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 감는 여자
앤 타일러 지음, 공경희 옮김 / 멜론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볼티모어에 사는 에머슨 여사는 석달 전에 남편이 죽은 후 그가 하던 일인 집안에 있는 시계태엽 감는 일조차 버거워하는 여인이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자신의 화장서부터 스타킹, 신발에 이르기까지 꼬장꼬장한 모습을 보이는 그녀는 온갖 집안 일을 해오던 리처드란 정원사, 집안 일을 도맡아 해오던 여인까지 해고한 상태- 

 어느 날 베란다에 있는 가구를 정리하다가 대학에 휴학중이던 엘리자베스 애봇이란 여학생의 도움으로 가구를 옮겨나르는 일에 도움을 받게되고 그녀가 광고를 통해서 이 지역의 한 가정집에 고용인으로 채용될 것인지에 대한 면접을 보러 온 것임을 알게되면서 자신의 집안일을 도울 수 있는 잡역부로 일해 줄것을 청한다.  

모두 7남매를 두었지만 장남 매튜를 비롯해서 어느 자식하나 그녀에게 살갑게 굴거나 다정한 모습의 엄마노릇도 하지 않는 가정의 분위기 속에서 유일한 대화상대는 자신의 주장을 꺼리낌없이 표현하는 엘리자베스 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쌍둥이 형제 중 병원에서 지내고 있는 앤드류말고 의대에 다니는 티모시를 칠면조를 잡는 과정에서 엄마를 뵈러 오던 그와 마주치게되고 이내 친해지는 한편 매튜와도 거리감없이 친하게 지내는 생활을 한다.  

 집을 나온 이후 휴가를 얻어 집으로 갈 엘리자베스의 계획을 알게 된 티모시는 자신도 같이 갈 것을 원하지만 매튜와 이내 약속을 잡았단 것을 알고, 더군다나 컨닝을 통해서 퇴학조치을 당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엘리자베스에게 위로와 매튜와의 약속을 거절할 것을 부탁하지만 이내 거절당하면서 앤드류가 보관하고 있던 총으로 자살을 한다.  

앤드류는 그녀가 티모시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엘리자베스는 자신으로 인해서 더 이상 이 가족들 곁에 머물 수 없단 걸 깨닫고 집으로 간다.  

 끊임없이 구애의 편지를 보내는 매튜 , 앤드류의 협박성 편지, 한 때는 한 방을 쓰기도 했던 마거릿의 편지를 통해서 서로 연락을 하는 사이, 에머슨 여사는 딸 메리와의 통화로 인한 충격으로 쓰러지면서 신체가 불편한 지경에 이른다.  

마거릿의 부탁으로 엘리자베스는 6주간의 계약으로 다시 오게되고 그녀 곁에서 다시금 매튜와 그 밖의 형제들과 또 다른 소통의 방향으로 삶을 이어간다.  

베트남 전쟁을 다녀온 후 3 년간 연락을 하지 않고 살던 아들 피터는 엄마와 형제들 모르게 피.제이와의 혼인을 하고 엄마의 집을 방문하게되지만 변한 사람은 앤드류 뿐임을 알게되고 여전한 모습의 매튜와 피.제이의 존재를 무심히 여기는 듯 행동하는 엄마의 모습을 뒤로하고 자신의 길을 떠난다.  

 앤 타일러의 소설은 기억은 희미한데, TV에서 방영한 적인 있는 월튼네 사람들이란 외화를 떠올리게 한다.  

월튼네사람들이 가족간의 화목함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갈등을 따스한 기운으로 풀어가듯 이 책도 그런 배경을 연상시킨다.  

7남매를 두었지만 16살에 애인과 도망가고 이내 이혼,다시 재혼해 살고있는 마거릿이란 딸, 과민함을 보이는 멜리사, 아들 하나를 두고 있던 장남 매튜, 티모시, 앤드류, 피터... 

모두 따스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기보단 , 아마도 냉철하면서도 가슴속엔 따스함을 품고 자녀들이 방문해주길 기다리며 편지보단 녹음기에 의지해 자신의 뜻을 전달하려는 엄마 에머슨여사와의 대화 소통 부재를 겪는 자식들의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엘리자베스의 거칠것 없는 행동은 오히려 에머슨여사에게 자식보다 더 가까운 존재였음을, 그래서 자녀들이 각자 자신들의 터전으로 돌아가야했을 때  더욱 필요한 존재로 여겨졌음을 알게해 준다.  

하지만 다분히 미국적인 가정의 모습이라서 그런가, 60년대라고는 하지만 엘리자베스의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는 면이 눈에 뛴다.  

그녀 자신의 아버지인 목사님이 믿고있는 종교에 반해서 윤회사상을 믿고있다고  생각하는 낙천적인 행동중에도 그녀는 티모시가 진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을 외면해버리고 그저 농담식으로 넘어가는 행동을 보이고 있기에 보다 확실한 자신의 감정은 매튜쪽이란 것을 밝혔다면 티모시가 그런 불행을 자초하진 않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티모시의 자살 행동에도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책의 내용흐름은 그들 사이의 감정복선이 독자들에게 깊이 다가오게 하지 않는 글의전개를 보여주기에(이것이 작가타입의 글 쓰기라면 할 말이 없지만, 보다 남녀간의 감정이입표현이 부족했단 아쉬움을 준다.) 자살할 만큼 티모시가 괴로워했을거라고  이해를 하기엔 약간의 2% 부족한 면이 보였단 생각이 든다.  

엘리자베스가 고향에 가 있는 동안 그녀가 그들의 가족과 관계를 끊고 싶었지만, 어쨌든 그녀 앞으로 배달된 편지를 통해서 여전히 그녀는 그 가족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고,결국은 자신의 결혼식장에서 결혼서약을 거부하고 피터가 집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매튜와 다정한 가정을 일구고 살고있다는 표현은 시계의 태엽이 모두 풀어져 다시 그것을 감아줄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그 시계는 살아있는 시계가 아니듯 조용히 에머슨 가에 스며들어 태엽을 감아주고 다시 그 시계가 생명력 있는 제 역할을 다하도록 관리하는 엘리자베스란 여인의존재가 생명력을 주는 원천수임을 작가는 나타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에머슨 부인의 소심하고 까칠한 행동의 반경 표현이나, 자식들간의  엄마가 쓰러졌을 때 당황하는 상황포착의 대화, 지나가듯 무심히 던지는 대화속의내용은  곁에서 실물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심한 묘사가 두드러지는  앤 타일러만의 느낌이 묻어나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국적인, 그러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있는 인생의 쓸쓸함속에 따스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정작 위로를 받고 싶었던 에머슨 사람들의 평범하지만은 않은 인생을 통해서 작가는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 위로와 보살핌을 받을 수있는지에 대해 잔잔한 여운을 느낄 수 있도록 글을 쓴 솜씨가 부드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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