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피라예 - 가장 최고의 날들
자난 탄 지음, 김현수 옮김 / 라이프맵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아버지는 치과의사, 엄마는 가정주부, 언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반대하는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가는 피라예의 가족구성이다.  

피라예란 이름- 아버지가 터키의 금지시인인 나즘히크메트의 부인의 이름을 자신에게 지어준 것이고 문학과 연국에 빠져서 관련학과를 가려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마르마라대학 치과대학에 입학한다.  

같은 고등학교 출신인 에신과 함께 수업을 듣던 중 같은 과 아리프를 만나게되고 그와 함께 시를 통해서 서로의 교감이 같음을 느낀다.  

하지만 그의 보이지않는 자신을 구속하려는 행동에 부담을 느낀 그녀는 시작도 해보기 전에 끝나는 사랑의 경험을 한다.  

 이후 항상 유쾌한 과 친구 외메르와 같이 어울려다니면서 그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못본척, 외메르는 그런 피라예가 아리프와 헤어진 원인이 자신도 같은 처지가 될까봐 친구로 남길 자처하지만 때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보이곤 한다.  

 그러던 중 나이는 7살 위로 같은 과를 전공하는 하심베이(여기서 베이란 것은 영주을 뜻하는 과거의 의미가 있었으나 현재는 Mister란 의미로 쓰인단다. 하지만 글의 전개를 보면 과거의 의미를 함축한단 뜻으로 쓰였단 느낌이 강하다.) 를 우연히 주차장에서 보게되고 이내 그는 그녀에게 접근을 한다.   

실제로 아나톨리아의 대 평원의 다야르바키르의 대지주의 아들인 그는 외메르와도 친하고 기존에 사귀었던 다른 남자보다도 더 강한 믿음을 보여준다.

 빈틈없는 그의 접근에 자신도 그에 대한 확고한 사랑에 대한 감정이 확실하단 느낌도 없이 일사천리로 부모님과 그와의 인사, 그의 부모님의 이스탄불 방문에 이어서 그의 군 입대와 병역을 마침으로써 그와 피라예는 결혼에 이른다.  

 애초부터 이스탄불에서 치과개업을 원한 피라예는 하심의 줏대없는 친구에 대한 배신행동과 자신과는 일말의 의논 과정없이 고향에 개업을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을 보면서 우여곡절을 겪게되고 둘 만의 살림을 원한 파라예의 뜻도 저버린 채 시가에 들어가 살게된다.  

끊임없이 몰려오는 손님접대에 지친 피라예는 남편의 치과로 일을 하러가게되고 그 곳에서 자신의 전공인 치과치료에 몰두하게된다.  

 어느 날 남자환자를 마스크도 없이 치료를 하는것을 본 하심은 그녀에게 손찌검을 휘두르게되고 그녀의 피임사실을 알게 된 시어머니로부터 못마땅한 내색과 말을 듣게되면서 임신을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딸 디즐레가 태어나고 몇 년의 시차를 두고 둘째아이를 가질 계획은 다시 손자를 바라는 시부모님의 뜻을 알게되고 이를 위해 다시 임신에 돌입하게 되지만 불임판정을 받게된다.  

 남편인 하심의 뜻과는 달리 빨리 이 사실을 알리라고 한 피라예는 친정아버지가 쓰러졌단 소식에 딸과 함께 이스탄불로 가게되고 시일은 길어지면서 하심이 마을의 한 처녀와 결혼한 사실을 듣게된다.  

 배신감마저 이젠 물러가고 이혼을 결심한 피라예는 하심과 딸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그들만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게 된다.  

 둘째 부인격인 그녀가 미숙아를 출산하고 장애를 갖고 살아가게 될 것이란 말에 하심은 점차 파라예에게 매달리게되고 피라예는 이미 임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음에도임신 6개월차에 접어든 사실마저 감추며 이스탄불에서 지낸다.  

 마지막까지 매달린 하심의 말을 거절하고 하심이 부탁한 태어날 아이인 남자아이에게 자신의 이름을 붙여줄 것을 부탁해보지만 이마저도 거절 ,  쇼핑 후 돌아온 집에서 하심이 마을사람들과의 토지 문제로 다투다 총에 맞아 죽었단 소식을 듣게된다.  

 흠인력이 좋은 소설이었다.  

기존에 터키의 문학하면 오르한 파묵의 책만 읽다가 알게된 이 여작가의 눈으로 그려낸 터키의 실 생활 모습과 구.신세대간의 갈등, 관습이란 것에 얽매어 성인이 될 때까지 살다가 화려한 대 도시의 이스탄불에서의 자유분방한 활기넘치는 생활을 하는 하심의 여린 감정이 잘 그려내지고 있다.  

이스탄불의 개방적인 부모밑에서 살아 온 피라예란 여인의 소녀에서 성인의 여인으로서, 자신의 연애관, 결혼에 이르는 과정, 대도시와는 다른 완전한 구관습에 얽매어 사는 시어머니와 시누이간의 갈등, 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확고함이라곤 찾아 볼 수없는 하심의 모습이 내내 피라예의 인생을 방황하게 하는데 일조를 한다.  

 읽으면서 이 소설이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기존의 남녀간의 사랑은 물론이고 같은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다르게 살아온 고부간의 갈등이 남의 일같지 않은 아주 친근한 예전의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보는 것같은 착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의 보이지 않는 부엌에 대한 주도권과 아들과 며느리를 내 손안에 쥐고서 살고자 해 꾸며놓은 초록방이라 불린 신혼방, 그 안에서 피임약을 발견할 정도의 사생활 침입을 느낀 피라예로선 이해 할 수 없는 행동들이 하심이 보기엔 가족으로선 당연한 관심사요,  보이지않게 감추어두란 말에는 생각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시어머니의 입장에선 자신의 말대로 고분고분하고 수더분한 전통적인 며느리감을 원했겠지만 매사에 활달하고 개방적이고 솔직하기까지한 피라예의 행동엔 너무나도 다른 환경차이를 느꼈을 심정과, 그런 시어머니와 불쑥 내뱉는 말 한마디에 비수를 꽃는 시누이의 행동엔 동,서양의 문물을 가지고 있는 터키의 종교생활과 세습적인 전통관계를  동양적인 시각으로 보기에 무리가 없을 듯 싶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현대의 씨받이라고도 할 수있는 구습적인 자손에 대한 대 이음을 중요시여겨 억지로 결혼시킨 전략이나 그런 전략을 알고도 거절하지 못했던 하심의 행동엔 어쩔 수없었단 말로는 용서를 할 수없는 피라예의 생각이 부딪쳐 이혼까지 가게되는 상황을 유도하게 되지만 어쩌면 피라예 , 그녀 자신도 이런 생활에 어느정도 타협점을 가지고 끈기있게 나갔더라면 이런 극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너무 강한 자신의 확고한 유리성만 쌓다가 그 유리성이 깨지자 더는 이어붙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 데에는 하심의 행동이 가장 큰 사유가 되겠지만, 그런 하심의 행동을 바라보고 결혼까지 했을 때에는 어느 정도의 포기도 있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좀 더 현명한 결정를 할 수도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된다.

 하지만 이 소설의 묘미는 친정엄마의 잔소리부터 시작된다.  

가난한 공무원 맏아들인 첫 남친이라고 할 수 있는 아시프에대한 미래에 대한 부정한 설교를 읽고있노라면 세상의 모든 엄마는 정말 똑같은 레파토리를 가지고 있구나 하는 웃음이 나온다.  

하심과의 결혼과정에 이르러선 그 지방 고유의 민속춤 광경은 아마도 터키를 방문했거나 TV에서 나오는 민속춤을 본 사람이라면 책에서 나오는 그 광경이 생생할 정도로 , 예단 준비서부터 잔치에서 벌어지는 음식접대, 손님초대까지 어느 하나 놓칠 수없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단 느낌이 들 정도로 여 작가의 섬세한 필치 솜씨가 두드러진다.  (우리네의 예단 풍습이 많이 닮았다.)

 자신없인 못살겠단 하심의 어이없는 죽음 앞에서 이젠 딸 다즐레와 곧 태어날 남자아이를 생각하면 다시금 살아나가야 할 이유가 생긴 피라예 인생 이야기는 아쉬움과 함께 그녀가 곧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개업한 치과를 토대로 이혼한 언니와 함께 또 다른 생의 삶을 시작 할 것이란 희망을 보게 된 책이다.  

간만에 흡인력이 좋은 책을 만났단 생각이 든다.  

그것이 아마도 여성의 눈에 쓰인, 개방적인 여성이 관습과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인생의 한 길을 거쳐나가는 흐름이 자연스런것도 있겠지만 파묵의 작품만 읽다가 터키에도 여전히 이런 관습이 있다고 보여지는 관습과 그 안에서 자신만의 생을 찾고자했던 피라예란 인물이 소설속에서만 살고있는 주인공이 아니라 실제의 우리의 이웃같단 친근감이 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이 불법복제 작품이 많다는 말이 보여주듯이 터키 국민들뿐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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