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밀크
데버라 리비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6년도 맨 부커상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작품 '핫 밀크'-




그리스인 아버지와 영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소피아는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 밑에서 성장하지만 엄마의 원인 모를 다리 지병으로 인해 박사과정 학업을 포기한 채 커피점 웨이트리스로 살아가는 25실 여성이다.




전적으로 엄마의 간호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그녀는 스페인으로 엄마의 병을 고치기 위해 가게 되고 그곳에서도 마찬가지로 별반 다를 것 없는 엄마의 모든 비위를 맞추며 생활한다.




가족 중 한 사람의 건강이상, 그것도 오로지 자식 하나인 자신의 몫으로 헤쳐나가야 하는 실정인 소피아의 일상생활을 통해 그린 이 작품은 가족관계의 모순과 갈등, 여기에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성장과정과 그 이후 독립된 자아로서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이어가는 것이 아닌 전적으로 엄마에 의지하고 엄아를 돌봄으로써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과정을 그린다.  




-나는 내 어머니에게 얹혀사는 짐이다. 어머니는 내 채권자고, 나는 내 다리로 빚을 갚아가고 있다. 그녀를 위해 늘 그녀 주변을 뛰어다니며. - p 49





인류학을 전공하고 앞 날에 대한 꿈을 있었던 그녀가 걸을 수 있지만 걷지 못하는 엄마의 병을 위해서 그동안 자신의 인생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조차 생각하지 않았던 그날이 그날인 삶에 대한 원동력을 잃어버린 흐름과 갈등은 그 어디에서도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움과 고독을 함께 그린다.




자신보다 5실 위인 여성과 재혼해 딸까지 낳은 아버지, 그 아버지조차 자신에 대한 존재 의식을 부담스러워하며 그들만의 안정적인 가정의 화목을 목격한 그 씁쓸함이란...




그런 그녀가 스페인에서 매어있던 개를 풀어주고자 한 의지는 어쩌면 자신을 본듯한 마음이 들었던 것을 당연할지도 모른다.




울부짖으며 뛰쳐나가고 싶었던 개, 그 개의 자유란 다름 아닌 자신이었고 그곳에서 만난 독일 여성 잉그리트 바우어와의 만남과 사랑은 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보게 한다.









자립이고 독립적인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과 실천에 대한 생각들,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에서 볼 수 있는 애증과 불만, 여기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파블로의 개처럼 바다로 뛰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소피아란 여성의 인생을, 그런 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적으로 의지하되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엄마의 태도들은 가족이란 이름 아래 지독히도 사랑하고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애증의 관계를 드러낸다.





- 내 어머니를 향한 내 사랑은 도끼와 같다. 그것은 아주 깊이 찍고 벤다. - p 222




그런 소피아에게 고메스 의사는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것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엄마의 주치의지만 그녀의 인생에 하나의 길잡이처럼 여길 수 있는 조언자처럼 보인다.




사랑도, 학업도, 그 어느 것 하나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던 환경에 처한 소피아란 여성을 대표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모습을 저자는 보다 원대하고 큰 자유를 바라는 여성들을 대표로  희망이란 이름으로  그려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두 모녀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결혼, 이혼을 통해서 자신의 모든 인생에 대한 아픔을 간직한 엄마란 존재와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엄마를 저버릴 수 없는 갈등, 그런 가운데 자신의 사랑감정과  자식으로 느끼는 부모에 대한 부채와 이에 대한 책임감까지 은유를 통해 잘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 속 엄마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이해할 수없었던 부분도 있었던 작품,  자식의 앞 날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좀 더 일찍 소피아에게 보였더라면 좋았겠단 생각도 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의지와 증거
비그디스 요르트 지음, 유소영 옮김 / 구픽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석 바로 전 홈 쇼핑에 호스트가 방송 끝 무렵에 행복한 추석을 보내시라는 말 끝에 우스개 소리로 가족들 간에 싸움은 하지 마시고요~라는 멘트를 듣는 순간 모처럼 그동안 모이지 못했던 가족들의 오손도손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연상됐다.



그런 가운데 가족들 간에 어떤 부분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으로 인해 마찰이 있을 수도 있고 이것이 웃음으로 넘겨가며 지날 일도 있겠으나 깊은 문제의 회피를 더 이상 건드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 언저리에 간직된 심리도 들어 있을 수도 있는 경우도 있을 터, 이 작품을 대하는 순간 베르기요트의 마음은 어떠했을지를 생각해 본다.




아빠는 다섯 달 전에 돌아가셨다.-




첫 문장 이후로 그녀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결코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아니 단어는 수월하게 읽혔는데 한 장 한 장 넘기기까지 사흘을 붙잡고 있었던 근저에는 50이 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가족 앞에서 말하기까지 그녀의 일생 부분 부분들이 결코 쉬웠을 것이란 생각은 할 수 없었던 환경이 내내 마음을 울렸다.




아버지의 사망 이후 별장으로 사용하던 두 별장을 두 여동생에게 물려준다는 유언과 오빠와 자신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었단 사실은  23년간 거리를 둔 부모와의 일을 정면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고 같은 형제지간이지만 부모의 차별적인 대우에 응할 수 없었던 오빠의 주장에 베르기요트는 이 일로 뛰어들게 된다.




단순히 유언에 제시된 상속 때문이라면, 서로 간의 의논과 협의를 통해 조정이 될 수도 있지만(실제 차후 이런 노력들이 있다), 사실 베르기요트가 친정에 발을 끊었던 결정적인 그 일은 부모로서 지닌 책임감 회피와 비밀 발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식의 입을 막으려 했던 모종의 행동들과 언사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5살부터 7살 사이에 행해진 아버지의 성폭행과 이를 알고 있었을 것이나 짐작으로  (아니면 첫아들이란 위치로 엄격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 아들을 다뤘던 아버지, 외도를 통한 불륜을 저지르고 이혼을 하기 위해 결정적 구실을 제공하기 위한 확인으로 딸인 자신에게 물었던 엄마, 외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온 엄마의 무능력과 아빠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은 그녀가 상황을 깨닫고 엄마에게 진실을 말했을 조차도 무시되었다.




그런 그녀가 자발적으로 이 모든 고통을 헤어 나오기까지 겪었던 정신분열 검사 과정과 그녀 스스로도 인지했듯 인간관계의 원만하지 못했던 어려움, 그녀 자신도 마찬가지로 불륜과 이혼을 감행함으로써 되찾은 자신의 일생들을 나열하는 과정은 기존 가족들에게 진실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과 아무리 진실이라 할지라도 증거가 없다는 말로 전적으로 믿기는 어렵다는 동생의 말에는 한 가족 안에 쌓인 비밀의 탑을 무너뜨리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용서와 화해는 누가 결정짓는가?




곁에서 듣는 입장에서 가족 간의 화합을 원하는 동생의 말과 편지, 메시지에 담긴 내용들, 여전히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인정하지 않는 엄마, 이미 오래전 그들의 마음을 알고 있었지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이라는 사실 앞에서 베르기요트가 풀어내는 기나긴 여정은 참으로 아팠다.




초반부터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부분의 여지를 통해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던 진행은 어린 시절 겪었던 트라우마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희생당한 입장과 그 희생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죽음을 맞이한 사람, 그리고 주변의 시선에 자신들이 치부가 드러날까  내내 암묵적인 동조를 했던 그들은 엄마란 사람의 성정과 행동들이 내낸 이해를 할 수도 없었지만 뭣보다 베르기요트가 잊으래야 잊을 수 없었던 것은  한 어린아이의 기억 속에 간직된 '사랑받고 싶다'라는 마음이었다.




때문에 불륜을 저지르면서 ' 난 어디가 잘못됐기에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라고 반문하는 장면은 불안정하고 위태위태하던 그녀 일생을 통틀어 생각해 볼 때 아이들 장성한 뒤에 잘 살아온 인생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더욱 들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언어도 완전히 결백하지 않다. - p98




작품은 한 가정 안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과  발칸 반도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드러내 보임으로써  피해자와 가해자(학대당한 사람들) 사이에 불평등한 권력의 구도와 진실임을 알고 있지만 그 상황을 덮고 다시 원만함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논리를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 그려냈다.




- 고통은 인간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다. 보통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누가 더 많이 고통받았나 논하는 것은 유치한 짓이다. 학대당한 아이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남는 경우가 많고, 그들의 감정적 내면은 파괴된다. 학대자의 사고방식과 학대 방식을 물려받는 일도 흔하다. 그것이야말로 학대의 가장 고약한 유산이다. 학대는 학대당한 사람을 파괴하여 자신을 해장시키는 일을 어렵게 한다. 고통을 누군가에게, 특히 피해자에게 유용한 뭔가로 변화시키려면 강한 노력이 필요하다. - p 268




박수는 한쪽에서 쳐서는 소리가 안 난다.



아무리 베르기요트가 시간이 지난 후 이해를 해보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그들의 마음은 닫히고 손도 마주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면 진실의 문은 여전히 닫혀 있을 것이다.




그나마 그녀에게 위로가  되는 부분이라면 그녀의 딸이 엄마의 삶 자체가 그 증거라고 증언한 부분이다.




지인 보는 찰학자의 명구를 인용했다.




-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글을 쓴 게 아니라, 동의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려고 썼다고. -p 175




극적인 부분들은 없지만 그래서 더욱 몰입감을 안겨주는 작품,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들의 심리변화와 고통,  이에 굴하지 않고 헤쳐나가는 베르기요트의 섬세한 심리변화를 잘 그린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처스 크로싱
존 윌리엄스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토너'란 작품으로 친숙한 존 윌리엄스의 1960년도 출간작으로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장편소설이다.




자연주 철학에 심취한 하버드 중퇴생인 앤드루스는 유산을 물려받은 돈을 갖고 서부 캔자스 산골마을 부처스 크로싱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들소 사냥꾼 밀러와 그의 친구 호지스, 슈나이더와 함께 자신의 돈을 투자하면서 밀러가 오래전 보았던 들소가 있는 콜로라도 로키 산맥 계곡을 향해 떠난다.




예상한 대로라면 가죽으로 돈을 벌어 큰 몫을 갖게 될 것이란 희망과 함께 힘들게 도착한 그곳, 자연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던 그곳은 인간들이 사는 곳과는 동떨어진 자연 그 자체다.




밀러의 광적인 사냥이 시작되고 그의 곁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앤드루스는 차츰 자신마저도 이곳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를 희미한 기억처럼 여기면서 차츰 적응해 가는데, 자연이 그렇게 그들에게 호락호락할리는 만무...





저자의 총 3편의 장편소설은  실제 출간 연도순이 국내에서는 거꾸로 스토너, 아우구스투스, 그리고 부처스 크로싱으로 나왔다.












그의 작품들 면면들이 인간의 삶에서 추구하는 그 무엇을 향해 그린 작품들은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광활한 자연에서 인간들이 무엇을 향해 가는지, 어떤 목적을 지니고 행동하는가에 따른 동선을 통해 많은 울림을 던진다.




앤드루스란 인물이 지닌 자연주의에 대한 동경이 차츰 들소 사냥과 도축에 대해 몰입해 가는 과정, 밀러의 광기적인 사냥, 호지스의 공허한 불안함과 그 속에서 터져 나오는 신앙에 기댄 행동, 슈나이더의 마지막 불운한 운명들은 자연을 거스르는 행보와 이에 걸맞은 무의 개념에 대한 공허함을 드러낸다.




욕심을 버리고 그 순간을 벗어났더라면 그들은 행복했을까? 아니면 끝까지 긴 겨울을 나면서 몰입했던 들소 사냥에 대한 집착과 가죽 판매에 대한 집요함으로 인한 이 모든 결정들로 인해 그들은 무엇을 느꼈는가에 대한 물음은 읽는 동안 지독하리만치 자연이 주는 경고와 위대함들을 느껴볼 수 있게 한다.




자연이 주는 경고를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앤드루스가 느끼는 각 과정들의 모습은 성공과 실패, 그 이후에 남은 것들에 대한 미련과 후회, 분노에 이르기까지 당시 서부개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은 물론 유에서 무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철학적 모습들을 그렸다.




특히 시시각각 한순간에도 변하는 자연환경 변화에 대한 부분은 자연에 흠뻑 취할 만큼 정확한 묘사 장면들과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넓은 서부의 땅을 밟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 장면들이 와닿는다.




인생의 한 순간에서 겪을 수 있었던 그 경험들의 순간, 자연에 대항한 압박감을 누르고 인간의 영혼마저 앗아갈 수 있는 그 위대함과 허상과 거짓이되 그 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면서 쫓는 인간들의 심리 변화를 시시각각 제대로 그려낸 작품은 기존의 작품들을 읽어온 독자라면 이 신작에 대한 또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자네는 거짓 속에서 태어나고 보살펴지고, 젖을 떼지. 학교에서는 더 멋진 거짓을 배우고. 인생 전부를 거짓 속에서 살다가 죽을 때쯤이면 깨닫지. 인생에는 자네 자신, 그리고 자네가 할 수 있었던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자네는 그 일을 하지 않았어. 거짓이 자네한테 뭔가 다른  게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지. 그제야 자네는 세상을 가질 수 있었던 걸 알게 되지. 그 비밀을 아는 건 자네뿐이니까.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어. 이미 너무 늙었거든." - p 306




가혹하면서도 정적인 고요가 주위를 감싸도는 분위기, 그 어떤 일말의 희망보다는 자연 본연의 순리와 그 순리를 터득해 가는 과정 속에서 서부 시대를 살아가는  인생의 모습을 들려주는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우루스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지음, 승주연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야스나야 폴라냐 문학상, 빅 북 어워드, 리드 러시아 어워드 수상작, 뉴 스테이츠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작품을 만나본다.




기존 고전문학에 치중해 접해온 러시아 문학을 이번 이 작품으로 인해 보다 넓은 폭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만큼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작품이라 500여 페이지가 넘었음에도 글밥 속에 담긴 저자의 시적인 문체로 인해 지루함을 모르고 읽은 소설이다.




시대적 배경은 15세기 중세 러시아로 '아르세니'라는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부모가 역병으로 모두 돌아가시고 약제사이자 마을 의사 역할을 하고 있던 할아버지 흐리스토포르의 손에 성장한다.



그를 따라 약초의 유용성과 자연과 삶, 죽음에 이르는 많은 것들을 듣고 의술까지 배운 그는 할아버지 사후 그 뒤를 이어 마을 사람들에게 같은 도움을 준다.



어느 날 우스티나란 여인을 집 앞에서 만나게 되고 이후 그 둘은 부부가 되면서 살아가던 중 우스티나는 출산 도중 아기와 함께 사망하고 된다.



이 모든 일들이 자신의 탓이라 여기며 죄책감에 빠진 아르세니는 그녀와 아기에게 속죄와 영혼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독일을 비롯해 폴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을 떠돌아다니면서 스스로 고행의  순례자 길을 선택한다.



이후 여러 시대를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린 아르세니-



마치 자신의 생보다는 네 명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듯 유로비틴 우스틴, 암브로시우스, 마지막으로 라우루스란 수도자 이름으로 살아가는 여정을 그려낸 작품은 인생의 진정한 삶은 무엇인지를 되묻게 된다.




태어나고 성장하며 사랑하고 자녀의 탄생을 보는 것, 이후 노년에 들어서 죽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동. 서양을 막론하고 인생의 진리는 생과 사라는 두 길에서의 순환하는 원을 연상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삶의 시작이 첫출발이라면 죽음은 기존에 행해온 모든 것들을 마무리 짓는 동선의 끝자락임을 느끼는 과정은 특히 아르세니가 암브로조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떠나는 부분에서 시대를 훌쩍 넘나드는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러시아의 움베르코 에코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가 이해되는 부분과 인생의 각기 다른 사건과 만남들로 인한 조각조각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모자이크를  형성하듯 삶 안에 담긴 모든 것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 또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운명일 수도 있고 행복과 불행을 모두 경험하고 살아가는 가운데 알게 되는 신비로운 부분이 아닐는지...




러시아 중세를 배경으로 한 작품 속에 녹아든 고대 러시아 문학과 상상력은  기타 유럽권 문학에서 접하는 것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마술적 시공간처럼 이어지는 중세와 근현대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글의 유연성과 현대에도 의미 있는 보편적 주제를 보인 문장들은 러시아 문학의 새로운 발견(?)이자 감성적으로 마주칠 수 있는 작품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물이 만드는 지구 절반의 세계 - 인슐린 발견에서 백신의 기적까지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동물들 서가명강 시리즈 33
장구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방송에서 다루는 동물 관련 프로들이 많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정보는 거의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고 이는 곧 단순히 인간 아래에 동물이라는 개념보다는 반려 차원에서 함께하는 삶으로 이어지는 변화를 이루고 있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 알게 모르게 존재하는 동물의 존재는 가족차원에서만이 아닌 인류의 생명에도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깊게 알려주는 책, 바로 서가명당 시리즈에서 보인 '동물이 만드는 지구 절반의 세계'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장구 교수님의 글을 통해 다룬 이번 내용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동물 관련 학문이라고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수의학을 떠올려보게 되는데, 이는 방송에서 동물들 치료나 유기동물 구조를 통해 더욱 친근감이 들게 하고 이어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질병을 고치기 위한 내용들을 다룬 부분에선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과 함께 동물들이 인간들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책의 내용은 우선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난이도의 내용을 통해 부담을 덜어낸 내용이라 관심 있는 분야에서는 궁금증 해소와 함께 현대과학자들이 동물 실험을 어떤 방식으로 연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들려주기에 인문차원으로 읽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과거 복제양 실험에 대한 발표가 있었을 때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경우가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대로 흐르는 오늘날, 읽다 보면 과연 인간들은 동물 실험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연구대상으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들이다.




기술의 발전이 이룬 신약 개발이나 그  외의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는 길에는 이렇듯 동물들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마움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특히  연구들이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닌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종 복원에 대한 연구 또한 필요한 부분임을 생각할 때 다양한 접근이 필요함을 느끼기도 하고 여기엔 인슐린 개발에 관한 내용이 인상 깊었다.




밖을 나가보면 유모차에 아기들 외에도 동물들을 태워 산책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




가족이고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란 사실, 책에서 다룬 내용을 생각해 본다면 동물권리에 대한 의견도 나오는 시대라 미래에 인간과 동물들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동물들이 인간들 삶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겠다.




지구의 주인은 인간만이 아닌 모든 종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계란 사실을 새삼 다시 느껴본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