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의 부엌에서 배운 것들 - 엄마 없이 먹고 사랑하고 살아가기
맷 매컬레스터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몇 일전 케이블에서 패널들이 나와 친정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특이하게도 모두 엄마~라는 단어를 내뱉는 순간 사회자도, 패널들도 모두 울면서 듣거나 얘기하지만 남성패널들은 왜 여성들이 우는지에 대한 이해를 못한다고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아마도 엄마에 대한 느낌이 딸과 아들이 갖는 정도가 달라서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온갖 참혹한 현장이란 현장을 누비고 다녔던 종군기자 출신이다.

 

책 곳곳에 나오는 유년의 행복했던 시절의 한 장면, 한 장면의 사진들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움 그대로의 느낌은 광고사진을 찍었던 아버지의 사진기술이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광고회사의 각종 유명사진을 찍는 아버지와 카톨릭을 믿는 엄마는 행복한 결혼생활 가운데, 저자와 누나를 낳고 영국에서도 외진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유년의 행복을 만끽한다. 부유스럽진 않았지만, 남다른 유년의 시절을 10살이 되던 해에 끝이나고 만다.

 

 

엄마의 가족력인 알콜중독과 우울성정신장애, 조울증을 겪은 엄마는 그 어린시절, 부엌에서 만난 음식을 만들어주던 엄마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가없는 상태로 변모해간다.

 

이혼이란 큰 상처를 남긴 채, 저자는 이런 엄마를 피하기 위해, 차라리 피가 난무하는 현장에 자신의 몸을 맡기면서 철저히 엄마를 외면하게되지만, 요양원에 모신 엄마를 만난, 런던에서의 일 이후 엄마는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하고 만다.

 

누구나 태어나서 죽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현장을 통해 터득한 자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죽음은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 때부터 저자는 엄마의 자취를 좀 더 느껴보기 위해서, 아니 자신이 미처 못다한 엄마에 대한 원망과 사랑을 느낄 수 있게하기 위해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엄마가 소중히 다뤘던 요리책을 곁에 두고 엄마표 레시피를 따라서 자신도 엄마의 음식 맛을 따라하기 시작한다.

 

유명한 요리가의 책을 소장하면서까지 요리에 열성이었던 엄마의 노력과 자신도 똑같은 음식을 만들어 보지만 이내, 어느 순간 결코 엄마표 요리는 더 이상 자신에겐 소용이 없음을,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은 엄마의 죽음 후에 다시금 일어설 수있는 자신의 미래를 향한 길이 필요했음을 소중한 추억과 음식의 조리과정을 곁들여서 풀리처상 작가답게 그려낸 책이다.

 

문득, 가장 인격형성이 중요한 시기였던 청소년기 전의 10살에, 엄마의 그런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자식의 마음은 얼마나 괴로웠을까를 생각해본다.

 

엄마의 요리책과 엄마의 치료진행과정을 다시금 들여다보는 아들의 입장이 진료의들의 잘못된 치료과정도 있었음을 알아가는 억울함을 뒤로하고 ,다시 자신의 미래와 언젠가는 태어나길 바라는 자신의 아이를 생각하며, 엄마의 사랑은 엄마 자신이 병을 앓기 전까지 최대한 최선의 사랑으로 자신들을 키워왔음을 깨닫는 저자의 감동적인 과정은 과거의 회상과 현재의 일상를 번갈아 가며 보여주면서 다시금 엄마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게 된다.

 

한때는 오로지 엄마의 보살핌은 자신의 몫으로 떨어진 것에 대한 원망이 아버지로 향했던 시절, 자신의몸에 상처가 난 것도 모른 채 길거리를 헤매 다녔던 엄마의 병으로 힘들었던 두 남매의 시절은 집 안에 이런 환자가 있는 가정치고 그 누가 이런 일을 쉽게 감당할 수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거운 짐임을 느껴가게 하기에 충분한 상황과 설득력을 지닌 글이 인상적이다.

 

나이가 먹었어도 부모 앞에선 여전히 길가에 내려놓은 안심할 수없는 자식이란 존재들-

그래서 저자는 엄마의 죽음 이후 아버지에 대한 죽음까지도 두려워한다.

"아버지 , 제발 죽지마세요."- 십분 공감되는 말이다.

 

전쟁으로 인한 모든 부조리한 현상 속에 무뎌져가는 자신을 보면서 엄마의 요리는 저자 자신이 숨어들 안식처였음을, 요리를 통해 돌아가신 엄마와 자신이 같은 공감을 하고 싶었음을, 그러나 이제는 자신도 한 가정의 가장이자 미래의 태어나길 바라는 아기를 원하는 아버지로서의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에 , 엄마표 요리와 자신이 생각하는 요리를 통과해 좀 더 밝은 세상으로 나가는 여정임을 그려본 색다른 책-

 

 

과연 나도 엄마표 요리는 물론 저자처럼 나 만의 요리를 하나만이라도 남길 수있을까? 를 부엌을 바라보면서 생각해본다.

 

 

내가 엄마의 요리책을 덮을 수 있을 때, 또한 엄마를 필요로 하는 내 마음의 책을 덮을 수 있을 때, 그래서 나 스스로 터득한 것에, 내 본능에 , 내 창의력에,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내 의지에만 의존하게 될 때, 오로지 그럴 때만 나는 내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 테니까......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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