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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하이든
사샤 아랑고 지음, 김진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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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닌 인격 중에서 자신 스스로도 몰랐던 품성을 지니고 있다면?

아마도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 패턴과 그 실행에 있어서 커다란 일을 저지르게 됨을 볼 때면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완전범죄는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완전범죄란 말은 아마도 심증은 있으되 어떤 결정적인 단서나 물증이 없이 미완결의 상태로 남아 있는 미제사건이 다른 말로도 쓰일 수 있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을 접했다.

 

 

헨리는  유명한 소설가다.

그의 작품은 영화로도 판권이 팔릴 만큼, 유명 인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현시점에서 아내 마르타와 같이 살고 있다.

하지만 그에겐 말 못 한 비밀을 간직한 채, 몸을 사리고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소설가로서의 평판에 걸맞은 그의 글 솜씨는 소설가로서 책을 출판했다는 사실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그 까닭은 그의 작품 모두 아내 마르타가 쓴 것이기 때문이다.

 

은둔형에 가까운 마르타-

 자신은 오로지 글을 쓰는 것에 만족한 삶을 영위할 뿐, 작가로서의 길을 걷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출판사에 작품을 보낸 헨리가 졸지에 소설가로서 행세를 하게 된 것으로 인생역전의 길을 걷게 되는 계기가 된다.

 

두 부부 사이에 합의는 묵언적으로 그렇게 실행이 됐고 출판사 편집부에서 일하는 베티와는 어느덧 불륜의 사이로 발전, 뜻하지 않게 임신이란 소식을 듣게 된다.

 

마르타를 사랑하는 헨리, 아내에게 말을 해야겠다는 결심 하에 베티를 죽이려는 결심까지 하게 되고 베티를 절벽에 위치한 곳에서 만나기로 한다.

 

그 장소에서 차를 몰고 온 베티를 멀리에서 본 순간 차를 밀어버리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정작 죽은 사람은 아내 마르타란 사실을 알고 경악을 하게 된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

 

자신과 베티와의 불륜을 알고 있던 마르타가 베티의 차를 타고 만남을 약속한 장소로 갔던 것이 불행을 자초한 결과로 이어진 사건은 이후 헨리의 교묘한 전략에 의해 경찰 조차도 범인으로서 생각을 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그를 옭아맬 증거가 없기에 난항을 거듭하는 과정이 스릴의 맛을 즐기게 한다.

 

헨리는 그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비밀에 싸인 남자,  마르타는 그를 그렇게 부부로서 사랑을 해 왔고 베티 또한 자신의 임신을 알고 행동을 보인 헨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사건의 진행을 지켜보지만 헨리의 전략에 또 하나의 희생물로서 이용을 당한다.

 

이 책의 특징은 악인은 악인으로서의 행동만이 아니라 그 안에 또 다른 품성을 지니고 있는 하나의 인간을 보는 재미를 준다는 데에 있다.

헨리의 행동을 보면 악인은 분명한데, 그 안에 내재해 있는 또 하나의 착한 심성을 가진 또 하나의 자아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읽게 되는 과정이 독자들로 하여금 혼란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죽은 사슴이 고통 없이 빨리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나 자신을 미행해 온 보육원 동기생을 죽음에 몰아넣을 수도 있었을 상황에서 그를 구해주고 오히려 그가 헨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 상황을 연출하는 장면에선 의도적으로 행하지 않은 행동이 오히려 사건의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격이 되어버리는 타이밍의 여건이 작가의 촘촘한 구성의 틀에 짜여서 빈틈을 보일 수가 없게 만든다.

 

그도 알고 있다.

자신이 언젠가는 범인으로 밝혀질 것임을, 그러기에 그는 생각한다.

비밀을 간직하며 살아간다는 것과 진실 안에 거짓이 들어감으로써 어떻게 사람들을 혼돈에 빠뜨리게 되는지를....

 

- 거짓말쟁이들은 잘 알겠지만 거짓말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으려면 아주 약간의 진실이 들어 있어야 한다. 한 방울만 들어가도 충분할 때가 많지만 중요한 것은 거짓말 속의 진실은 마티니 속의 올리브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결코 자신의 행동의 차후의 결과까지 생각해서 보인 행동들은 헨리란 인물에 대한 탐구를 하게 만들고 완전범죄로 가기 위해 그가 실행한 일련의 일들은 대사와 대사의 맞물림이란 톱니바퀴가 어떻게 맞부딪쳐 돌아가는지, 그것을 따라 읽어가는 독자들을 현혹시키고 이런 맛에 책을 읽는다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 "비밀이 있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 건지 자네는 모를 걸. 그건 마치 기생충과 같은 거야, 영양분을 빨아먹으면서 점점 크게 자라지. 급기야는 심장을 갉아먹고 이제 밖으로 나오려고 해. 까딱하면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눈 위로 기어 나온다고.!" -p 51

 

 


- 체포되어 무거운 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거의 백 퍼센트에 육박하는데도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마도 검거율이 '거의' 백 퍼센트이기 때문일 것이다. 통계란 어디까지나 내 얘기가 아니라 남의 얘기니까. 그리고 통계라는 것이 '드러난' 범죄를 다루기 때문이리라. 드러나지 않은, 말하자면 들키지 않고 '성공한'  범죄는 비공개의 천국에 머문다. 여기서 도출할 수 있는 결과는 내년에도 올해만큼 많은 범죄와 복수가 발생하리라는 것이다.그래서 우리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다.

 

범인이 잡히지 않고 유유히 사라지는 것을 생각해 보니 문득 '유주얼 서스펙트'란 영화가 생각이 난다.

천연덕스럽게 형사와 마주 앉아 강심장을 드러내며 조목조목 일련 하게 알리바이를 성사시키는 주인공의 허를 찌르는 마지막 압권을 결코 잊을 수가 없는 장면 중에 하나이기에 이 책에서 나오는 헨리의 심리를 따라가 보면 자신의 죄를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저지르게 된 살인, 정확히 말하면 사고로 시작해서 그럴 듯 하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계획하에 저지르는 행동들이 범인은 실제 가까이 있지만 주위의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들이 그럴듯 하게 그려진다는 점에서 완전범죄의 성립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는 살면서 항상 바른 말, 참된 진실만을 얘기하고 살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는 삶이겠지만 때때로 뜻하지 않게, 아니면 상황에 맞춰서 고의적인 거짓말을 하게 된다.

헨리의 심리를 따라가다보면 일말 그의 행동에 왜 그런일들이 벌어져야했으며 고도의 두뇌게임을 벌이는, 그러면서도 영화 리플리를 연상시키는 듯 하지만 다른 패턴의 구성들이 촘촘하게 그려진다.

 

 

'한 번도 혼자인 적이 없는 것보다는 항상 혼자인 것이 낫다'란 문구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 속의 문장, 정확히는 아내 마르타가 쓴 구절이기도 하지만 헨리의 인생을 대변해 주는 말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악몽으로부터 살기 위한 인생의 길을 간파한 그 답게 나머지 인생의 길도 여전히 혼자이니 말이다.

 

 

악인은 그 형량에 맞는 벌을 받은 것이 마땅하지만 때론 정의가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돌아가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책이기에 색다른 스릴을 읽길 원한다면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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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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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을 처음 접한 것을 뒤로하고 이번에 장편소설을 통해  작가를 다시 만났다.

처음 접한 작품이 SF를 다룬 소설집이었기에 이 책에 대한 기대도 커짐을 느끼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느낌이 참 좋다.

 

가끔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나와,  만일 타임슬립을 이용할 수 있다면 어느 시대, 어떤 장소, 누구로 경험해보고 싶은가 하는 질문들을 던지고, 각 개인들마다 내놓는 기발한 답들은 나도 모르게 현실에선 비록 어렵지만 공상적으로나마 상상을 해보곤 하던 시간이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나게 했다.

 

아인슈타인은 머지않아 인간이 시간을 정복할 날이 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그렇다면 과연 타임머신을 이용해 과거의 어느 시대로 가 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예측한 이론의 근거들에 비추어보면 가상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과학의 발달로 인한 앞날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방송 드라마에서도 이런 장치를 이용한 극들을 보고 있노라면 허구지만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배경은  1976년 6월 9일이다.

이날은 흑인 여성 다나의 생일이자 약혼자인 케빈과 새로 살 집에 이삿짐을 정리하게 되면서 시작이 된다.

갑자기 현기증을 느끼는 다나, 깨어나보니 케빈과 새 집은 온데간데 없고 어느 숲 속에 자신이 있다.

이 곳은  1815년 메릴랜드 주의 숲. 왜 자신이 이상한 과거의 장소로 와 있는지도 깨닫기도 전에 호수에 빠진 한 소년을 보게 되고 본능적으로 그 소년을 구하게 된 다나, 하지만 소년의 엄마는 흑인이 자신의 아들을 구한 사실을 알고 경악을 하게 된다.

 

이러한 시간의 역 이동은 순간적으로 반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인 1970년대와 과거 백인이 소위 말하는 흑인 노예를 다루던 시대를 오가며 겪게 되는 일들을 다나란 여인을 통해 보여주는데, 다나란 흑인 여성이 처한 당시 1815년의 시대를 살아갈 때는 오로지 그 당시에 맞추어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현대적인 의식 속에 살아가는 현재의 흑인 여성 다나는 노예를 하나의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백인들의 시선에서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 도망 다니다 잡혀오면서 매 맞고 다시 노예의 생활을 하는 다나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뿌리와 인종적인 차별, 그 안에서도 힘없는 여성이란 존재가 지닌 연약함을 무방비로 강간하고 이용가치가 없을 시에 다시 팔아버리는 행위를 하는 백인들의 행동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 케이블에서 방영한 뿌리 4부작이 생각났다.

아주 어릴 적 보았던 알렉스 헤일리란 작가의 뿌리는 무척 길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방영된 것은 진액만 뽑아서 만든 것인지 좀 짧다는 아쉬움을 주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쿤타킨테의 딸이 주인집 딸의 때로는 친구로서, 때로는 장난감이란 존재로서 동거하다 끝내는 팔려가고 팔려간 백인 주인에 의해 강간을 당하고 아이를 낳는 장면들, 백인 감독관들의 무차별적인 흑인 노예를 길들이거나 총살하는 장면들은 흑인의 역사를 보는 듯한 느낌과 울분, 통탄을 다시 느끼게 해 준 드라마였다.

 

특히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의 전개를 보면 여성의 필치답게 흑인 여성인 다나의 시선과 행동을 통해 인종과 노예란 제도, 특히 젠더란 문제를 공상이란 장치를 이용해 결합해서 시도한 점들이 상당히 어색하지 않게 그려졌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공상 속의 시간으로 들어가 이미 과거의 결과물을 알고 있는 주인공이 위험에 닥쳤을 때 어떤 행동을 하면 위기를 모면한다는 식의 모험극이 아닌 인간이 이룬 사회란 토대 위에서 벌어졌던 각 역사 속의 인식 문제를 소설이란 장치를 통해 극명하게 보여줬단 인상이 기억에 남게 하는 작품이다.

 

이 책 속에서 나오는 힘없이 당하고 사는 흑인들의 삶은 저자 자신들의 조상의 일들을 그린 것이었고, 지금은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인종 용광로란 이름을 달고 사는 미국이란 나라의 독특한 정치와 인종들 간의 불화는 이미 일찍이 이런 점을 느끼고 있었던 저자의 생각을 드러내 보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속도감이 좋게 읽힌다.

이 말은 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심을 증폭시키는 저자의 구상력과 필치, 그리고 소설이라고는 하나 인간 사회에서 벌어진 인류학적인 문제점과 사회적으로 바르지 못한 처사에 대한 일들을 풀어낸 저자의 역작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신분차별이 있던 시대가 있었던 만큼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역사도 생각나게 만든 작품, SF계의 ‘그랜드 데임’이란 이름을 받을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윈제인 KINDRED를 한국식으로 드러내 책 제목으로 삼았으면 훨씬 좋았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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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차일드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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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SF계열의 소설가들을 꼽으라면 대표적인 작가들이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인 , 로버트 하인라인, 스티븐 킹이 생각나는데, 이 작가의 이름은 처음이었고 따라서 작품도 처음 접해본다.

 

 알고 보니 일부 이 작가에 대한 작품이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유명한 것이었고 절판되다시피 했던 작품들과 더불어서 처음으로  작가의 단편집과 저자의 에세이 두 편을 포함한 것으로 책이 출판이 되었다.

 

저자는 흑인이다.  흑인이면서 여성, 더군다나 SF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남성 위주인 것으로 생각하고 또 대부분 그런 작품들을 대해왔기에 이 작품은 어떤 다른 점이 도드라져 보이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한마디로 정말 독특한 시선, 생각과 사고력, 그에 따르는 작가의 흑인이면서 여성이란 범주에 머물지 않는, 소개면을 보지 않았다면 여성의 작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처음부터 빨리 읽히는 작품은 아니었다.

기존의 판에 박혀있는 듯한 설정과도 약간 다르고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와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들을 다시 들춰보게 만드는, 여기에 덧붙여 작가의 해설 부분들을 접할 때와 그렇지 않고 읽을 때 받아들이는 느낌들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 이 책에 대한 소장가치를 더해준다.

 

여러 내용들 중 책의 제목인 블러드 차일드가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각종 상을 휩쓴 작품인 만큼 인류에 대한 가치와 그에 따른  먼 미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읽어도 무방할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배경은 인간이 숙주의 몸으로서 살아가게 되는 설정인데, 여성이 아닌 남자 주인공의 몸에 자신의 종족을 심어 퍼트리는 트가토이란 외계 생명체와 그들이 보호하고 보살펴주는 대가로 자신의 몸을 빌려주는 일을 하는 지구인들의 삶을 그린 이야기다.

 

여성이 아닌 남성의 몸에 기생하고 여성처럼 임신한 몸으로 변해가는 남성들의 변화, 어떤 반기를 들 생각조차 못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지구인들의 삶을 그린 이 책은 비록 가상의 소설이긴 하지만 인간의 오만에 가득 찬 세상을 비판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슈왈제네거가 출현한 영화가 문득 생각난다.

그 영화는 코미디에 가까운 영화였지만 역시 남자가 임신한 상태를 그린 영화였던 기억이 남는데,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갖가지 임신 증상과 점점 불러오는 임산부들의 상태를 여러 상황에 맞춰 그렸다는 점에서 당시엔 웃으면서 봤지만 이 책 속에서 그려지는 인간 남성 숙주들의 삶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게 그려진다.

 

흑인이면서 여성이기에 그런진 몰라도 책 중간에 나오는 대사들을 보면 자신의 조상들의 삶을 투영하는 듯한 대사들을 통해 외계 종족이 지구 인간들을 다루는 부분들은 형식만 SF를 빌려 왔을 뿐 작가가 드러내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들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이밖에도 DGD특정 인자를  가진 화자가 등장하는 저녁과 아침과 밤, 가족이란 단어를 새삼 돌아보게 만드는 가까운 친척. 버스 안에서 난투극이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넘어감, 이 외에도 다른 내용들을 다룬 것들도 마찬가지로 디스토피아의 어두운 세계를 조명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미래는 디스토피아로 가는 것이 아닌 오로지 인간들이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는지에 따라 미래의 모습은 달라질 수도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휴고상과 네블러상을 동시에 수상한 저자다운 이력을 느끼게 해 준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자전적인 에세이  두 편, 또한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기에 단편이지만 중,장편 같은 느낌들을 받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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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조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0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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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들마다 선호하는 장르가 있듯이 그 안에서도 시리즈로 출간하는 작품들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경찰관이나 형사가 주인공인 시리즈가 많은 것을 보면 독자들의 호기심과 주인공들의 활약이 그만큼 활력이 있게 그려진다는 뜻이란 생각이 든다.

 

일본의 대표적인 경관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사사키 조-

그동안 출간한 작품인 '안조 시리즈'란 이름으로 각인이 될 만큼 경찰관들의 세계를 가장 내밀하게 그려낸 작가가 아닐까 싶다.

 

오랜 공백을 깨고 출간한 시리즈가 바로 이 책, '경관의 조건'이다.

전 작인 '경관의 피'에 이은 세월의 연결 고리로서 안조 가즈야가 등장한다.

안조 가즈야의 할아버지, 아버지의 대(代)를 이은 경찰관 신분은 책 전체에 짜릿한 스릴과 흥분, 그리고 점점 조여 오는 실체들과 마주하게 되는 구성들이 지칠 줄 모르는 독서력의 힘을 뒷바침 하게 해 준다.

 

아버지가 각성제 과다복용으로 인한 인질 살해범에 의해  현장에서 순직 한 후인 9년이 흐른 시점에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아들 안조 가즈야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관이란 신분을 달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타 동료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수사력과 범인 검거망을 자랑하는  가가야 히토시 밑에서 일을 배우게 되는 그는 사실 상부의 지시에 따라 가가야의 행동에서 경찰관으로서 어긋나는 점을 포착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는 상태다.

아무리 뛰어난 실적을 자랑한다지만 타 경찰관들에 비해 경찰과 범죄 조직 사이를 넘나드는 그만의 특화된 친화력이 오히려 경찰 내부에선 감찰의 대상으로 바뀌게 된 것.

 

범인을 잡기 위해 각성제를 보유한 혐의는 곧 안조의 고발에 의해 검거가 되고 이는 각성제 불법 소지죄로 체포되었지만 법정에서 범죄조직의 이름과 경찰관과의 관계를 폭로하지 않은 채 경찰 조직에서 쫓겨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마약밀매에 대한 조직들의 변화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경찰로서 파악하는데 한계를 느끼던 차, 서로 다른 부서 간의 정보 교환 실패로 현장에서 경찰관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경부 시험에 합격한 후 조직범죄 대책부 제1 과 제2대책 계장으로 발령받은 상태에서 안조가 행동한 결정은 타 부서의 부하 죽음으로 결말을 맺게 되었고 이는 같은 경찰관이란 조직 내에서도 서로 원망과 불만, 질타의 시선을 느끼는 신세가 된다.

 

고심 끝에 다시 가가야를 불러들인 경찰은 그를 예전의 경부라는 계급으로 역시 조직범죄 대책부 제5과의 계장으로 복직시키게 되고 이후 두 과는 같은 목적을 두고 다른 방향을 통해 밀매조직에 대한 검거를 위해 조사를 해 나간다.

 

언뜻 보면 자신을 고발한 부하에 대한 원망 때문에 안조에 대한 사사건건 불만에 싸인 가가야의 모습을 기대할 수도 있었을 글의 구성은 전혀 달리 흐른다.

 

안조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통적인 수사기법대로 지휘를 하면서 범인을 색출해나가는 과정을,  여전히 독단적인 개인행동으로 그의 예전 실력을 발휘하는 가가야의 행동은 녹슬지 않은 그의 연결고리 답게 뒷골목 세계 두목들과 뒷 배의 다른 정보원을 통한 범인 색출 방법이란  상반된 면을 갖고 있기에 읽는 독자들은 어떻게 한 지붕 아래에 두 가족이 한 곳에 모이게 되는지를 때때로 안조의 생각으로, 다른 한편으론 가가야의 행동과 말, 시선으로 같이 들여다볼 수가 있는 점이 재미를 돋운다.

 

뒷골목 세계의 룰을 알고 그에 따른 상응 법을 이용해 범인을 색출하는 방법이 과연 경관이란 직업을 가진 자로서 올바른 수사법인가? 아니면 안조처럼 경관으로서 지닌 모든 정보와 직감을 이용한 것을 토대로 범인 조직을 잡는 것이 옳은 방법일까?

 

책은 이 두 갈래 길에 들어선 스승과 제자의 관계처럼 보이던 두 사람 간의 처신과 방법들을 보여주지만 책을 읽으면서 어느 누가 바른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범인 잡는 목적은 같되, 경관으로서 지닌 사명감만은 분명 두 사람 사이엔 다른 의견은 없을 테니까...

 

호루라기, 그것은 경관으로서 지녀야 할 하나의 몸에 지니고 다니는 필수품이지만 같은 경찰 조직 내에서의 경쟁 심리는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가 명예심과 성취도를 먼저 이루려는 점 때문에 여러 번 결점을 드러낸 점, 가가야처럼 경쟁 심리가 아닌 오로지 자신이 뜻하는 목적을 이루고자 했을 때처럼 행동했더라면 결말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생각해보게도 된다.

 

동료들부터는 범죄 조직과 연관을 맺고 있다는 의심을 받은 남자, 하지만 그는 뼛속까지 경관이었단 점을 드러낸 부분들이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일본 아마존 독자평 전원 별 다섯이란 신화의 책 띠지가 정말 와 닿을 만큼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모두가 실제처럼 느끼게 만든 저자의 섬세한 표현들이 마치 실제 경관이란 직업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들게 할 정도로 철저하게 그들만의 세계를 표현해냈다.

 

오랜 시간 끝에 나온 책인 만큼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한 저자의 책을 기다려온 독자라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경관의 조건, 책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가가야 히토시, 그는 진정한 경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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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의 상인들 - 프란치스코 교황 vs 부패한 바티칸
잔루이지 누치 지음, 소하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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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을 믿고 있든 안 믿고 있든 간에 새로운 교황의 선출 소식은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바오로 2세 전 교황 때도 그랬었고, 매번 콘클라베란 신성한 의식을 통해 선출된 교황이란 자리는 전 가톨릭을 믿는 모든 신자들이 굳건한 믿음을 갖고 그분의 뜻에 따라 자신의 신앙심을 더욱 굳건히 하는데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임엔 틀림이 없다.

그러기에 가톨릭 역사상 두 번째에 해당되는 선종이 아닌 현역에서 물러난 전 교황의 자리를 이어받은 프란체스코 교황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더욱 크게 와 닿았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란 것이 어떤 고난이나 힘든 일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의지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그곳에서 자신이 보고 믿고 행동하고자 하는 도움을 준다는 것에는 대부분의 신앙을 갖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 아닐까 싶은데, 종교가 지니고 있는 방대한 구조가 점차 커짐에 따라 여기에 따르는 좋지 않은 일들도 발생하기 쉽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전무후무한 새로운 기록을 갖고 선출된 교황은 그런 만큼 자신의 역량을 힘껏 발휘해 좀 더 가톨릭의 본래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이  '개혁'이란 칼을 휘두르게 된 배경으로 이해가 되며, 오랜 세월 견고하게 다져온 성을 허물고 보다 더 나은 미래의 성을 개축하고자 하는 마음이 이 책에선 여실히 보이는 책이다.

 

 

책은 먼저 1978년 요한 바오로 1세가 연설문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갑작스레 죽은 사건부터 시작한다.

그 후 제 266번째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체스코 교황이 국제 감사관으로부터 받은 편지는 그에게 커다란 일대의 결심을 일으키게 되는데, 바로 바티칸과 교황청에 관한 실사 보고를 토대로 한 그간의 부실행정에 관한 내용이었다.

 

선출된 당시부터 개혁의 의지를 생각하고 있었던 교황이었던 만큼 오랫동안 비밀유지 차원에서 밖으로 공개되지 않았던 일들과 문서들이  발표를 통해서, 그리고 본격적으로 교황이 직접 선출한 외부 인사들을 파격적으로 내세운 구성단을 차림으로써 개혁이란 이름의 박차를 가하게 된다.

 

 

 

저자는 이탈리아 저널리스트로서 쉽게 접해볼 수없었던 바티칸시국 안의 여러 내부 사정과 관련 기관들의 역할들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음으로 해서 그동안 알고 싶었어도 알 수 없었던 바티칸의 내부를 통해 그곳에 안주한 추기경들의 암투와 현재의 현상유지를 원하는 보수적인 집단과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기관들과 교황파 간의 대결들이 어떻게 거쳐 왔는지를 소상하게 알려준다.

 

가톨릭의 본산인 교황청과 바티칸시국의 현상유지는 가장 대표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전 세계 교구로부터 들어오는 '베드로 성금'이란 이름으로 붙여진 것 외에도 세계 각 처에 분산되어 있는 부동산과 유가증권을 들 수가 있을 것이다.

 

원래대로 하자면 베드로 성금의 이용은 가톨릭 교회의 목회자를 지원하는 데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감사관의 보고에 따르면 바티칸의 행정의 부실금액을 채우기에 이용이 되었고  부동산의 정확한 실체와 개수, 현 시세에 맞는 정확한 부동산의 가치와 임대를  주지 않아 임차인들로부터 현 경제의 시세에 맞는 임대료를 제대로 계산해 받고 있지 않다는 사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부동산을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는 재무제표란 말을 모를 정도의 무지의 사람들이 관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 시 복성인에 대한 추천 과정과 그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경비들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자료들을 기록하고 있지 않는 사실들을 읽으면서 정말 막막하다는  안타까움마저 내뱉게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양파처럼 겉껍질을 벗기고 보니 그 안의 속이 겹겹이 쌓여 있어 그 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모를 정도로 오랜 세월 그렇게 유지를 해 온 것이 밝혀졌다.

 

어떤 보수를 할 계획에 있어서도 입찰경쟁 식이 아닌 알음알음 추기경이 알고 있는 사람, 그 추기경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람들,,, 이런 식으로 보수를 맡기게 되고 바티칸 박물관에서 나오는 수입의 금액과 재고의 차이, 연기금의 불안정한 미래, 예산을 측정하기 위한 자료 요청에도 각 부처와 부서마다 태업이나 모르쇠, 시간 끌기를 통해 교황의 개혁을 저지하려는 반대파의 행동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게 되는 개혁의 어려움을 드러내 보여 주고 있다.

 

추기경들의 화려한 아파트 생활과 추기경으로서의 이름과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살아가는 이중적인 생활의 면모를 보이는 일부 추악한 성스캔들에 나오는 추기경들, 이 때문에 바티칸의 ‘동성애 로비단체’는 고위 성직자들의 취향에 맞춘 성매매를 알선함으로써 안정적인 정부 일자리와 수고료를 받고 있다는 현실이 그동안 소설책에서만 다뤄왔다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서의 각 사건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밝혀지는 가톨릭의 또 하나의 부끄러운 일들을 낱낱이 밝혀내고 있는 책이다.

 

교황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프란체스코란 이름을 사용하는 교황의 개혁 의지는 가톨릭이란 종교의 본질은 무엇이며 이를 행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의 방안을 고심하는 것을 바티칸시국 외에 각 본분에 맞는 역할을 하는 추기경들은 적극적으로 지지를 하며 새롭게 변신할 수 있는 의지를 표명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해 보게 된다.

 

무엇이든지 처음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어렵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선대의 교황들도 노력을 해왔지만 결국엔 행동으로 나서지 못했던 어려운 현실적인 부분들(어느  부분을 거슬러 올라가기까지 정확한 자료 자체가 없거나 없애버렸거나, 아니면 종교 특유의 암묵적인 동의로 인한 비밀문서 해제 거부....)을 과감히 개혁이란 것을 통해 깨끗하고 투명한 가톨릭으로 태어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활동을 보는 것 같아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된다.

 

비밀문서 도난과 경고에 해당하는 암묵적인 행동들, 도청장치 사건을 겪음으로써 사람들의 의지를 위축시키는 행동들은 이제는 이 책이 출판이 된 만큼 신도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을까?

 

프란시스코 교황의 개혁의 성과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나아졌다는 것은 볼 수가 없단다.

오래 썩은 물을 제대로 깨끗한 물로 바꾸려면 여러 차례 물을 퍼내야 하고 다시 새로운 물을 채워 넣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프란체스코 교황의 개혁은 여전이 ~ING....

그러기에 교황이 그동안 말한 내용들이 더 실감 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실천하는 이런 개혁의 의지들이 좋은 결실의 열매가 맺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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