-



사진으로 본 제왕나비의 모습은 아름다웠고 환경생태에 따라 스스로 체온이 변하는 외온 동물의 특성을 갖게 된 모습은  모든 종들의 적응력에 대한 이야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점차 해마다 숫자가 줄어들면서 각 나라마다 보호구역을 정해 그들의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내용은 특히 멕시코 정부에서 1986년 제왕나비가 월동하는 숲을 생물권 보호구역이란 이름으로 지정해 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조처한 취지는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제왕나비가 유일하게 먹는 식물인 밀크위드에 관한 이야기부터 옥수수 재배가 순수한 농업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양산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책에는 제왕나비와 함께 지구의 생태계에 대한 경고와 실제 그 현장을 목격한 내용들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위험성을 들려주고 있기도 하다.




특히 " 왜 우리가 제왕나비를 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저자는 제왕나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부분이나 생물학자가 말한 대목은 사진을 보고 나면 그 실감이 더 와닿는다.




화려한 모자이크식의 무늬를 나무에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고 추위와 습기, 더위를 이겨내면서 긴 이동을 하는 제왕나비들-







                                              (네이버 발췌)



이런 심각한 상황에 제왕나비에게 이름을 붙여서 이동경로를 살피거나 이들에 대한 연결점들을 연결하는 이들의 노고가  그나마 조금씩 제왕나비에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이는 어디 제왕나비뿐이겠는가?



당장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체험학습은 생각도 못하고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통해 박제된 것들을 볼 수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저자가 강연이나 글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비단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든 지구상에 연관된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멕시코 숲에서 월동을 하고 봄이 되면 떠나는 제왕나비, 다시 멕시코로 돌아오기까지 이들은 3~5세대에 걸쳐 릴레이로  긴 여행을 통해 자신들의 생존을 알리고 정착하며 다시 떠나는 반복된 삶을 이어 나간다.




자전거로 이동한다는 것 자체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만큼 환경에 대한 관심을 지진 저자의 열정도 놀라웠고 그녀가 만난 사람들의 친절함과 친밀감이 쌓인 이야기들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제왕나비를 알리기 위해 여행하면서 느낀 그녀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미래의 아이들에게 물려줄 존재 자체에 대한 우려와 관심을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은 지금도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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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의 밤 안 된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청미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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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상 그랜드 달성이란 기록을 갖고 있는 저자의 신작이다.



전작인 '절벽의 밤' 이후 오랜만에 후속작으로 만나게 된 이 작품 또한 독자들을  사건의 현장에 참여시키는 이른바 독자 체험형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다.



일명 '안된다' 시리즈로 불리는 작품 속 제목들과 연관된 이야기는 모란꽃을 주 재배하는 지역인 미고오리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과 사건을 통해 총 4편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면서도 연작처럼 이어지는 구성으로 이뤄진다. 



실종된 언니의 행방을 알기 위해 나서는 모모카의 사연과 산장지기의 이야기부터 시작되는 첫 번째 '묘진 폭포에서 소원을 빌어서는 안 된다'부터 마지막 '소원 비는 목소리를 연결해서는 안 된다'에 이르기까지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다시  조연처럼 사건과 연관이 있는 관계로 흐르는 진행은 추리소설을 웬만히 읽었다는 독자들에겐 흠뻑 빠져들 만큼 재미를 준다.



특히 작가의 독자 체험형 미스터리란 새로운 형성은 첫 번째 이야기부터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글의 짜임새 구성이 정말 놀라웠다.



이는 저자가 근거를 제시하는 패턴을 따라가면서  나름대로 진실을 파악했다고 여겼지만 인지를 못할 만큼의 시간차 속임수에 넘어가 버렸다.



전매특허처럼 여길 수 있는 한 챕터당 끝마무리에 보인 사진을 보면 또 다른 사건의 진정한 내막을 알게 된다는 사실이 추리의 맛을 기막히게 느끼게 한다.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을 이뤄주는 대신 소원 비는 자가 지닌 무언가를 가져간다는 전설을 지닌 묘진 폭포부터 마을이나  산에 얽힌 전래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는 일본 전통의 이야기와 그곳의 꽃과 자연풍광이 어우러져 여기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과 미처 막지 못한 사람들의 아픈 사연들이 왠지 공감을 사는 부분들이 있었다는 점이 또 다르게 와닿는  추리소설이다.









4편의 각 독립된 이야기가 마지막 챕터에 이르러  하나의 큰 원을 형성하면서 각 사건의 진상에 도달하는 점은 저자의 치밀한 계산과 소원을 이룬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의 각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깊었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와 네 번째 이야기는 조연의 등장이 없었더라면,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자의 행동이 이어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흘러갔을까? 하는 생각이 끝없이 들었다. 



저자의 작품 '달과 게'를 처음으로 접한 이후 그동안 다작이 아닌 철저한 글 쓰기의 달인답게 이번 작품 또한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읽기 전에 하나 귀띔을 하자면 반드시 작품 전체를 읽고 번역가의 글을 읽을 것!!! (나와 다르게 해석한 번역가 님의 글을 읽는 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재미도 있으니까.~)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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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 상 - 고려의 영웅들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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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부터  KBS에서 방영될  예정인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의 원작소설을 만나본다.



예전에 출간된 책을 이번에 재개정하면서 나온  이 작품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조선에 관한 부분들이 많았던 반면 고려사에 대해 다룬 역사 이야기는 그다지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우선 깊다고 생각한다.



실제 역사 시간에 배웠던 고려와 거란의 전쟁 내용은 서희의 강동 6주, 강감찬 장군에 대해서 많은 조명을 받았던 바, 이번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다룬 인물들 중에서 거의 다룬 적이 없었던 인물들 조명이 신선했다.








이 책의 배경인 제2차 거란과의 전쟁 상황에 대한 고려의 정국과 그 주위 배경을 그리면서 거란의 2차 침입 당시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저항하는 고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저자의 노고가 많이 깃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역사적인 고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저자의 글은 역사소설이 갖는 당 시대의 절묘한 상황과 전략전술, 병법들이 마치 살아있는 듯한 묘사장면으로 이어지면서 박진감 있게 그려지고 있어 모처럼 역사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갖게 한다.



 역사 속의 실존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번 소설은 김숙흥, 양규, 조원, 강민첨의 활약이 돋보였고 암기 위주로 외웠던 역사를 소설이란 장르를 통해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 읽어보고 느껴보는 시간이 좋았던 1부, 이제 본격적인 2부에서의 장대한 전장의 흐름이 기대된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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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짓말
라일리 세이거 지음, 남명성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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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게임의 목적은 거짓으로 상대를 속이는 게 아니라 진실로 상대를 속이는 것이다.



작품의 주제를 관통하는 이 문장으로 시종 내내 눈길을 뗄 수 없었던 작품, 뒤통수 제대로 맞은 느낌이라 작가에 대해 다시 한번 이력을 살펴볼 정도로 인상 깊었다.



13살의 에마 데이비스가 일명 '부자 년들이 가는 캠프'에 가면서 만난 세 명의 언니들의 실종,  그것도 한 오두막에서 같이 생활하던 그들이었기에 에마가 성장하면서 겪는 트라우마는 내내 정신병에 시달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후 화가로서 다시 재개한 그녀지만 그 사건에 대한 의문들, 결정적으로 그녀 자신이 진실에 대한 뭔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전개가 과거와 15년 후인 현재를 오고 가며 사건의 흐름을  그린다.



해리스 화이트 가문의 소유인 미드나이트 호수가 있는 나이팅게일 캠프에  미술지도 선생으로 초대를 받고 간 곳이지만 그녀는 여전히 과거 속에서 헤매고 있으며 이번엔 똑같이 자신과 함께 오두막을 사용하던 세 명의 소녀가 사라지는데, 과연 에마는 이 전말에 대한 것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어린 시절에 겪었던 사건의 현장에서 스스로 각인된 오해와 진실 속에 피해자가 생기고 과거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다시 찾은 캠프에서 벌어진 사건 양상이 기묘하게 닮았다는 점이 일단 누군가가 일을 저지르고 있단 생각이 들게 한다.



실제 에마가 느끼는 누군가로부터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시선,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비비안의 실체, 여기에 사라진 소녀들의 행방은 꼬리에 꼬리를 물듯 이어지면서 반전의 반전을 드러내는 장면은 특히 허를 제대로 찔렀다.



두 가지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이란 게임을 통해 스스로 알고 있었지만 방어기제처럼 모른다는 착각의 실체, 자신의 진실을 속이기 위해 상대방에게 진실처럼 보인 거짓말을 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하려는 소녀의 심리들이  과거 속의 그녀들과 현재의 에마가 겹쳐지면서 범인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나가는 심리전이 울창한 숲과 호수의 깊은  물의 느낌을 통해 더욱 두드러지게 그린다.




특히 테오와의 인연은 악연이라곤 하기엔 안타까웠는데, 그 상황이라면 에마가 아닌 나라도 테오를 믿지는 못할 것 같은 묘한 이어짐의 연속이라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그렇게 흘러갔을 수밖에 없었단 생각이 들었다.




실종 사건을 큰 줄기로 누가 아이들을 데려갔는가에 대한 의문과 실종된 과거의 소녀들의 차이가 에마란 주인공의 시선으로 따라가며 시종 두려움과 의심, 불안이란 감정들을 느끼며 읽은 작품이라 그 마지막 거짓말에 대한 진실이 여전히 서늘하게 느껴진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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