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들
안 세르 지음, 길경선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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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마술적인 흐름들, 생각했던 것처럼 흘러가지 않은 전개가 영화에서는 어떻게 들려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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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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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푹 빠져 읽었던 작가의 작품들이 거의 비슷한 주제를 갖고 있었던 부분들이 있어 신작이 출간되었어도 거리를 두던 차, 이번에 다시 새로운 신작으로 만나게 됐다.




동양에서도 그렇지만 서양에서도 점쟁이가 자신에 관한 이야기들을 듣는다면  한쪽으로 흘려 넘기기엔 유혹을 떨쳐내기란 쉽지가 않은가 보다.



-

“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 그 남자가 방금 전 네 뒤를 지나갔어.

그를 찾으려면 여섯 명의 사람을 만나야 해.”




조향사인 앨리스가 그랬다.


오래전부터 자신의 인생을 기다리고 있다는 곳으로 향하기에는 제삼자의 눈엔 이해하기 어려울 듯도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의 말을 믿고 운명의 남자를 만나러 떠나는 행보가 파격적이다.




앨리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엔 주변에 달드리라는 같은 이웃사촌인 화가가 등장한다.



화가의 주된 그림들이 교차로를 그린다든 점이 이색적인, 독특한 화가의 설정도 그렇지만 유산을 물려받고 자신이 그려보고자 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앨리스의 여행에 도움을 주는데, 그의 본심을 무엇일까?





저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드러운 분위기가 시종 즐겁다.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이스탄불을 향한 여행의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소통과 그 안에서 깨닫는 앨리스의 인생행보는 그녀의 탄생의 비밀까지 밝혀지는 연결선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시대적 벼경이 1950년대를 축으로 이스탄불, 앙카라, 여기에 아르메니아의 아픈 역사까지 그려진 내용은 앨리스란 등장인물을 통해 인생에서 행운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그녀에게 운명의 남자라고 생각하던 남자를 만나게 되는 과정이 로맨틱에 어울리는 장면과 함께 코미디를 함께 곁들여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다.




한번 맡은 냄새는 영원히 기억하고 냄새 또한 잘 맡는 조향사 앨리스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자신의 사랑 찾기와 인생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은 읽는 동안   그녀가  방문한 이스탄불을 함께 따라다닌 느낌이 컸다.




로맨스와 여행일기 같은 느낌이 많이 와닿은 작품, 훌쩍 이스탄불로 다시 가보고 싶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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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현화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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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간의 갈등이 서양보다는 동양 문화권에서 많다는 것은 서로 남남인 사람들이 가족이란 이름으로 출발하면서 겪게 되는,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의 위계질서 내지는 전통적인 문화권 차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다르다고 생각되는데, 저자의 이번 작품에서도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도자기 노포점 운영을 자부심 있게 운영하던 구노 사다히코와 아내 아키미, 그리고 곧 가업을 이을 아들 고헤이를  둔 그들에겐 청천 벼락같은 일이 벌어진다.



며느리와 손주가 친정에 간 사이 아들이 괴한에게 죽음을 당한 사건은 곧 범인이 며느리 소요코가 사귀던 사람이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빠른 전개를 보인다.




마지막 법정 선고에서 범인이 내뱉은 말과 아들의 장례를 치르면서 쇼오코의 남다른 행동에 의심을 두던 아키미의 생각들은 이후 매사에 며느리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인간은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며 자신만의 기준을 통해 타인을 해석하고 판단하려 한다.



이 작품에서 보인 아키미의 설득력 있는  의심 부분에서도 그렇고 쇼오코가 보인 행동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이해를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는 점을 그린 전개는 하루아침에 며느리와 관련된 일로  아들의 죽음이란 형언할 수 없는 비애에 잠긴 엄마의 존재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며느리와의 상반된 어긋남들은 저자가 그려보고자 한 주요 부분에서 극에 치닫는다.








모든 일에 연관성이 있는 며느리 쇼오코의 성정이 그렇다고 인정하면 그녀를 이해하려는 입장이 좀 더 쉬운 길이 있었지도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고 반면에  쇼오코가 시부모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표현했더라면 사소한 오해를 벗어나기에도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읽는 내내 나 또한 쇼오코를 전부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 장면들이 작가의 의도대로 긴장감과 스릴의 추이를 지켜보려는 의도에서 그렸다면 성공은 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계속 이어지는 사건의 전개상황이 조금은 답답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아키미처럼 쇼오코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게 만든 작가의 심리 변화를 그린 것은 마지막에 이르러 밝혀지는 내용이 인간이 지닌 선입견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던진다.




그렇지 않을까, 정말 그렇다고?, 그러면 그렇지, 정말 이것이 사실일까?, 이제는 믿기가 어렵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심의 연속성을 치밀하게 묘사한 장면들이 가족 간의 불신에 이르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 거짓 눈물 말이지. 악어의 눈물. 영어로 '크로커다일 티어스'라고 해. 악어는 먹잇감을 포식할 때 눈물을 흘리거든.- p 114




고부간,  아내와 아내로서 서로의  입장, 남으로 만나 가족이란 이름으로 맺어진 가족 간의 진실게임을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그린 미스터리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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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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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마다 지닌 특색들,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는 오롯이 여행자, 아니면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여행의 패턴 흐름상 자유 여행이 많아지면서 각 나라별 자신만의 여행기를 갖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언젠가 한번 방문하고 싶은 곳이 시칠리아다.






영화 대부, 마피아가 등장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지만  이곳이 지닌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면 그렇게 녹록한 곳만은 아니란 사실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 됐다.



지리적 여건상  시칠리아의 역사는 한시도 평온한 날이 지극히 드물었던 곳이다.



로마사를 읽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중요도면에서는 잠깐씩 요새나 지형적 유리한 위치를 이용해 적과의 전쟁을 통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으로 여겨지는 섬이란 특징으로  신화 속에서나 역사 속에서 무수한 고통을 받은 곳이란 사실이다.



14개의 민족, 국가, 왕족을 비롯해 군대가 들어와 점령함으로써 종교 자체도 가톨릭, 기독교, 이슬람, 여기에 문화적인 양식도 겹쳐지면서 독특한 형성을 이루어나간 흔적의 역사는 오늘날 시칠리아란 섬이 주는  그들의 많은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유럽사 전체를 통틀어 이렇게 다양한 민족의 침략과 피해를 온전히 당하며 살았던 그들의 모습은 저자의 인문학적이 역사의 시선과 여행자로서의 시선으로 모아져 보다 시칠리아에 대해 가깝게 다가설 수 있게 한다.




제주도보다 더 큰 섬나라, 이민자들의 역사와 디아스포라가 있고 그곳에서 발전에 대한 기대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기에 젊은이들이 일찍 섬을 벗어나고자 함은 오랜 세월 동안 익힌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처럼 다가온다.




자연의 척박함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어쩌면 더욱 강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이 터득한 삶의 방식이란 점에서는 역사의 부대낌 속에 다져진 것이 뿌리내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대부'속에서 알파치노의 명연기가 뛰어났다는 정평은 그의 혈연관계와 깊다는 것도 있지만 긴 시간 속에서 다져온 시칠리아 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 자체가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어져온다는 것, 그렇기에 시칠리아가  겪은 고통은 그들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이해를 함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온 책이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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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람
김숨 지음 / 모요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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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숨 작가의 작품들은  바닷속의 깊은 심연을  떠오르게 한다.


들숨 날숨을 들이 내쉬면서 때론 희망적인 숨을 그리지만 그것마저도 허락지 않은 삶의 고달픔, 그 고달픔이란 말 자체 보다도 더 깊숙한 숭고한 기억과 아픔들이 내내 잊히질 않게 한다.



기존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작가가 그동안 꾸준히 발표한 작품의 연결들, 시대에 휩쓸려 살아가지만 살아간다는 의미마저 느낄 수 없는 아픔들을 지닌 초상들이 이번 작품에도 작가만의 차분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일제의 원폭투하, 이어 해방을 맞은 사람들, 만주, 간도에서 온 이들은 대륙과 바다로 연결된 부산으로, 그곳은  고국을 떠난 자에겐 첫 발을 내딛는 출발지, 기존 땅에 머물던 사람들은 고국을 떠난 가족을 기다리는 장소다.



그런 곳에서 여러 등장인물들이 서로 마주치고 만나고 다시는 만나지 못할 인연을 가지면서 그들의 인생사연을 들여다보는 내용들은 아픔이란 말 자체도 어울리지 않은 깊은 내면의 상처가 숨어있고 그 상처들은 겉으로 드러내고자 하나 완전하게 보이지 않는 한계들을 드러낸다.



징용으로 끌려간 일본에서 원폭피해로 몸망가져 돌아온 남편, 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말에 나선 딸과의 이별, 집안 살림을 돕고자 방직공장과 조방취직을 하러 떠난 딸들, 굶기는 다반사, 언젠가는 돌아오길 기다리는 아낙네와 아이들...




-“아아, 해옥아!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테니 돌아와야 한다. 백 년, 천 년, 만 년 죽지 않고 기다릴 테니 몸 성히 꼭 돌아와야 한다.” - p 235




작가의 손길 하나에 담긴 이들의 사연엔 부산이란 도시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과 발자취, 여기엔 우리나라 사람들 외에도 일본인 아내로 한국남자와 결혼했지만 해방과 함께 버려진 여인들, 일본 현지처와 한국 처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 중국인들과 경쟁하면서 노동에 치인 조선사람들의 경쟁들, 자신의 이름이 세 가지로 지어진 여인의 사연은 역사란 이름하에 수면에 드러내 보이지 않은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준 글로 가득하다.




-여자는 도로 눈을 감고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가만가만 속삭이는 듯한 파도 소리에 귀를 귀울이던 여자는 자신의 이름이 세 개나 된다는 걸 문득 깨닫는다. 여자에게 조선 이름을 지어준 아버지는 그녀를 직업소개소에 팔았다. 일본 이름을 지어준 일본 군인은 그녀의 몸에 그녀가 읽지 못하는 글자를 새겼다. 그리고 지난밤 미국 이름을 지어준 미국 군인은 그녀를 들판에 버렸다.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여자의 입이 벙긋 벌어진다.

‘메리….." - p208








이렇듯 각자 인생에서 살아간다는 것, 인생에 담긴 인생의 쓰고 아픈  체념의 경지에 이른 이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작품들에서 보인 부분들과는 역사 속 현장을 마주바라야 함을 일깨운다.




가진 것이라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밖에 남은 것이 없는 이들의 목소리는 그래서 더욱 차분하면서도 그 차분함이 지닌 엄숙함, 내면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를 파노라마 영상처럼 훑어내린다.




영도와 해운대를 가로지르고 오늘을 살아내야 하기에 이를 악물고 버텨내는 사람들, 현실을 살아가지만 과거 속에 갇혀 있는 분노와 회한들, 그런 모든 감정선의 집단화는 죽어서라도 잊히지 않을 듯한 민초들이 내내 잊을 수가 없었다. 



검정 몸빼바지, 똬리 위에 생선 담은  양동이를 지고 하루의 양식을 얻는 여인네, 그 모습이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발전의 한 일부였던 시절을 생각하면 시대적 배경은 물론이고 그 시대를 살아가고 연이어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결코 잊혀서는 안 될 역사의 한 시절임을 깨닫게 해 준다.




문학이 지닌 힘이 이렇듯 독자들 가슴속에 내내 지워질 수 없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김숨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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