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말들
천경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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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말 한마디를 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우리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아마 답답한 것은 기본이고 그 이후의 감정들과 느낌들은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 넓혀주지 않을까 싶다.


예술분야, 미술의 분야에서 다루어지는 퍼포먼스의 행태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의도가 담긴 작품에 직접 참여를 하고 그 작품의 의미를 느낀다면 어렵다고만을 할 수 없는 무언가의 색다른 체험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부터 출발해 영상과 퍼포먼스,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을 담은 에세이집을 접했다.

다소 난해하게 다가오는 분야였기에 작가의 이력을 토대로 책을 읽어나가게 됐는데, 첫 느낌을 뭐지?라는 생각이었다.


인도 뭄바이 역에서 무작위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지닌 물건들 중에서 버리고 싶거나 타인에게 주고 싶은 물건 하나를 가져오라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펼쳐 보인 공연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뭉클함을 던져주었다.


하루에도 바쁜 일상 속에서 나가 아닌 타인에게 얼마나 신경을 쓰고 살았는지, 전혀 모르는 타인들과의 만남을 정해진 한 공간에 마주하고 앉고 행해진 퍼포먼스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세계의 발을 내딛는 느낌을 준다.







전혀 모르는 익명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참여들과 벌인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담은 첫 에세이기에 그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일들을 계획하고 실천했는지, 철학적인 인간에 대한 물음, 소통의 부재 속에 감춰진 인간 본연의 따뜻한 느낌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은 주로 ‘과거’ ‘기억’으로 이야기되지만 사실은 과거를 담은 ‘현재’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기억은 미래를 향해 지속적으로 변화될 준비를 하고 있다. 학교에서 배워온 사진의 전통적 방식, 순간을 최대 속도로 잡아내고 대상과의 일방적인 관계 맺기에 대한 나의 회의가 한계치에 다다랐을 때였다. 스튜디오 안에서 대상이 되는 인물들 간의 교감으로 일어나는 미세한 기운들, 우리가 모르던 감각들을 깨우는 사진을 통한 이 경험들이 과정만을 드러내는 퍼포먼스의 발단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사진이 없는 확장된 사진, 비로소 시간의 양 quantity이 아닌 시간의 질 quality에 대한 필연적 구상들을 시작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 



사진이란 매체를 이용한 다양한 이런 행위들 속에 타인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들, 특히 자신의 성인 천 씨에 대한 조상의 기원을 찾아서 중국에서 모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담은 프로젝트는 인간의 혈연과 오랜 세월 속에 전해진 말로 표현할 수없었던 것을 사진으로 보인 점들은 인상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인도의 독특한 도시락 배달부들을 대상으로 타인에게 전해주던 도시락이 아닌 온전히 나만을 위한, 나가 먹고 싶은 음식을 도시락통에 적어보란 프로젝트는 살기 위한 목적이 아닌 나만을 위한 무언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는 점들이 뭉클하게 전해졌다.






책 제목인 '보이지 않는 말들'이란 프로젝트는 제목에 걸맞은 지하에 묻힐 관에 글씨를 쓰는 작업을 통한,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발견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전방위적인 예술행위가 잊히지 않게 다가왔다.


말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행동과 행위들을 통해 인간의 소통을 보인 작가의 이색적이고도 참신한 예술들을 통해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도 싶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잠시 멈추고 벽 대신 빈 종이를 앞에 놓고 1분간 떠오르는 이름들을 적어보아도 좋겠다. 내 안에 있지만 살면서 한 번도 불러보지 않은 이름이 나올 수도 있다. 어쩌면 이 1분간의 시간이 아래 남아 있는 글을 마저 읽는 것보다 당신에게 더 나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 「1000개의 이름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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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고양이
모자쿠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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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동물들도 인간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서로 대화가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특히 집에서 키우는 애견이나 애묘들은 인간들 삶에 가장 가까운 동물들이기에 가족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이 시대에 정말 가능하다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본에서 트위터 개설 열흘 만에 10만 팔로어 달성, 전 게시물마다 수천 건의 리트윗 및 수만 건의 ‘좋아요’ 기록 등 트위터 최대 화제작 ‘잔소리 고양이’가 출간됐다.

 

적재적소에 나타나 할 말 다하는 고양이를 본 적이 있는가?

책을 펼치는 순간 엄마가 나타나는 줄 알았다.(^^)

 

 

고양이의 잔소리가 마치 엄마가 자녀의 잘못된 부분들을 지적할 때 말하는 소리 그 자체로 인간이 아닐 뿐 속시원히 말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대변해주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 캐릭터의 등장이었다.

 

지저분한 것을 못 보는 타입, 작심삼일에 그치는 집주인에게 대놓고 운동하라는 충고, 집안 곳곳에 쌓인 책 정리 좀 잘하는 소리, 소리, 소리 잔소리???

이것이 분명 잔소리일까? 싶다가도 애정에서 우러나오는 소리인 줄은 다 아시겠죠?

 

읽고 그림을 함께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책 속 고양이에게  정리 잘 못하고 결심에만 그치고, 음식 잘 흘리고 편식하는 모습들, 깨끗이 씻지 않는 주인을 보는 넌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런 반면 이런 진심 어린 고양이의 충고를 듣은 집사들은 행복하기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책 제목이 잔소리라고 되어 있지만 좋은 잔소리도 있기 마련, 진심 어린 기운 북돋아주는 용기 있는 한마디는 가슴 한편에 뭉클한 감동을 준다.

 

요즘 많이 출간되고 있는 냥이에 대한 책들과 만화들은 힐링이 되기도  한다.

 

 나름대로 동물들이 사람을  대변해 사람이 사람에게 전하는  쓴소리를 대신해주는 귀여운 캐릭터의 탄생은 그래서 더욱 막힌 가슴을 뚫어주기도 하는 시원한 사이다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정교한 그림이 아닌 특징만 포착해 그린 그림들이라서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고양이,

잔소리 많은 냥이가 있다고 싫어할 것이 아닌 때때로 이런 사랑스러운 잔소리를 해주는 냥이가 있다면 번뜩 정신이 들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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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보세요
커트 보니것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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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 작가와 박찬욱  감독이 사랑하는 작가로 알려진 커트 보니것-

 

이미 '제5 도살장'이라 작품으로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의 특허 전매라고 할 수 있는 유머와 촌철살인급의 적소에 날리는 문장들의 매력을 다시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

 

어머~ 이 작가도 이런 글을 쓰는구나 했던 생각이 들게 한 이번 작품집은 14편의 단편을 묶어서 출간된 책이다.

 

특히 커트 보니것의 미발표 초기 단편소설집이란 사실, 그중에서도 SF 작품들 위주로 선별해 묶어 출간된 내용들은 역시 커트 보니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총 14편에 담긴 이야기의 내용들 중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를 출세시킨 '개미'란 작품이 연상되고도 남는 러시아 개미 연구가들의 개미 화석 발굴에 대한 이야기는 친근하면서도 베르나르보다 훨씬 전에 이미 커트 보니것은 나름대로 이런 상상력을 발휘했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했다.

 

자신이 예언자로 둔갑해서 나오는 (실제 자신이 쓴 작품이 영화된 곳에서도 카메오로 출현한 적이 있단다.)'에드 루비 키 클럽', 뉴욕의 성악가 래리가 자신에게 음악을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여성들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이다가 그녀들이 말썽을 부리면 졸업을 시키는 냉정한 모습을 풋내기 엘런이란 여성에게 당하는 통쾌함이 반전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이 외에도 소설 전반부부터 후반에 이르기까지 각 장면에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도 유머와 능청스러운 행동, 그런가 하면 따뜻함이 SF라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만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 비록 비현실적이란 배경이라도 모두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즐거움과 블랙유머의 맛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특히 책 제목인 [카메라를 보세요]의 내용인  내가 지독히 싫어하는 사람을 대신 죽여주겠다고 접근하는 낯선 남자가 내 사진을 찍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궁금해한다면 꼭 읽어보시길~~

 

 

유쾌하게 즐기면서 읽은 책, 커트 보니것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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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경로 - 제2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강희영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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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행길을 가게 되면 지도를 통하거나 검색을 통해 가장 빠른 시간대에 도달하는 경로를 탐색하게 된다.

당연하게 알려주는 이기 문명의 혜택 앞에서 우리들은 자의든 타의든 간에 가장 효율적이고도 합당한 시간을 이용하려는 행동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기 마련인지라 어쩌면 이런 수단들이 없었다면 힘든 노력이 배가 되어야 함을 느끼게 된다.

 

제25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인 '최단경로'는 그래서 더욱 새로웠다.

 

 

소설적인 장치 위에서 변화되는 현대문명의 발전된 모습 속에 고립되고 외로운 모습의 인간들을 보인 것 자체가 서로 조화롭게 시도된 모습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원체 과학적인 부분과는 친하지 않은 면이 있어 책에서 보인 빅데이터라든가  알고리즘, 코딩 같은 부분들이 나올 때는 이해함에 있어 좀 어렵게 다가온 부분도 있지만 처음부터 시작된 문장을 넘어서면 소설 속에서 주는 인간미가 드러나는 전개 부분들이 급속도로 가깝게 느껴진다.

 

라디오 피디인 혜서가 전 책임 피디인 진혁이 남긴 프로그램 안에 숨긴 소리의 행방을 찾아 휴가를 내고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부분들은 어떤 사건에 다가서려는 인물의 모험처럼 보였다.

 

진혁이 사표를 낸 뒤 그의 행방을 쫓아간  그곳에는 진혁의 과거이자 결코 멈출 수 없는 현재의 애영이 있었고 그들 사이에 흔적인 아이와 애영의 엄마 교통사고로 벌어진 죽음이란 큰 흐름이 존재한다.

 

이 모든 일들이 서로 공유하는 정보에 의해 맵에 의해 따라갔던 혜서, 애영과의 만남과 주위 인물들의 등장과 대화들은 진혁의 행방을 쫓기 위해 온 혜서와 애영의 최단경로처럼 비친다.

 

누군가의 아픔이 상처가 되고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안락사를 택하기로 했다면,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도 던져보게 되는 책, 혜서와 애영의 만남으로 이어진 그들의 인연과 서로의 삶 자체를 그대로 수용하고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가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만 않게 들리는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자신과 아이를 저버린 진혁의 행방을 쫓는 두 사람의 만남은 다미안 교수가 제시했던 과제의 연속성처럼 보인 장치도 실로 저자의 탁월한 영리함이 돋보인 부분이 아닌가 싶었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면 누구나가 걱정이 없겠지만 인생이란 것 자체가 결코 만만하지 않기에 인간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삶의 방식이 저마다의 흐름이 있다는 것을 보인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가장 빠른 속전속결의 최단경로의 삶도 좋지만 우회로를 통해 가는 길목마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보지 못했던 부분들도 알아가는 기회가 온다면 이 또한 최단경로의 지름길 선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세계지도에서 공식적으로 삭제되었다던 샌디 섬의 존재, 그 섬이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이제 또 다른 새로운 섬의 정착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혜서나 애영도 이젠 저마다의 샌디 섬을 찾아가는 최단경로를 선택하는 일만 남았음을, 그래서 더욱 두 사람을 응원하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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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 미 백
A.V. 가이거 지음, 김주희 옮김 / 파피펍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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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발전해가는 인터넷 세상에서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들도 가상이란 이름 아래 실현되는 것들이 있다.

그러한 이면에는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들도 있기 마련, 실제로 지난해 안타깝게 삶을 저버린 연예인들이 있었다.

 

충성스러운 매니아 팬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일을 계기로 당사자에게 심적이나 육체적으로 힘들게 하는 악성 댓글들은 큰 결과 앞에서 심각한 문제임을 일깨워준다.

 

이 책은 영리하게도 이런 현 세태에 대한 이야기를 스릴러라는 장르를 이용해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그리는 여주인공 테사와 연예인 에릭쏜의 불안감은 이런 흐름들을 제대로 활용한다.

 

남자 주인공  팝스타 ‘에릭 쏜’이 겪는 정신적인 방황은 보이밴드  멤버였던 도리안 크롬웰이 여성 팬에게 살해당한 이후 더욱 심해지고 자신을 추종하는 광팬들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부분들이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우연하게 가상의 인터넷 세상에서 만난 둘의  대화는 로맨스로 흘러가는듯한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듯했으나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의 이야기를 그린 시점을 토대로 그린 것이라 조사 과정 또한 실제를 보는 듯하다.

 

경찰 조서, 트윗, DM 등의 형식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그려져 있고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 보인 추리의 맛인 반전은 긴장감을 유지한 채 그리고 있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작년의 안타까운 일들의 영향 탓인지 요즘 인터넷상의 연예인 기사에는 댓글을 못 달게 하는 장치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쓴 악성 댓글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충격과 죄책감, 공포가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댓글에 대한 신중한 자세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책이기도 했다.

 

10대들의 생각을 고스란히 반영한 듯한 흐름들이 실제 저자가 이런 일들에 대한 일들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자연스러운 글들의 호흡이 좋은 책이었다.

 

마치 다음 책을 기대해보게 하는 결말 부분들, 만약 차기작이 출간된다면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에 대한 기대를 해보게 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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