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국왕 연산군 - 88편의 시로 살피는 미친 사랑의 노래
이수광 지음 / 책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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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500년 역사에서 끝에 붙이는 명칭이 이나 로 끝나지 않고 으로 맺는 두 인물이 바로 연산군과 광해군이다.

흔히 폭군이란 대명사로 인식이 되지만 역사의 해석은 시간이 흐르면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광해군에 대한 이미지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배워왔던 발자국에서 조금 더 넓은 시야를 통해 다른 해석을 내놓는 글을 보게 된다.

광해군이 나쁜 행동을 통해서 왕이란 자리에서 폐위되기까지 그 전에 행한 일련의 행동들을 보면 시대가 따라주지 못했고 자신의 처한 위치 때문에 아마도 자신의 역량을 다른 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렇지만 연산군의 경우엔 아직까지도 그다지 좋은 이미지의 새로운 시각들이 보여지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역시도 역사란 한 줄기에서 자신이 처한 위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아니 너무 인식한 나머지 왕으로서 갖추어야 할 함양이나 백성에 대한 선정 베풀기를 멈추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왕이다.

 

요즘 한국영화에서 간신이란 영화가 상영 중이라고 한다.

알다시피 연산군은 폐비 윤씨인 자신의 엄마의 존재와 죽은 이유에 대해서 성종이 죽을 때 함구를 명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한 채 보위에 오르면서 다른 사람들의 손에 양육이 된 인물이다.

그런 그의 모성애에 대한 연민을 파고든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영화 간신의 주인공 임사홍과 임승재 부자다.

그들은 연산군에게 장 녹수와 함께 합작해 전국의 미녀들을 신분의 구별 없이 선발해 흥청이란 이름으로 곁에 머물게 했으며, 심지어는 월산대군의 부인(큰어머니)를 강제로 강간한 뒤 임신까지 하게 했고, 그 여파로 박씨 부인은 자살을 하게 되는 일까지,  저지른 악행 중의 최악의 악행을 저지른 임금이다.

 

대신들의 부인들은 물론이요, 이복여동생과도 근친상간을 할 정도였으니, 그의 이런 마음을 제대로 파헤치고 부추기는 역할들을 한 자, 그들도 끝내는 반정이란 이름 하에 모두 처벌을 받게 되지만 이 책은 그런 연산군의 행동과 말을 짚어보는 계기를 연산군이 쓴 시를 통해 엿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조선왕조는 임금에게 ()’를 짓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이는 만백성의 어버이로서 정치에 힘을 쓸 것을 강조한 처사라고 하는데, 연산군은 자신의 악행이 저질러질 때마다 시를 지었으며, 신하들에게 바로 답가를 하라는 명을 내린다.

 

 

 

 

 

 

무오사화나 갑자사화를 통해 사림파 제거와 자신의 어머니 폐비 윤씨 사사에 관여했던 인물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역시 시를 지었다니, 확실히 올바른 정신을 지니고 정사에 몰두했다고는 할 수 없는 임금이다.

 

자신의 처지가 억울한 점이 있다 할 지라도 어떻게 정사를 유지시키느냐에 따라 자신을 좀 더 다스렸더라면 김처선이란 내시나, 죽음을 각오하고 충언을 올렸던 많은 신하들의 죽음은 없었을 것이란 안타까움이 많이 앞선 임금이란 생각이 든다.

 

반정이 일어나 폐위되기까지 그가 지었다는 시는 88편이 있다고 한다.

서슴없이 죄를 저지르면서까지 아무런 감정 자체도 조절이 안되었던 국왕, 어떻게 보면 지위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도 온전치 못하게 살다 간 그의 인생에 연민이 생기기까지 하게 하는, 그가 지은 시를 통해서 그가 느끼는 광기와 고독, 그리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느낌까지, 한 개인으로서 바라본 그에 대한 이미지는 그의 곁에서 올바른 길로 인도하지 못했던 사람들에 둘러싸여 더욱 악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만약 둘 중에 한 명만 선택해야 한다는 조건 하에  광해군과 연산군 중 어떤 인물이 나라를 다스린다면 차라리 나을까를 비교해 보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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