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흔히 금요일을 불금이라고 부른다.

본격적인 주말과 휴일이 다가오면서 유행하는 말인데 아마도 직장인들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웬지 금요일이란 말이 주는 가벼우면서도 어떤 특정한 일은 없지만 색다른 일을 하고 싶다거나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일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저기 금요일만 되면 서로가 무슨 계획이 없냐는 물음을 던지고 극장가나 쇼핑가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영화 상영개시 날이나 고객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일들을 벌인다.

 

보통의 사람들, 그러니까 어떤 특별한 날도 없고 그 날이 그 날인 채로 매일 정해진 틀에 갇혀 생활하는 사람들 중에선 이런 작은 행복감을 느끼는 날인 금요일이란 단어가 주는 매력 속에 일탈을 잠시 감행한다면? 

 

로르는 오늘 금요일이 혼자 사는 생활을 청산하는 마지막 날이다.

의사인 연인 프랑수와 함께 살림을 합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8 년동안 혼자 살아 온 집엔 이미 이사할 짐과 버려야 할 쓰레기로 차 있고 세미나 참석 중인 연인과는 오늘 만나지 못한 채 친구의 초대로 그 집에 가기로 한다.

 

 지하철 파업인 것을 모른 채 자동차를 끌고 나왔던 그녀는 곧 교통체증에 시달리게 되고 차 안에서 머리를 말리며 음악도 듣고 나름대로 교통이 풀리길 기대하던 차, 어느 남자가 히치하이킹 하는 것을 보게 된다.

 

곧 그녀와 눈이 마주치고 그는 그녀의 자동차로 오면서 조수석에 타게 되면서 로르는 그 남자가 풍기는 담배 냄새, 향수 냄새, 가죽자켓의 냄새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그게 뭐가 중요하지? 오늘 저녁, 딱 오늘 저녁만 이 남자의 향기를 누리면 안 될 이유가 없지 않은가? - p 40

 

 일탈이란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면 분명 로르의 행동은 일탈을 감행하는 여자다.

 

프레데릭이란 이름만 알고 그가 유부남인지, 자식이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왜 그 때  그 장소에서 무엇을 하다 있었는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둘은 그저 보통의 사람들이 행할 수없는 과감한 일들을 시도한다.

 

길가에서 손가락을 끼어 잡는 순간 이미 둘은 경계를 던져버리고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하는데...

 

국내에 이번에 이 작가의 전집이 총 4권으로 나왔다.

초창기의 작품에 해당하는 잭나이프, 커플에 이어서 그의 여자, 금요일 저녁이 그에 해당한다.

 

 

이 작가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100페이지의 미학의 단문 작가가 아닐까 싶다.

이 책 또한 얇은 두께 속에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고 읽고 난 뒤에 뒤 끝은 뭐라 말할 수없는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는 점에서 모든 것을 짧은 단 문장 속에 이렇게 제대로 표현해 놓은 글 솜씨도 괜찮게 다가오게 만드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누구나 일탈을 꿈을 꾸지만 결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성이 그나마 감정을 조절하고 있고 이에 어느 정도의 사회 룰이라든가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고려해 볼 때 쉽게 행하기 어렵단 점에서,  작가가 그려놓은 책 속의 주인공들은 이를 과감히 뛰어 넘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느끼게도 하고 수긍을 할 수도 없게 만드는 이중성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 작인 잭나이프도 그렇지만 이 책의 로르 또한 왜 갑자기 그런 일탈을 행하는지에 대한 이유가없다.

연인에 대한 실망감? 둘이 모여서 살게 될 미래에 대한 불안감? 아니면 누군지 모르는 남자가 풍기는 미지의 냄새에 취한 때문? 어느것 하나 제대로 타당성의 이유 없이 그저 자신도 모르게 그에 취하고 그와 함께 밤을 보내다  이사 짐 센터가 온다는 시간에 맞춰 호텔을 나서기 까지의 길고도 짧은 그 시간대의 행위들을 통해  작가는 누구나 마음 한 켠에 이런 일말의 일탈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의 심중을 드러내보이고자 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한 책이다.

 

 

초창기의 잭나이프보단 훨씬 좋게 다가오는 작품이라 그런지 어떤 영화에서도 마치 본 듯한 일탈 행위에 대한 묘사가 읽으면서도 조마조마한 두근거림, 그 뒤에 오는 심정 묘사가 잘 표현된 작품이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