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기다림 레나테 - 북한 유학생을 사랑한 독일 여인이 47년간 보낸 전세계를 울린 감동의 러브레터
유권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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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55년 대학에 입학한 레나테는 당시 열여덟의 여대생으로 화학강의 시간에 앞자리에 앉은 북한에서 온 유학생 홍옥근을 만난다. ((사진을 봐도 홍옥근의 젊은 시절은 같은 동양인의 시선으로 봐도 날카로우면서도 뭐라 말 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청년으로 보인다.)  동양에서 온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로 관심이 있던 그녀와 그는 어느 덧 사랑하는 연인이 되어 첫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이른다. 이후 비켄베르크 화학공장에 다니게 된 옥근은 행복한 삶도 잠깐 , 둘째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있는 레나테와 첫 아들인 현철을 놓고 본국의 귀국 명령을 받고 잠깐 이별을 한다는 것이 47년의 세월이 흘러간다.   

북으로 돌아간 옥근은 1963. 2월 두 통의 편지를 끝으로 연락두절이 되고 1989년 예나대에 학술 교류차 온 동창으로부터 그가 함흥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이후 동독에 남은 레나테는 두 아들을 키우며 직장맘으로써 아버지의 자리까지 공백을 메워주며 수절을 한 세월이 어느 덧 70이 넘었다.  그간 동독 대사관이나 북한 대사관에 여러차례 남편과의 연락을 원하고 만나길 원하고 북한에 들어가 살고자 했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하고 산 세월속에 두 아들들은 어느 덧 장성한 어른이 되서 각자의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사연을 접한 중앙일보 기자가 사연을 취재하면서 레나테의 안타까운 사연을 여러 방면으로 알리고 유럽과 유엔, 우리나라 고위급 인사, 독일의 관계기관과 우리나라 관계기관들의 노력으로 우선 일차적으로 한국을 거쳐 남편이 살고 있다는 북의 금강산을 구경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 중엔 이산가족 상봉의 사연을 가진 한국사람들의 응원과 격려도 받고, 금강산을 보면서는  몇 분거리면 살고 있다는 함흥쪽을 보면서 옥근의 이름을 부르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금강산 여행 후 1년동안 편지 왕래가 오고가게 되고  세계의 여러 돌아가는 변화와 북한의 변수에 대한 불안감, 과연 방문이 허락이 될지에 대한 불안은 비자 신청서부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드디어 상봉의 날짜가 정해지면서 남편의 옷. 둘째아들이 전공한 그들의 같은 과목인 화학서적, 약품, 영양제, 장미꽃을 말려서 준비한다. 베이징을 거쳐 비행기를 갈아탄 끝에 북에 도착한 그들 모자들은 마중나온 47만에 본 그의 모습과 그 뒤를 따라온 북에서 결혼해 낳은 딸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예상도 못한 마중에 당황한 심정과 함께 자신과 함께 세월을 같이하며 늙은 그의 모습을 보는 레나테의 감정은 주체할 수 없는 흥분과 여지껏 엄마의 입을 통해서만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것으로만 느꼈던 두 아들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 

이후 열흘동안 잠자는 장소를 빼고는 두 일행이 함께 다니면서 얘기와 식사, 유명지를 관광하면서 그간의 못나눴던 세월의 이야기를 나눈다. 

일정 마지막 날 아쉬움 속에 그들은 이별을 하게 되고 지금도 서신 왕래를 하고 있단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인생사 세옹지마라지만 이처럼 억지로 만들어 쓸래도 쓸 수 없는 각본없는 드라마가 바로 이런 인생의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사람들의 인식이 우리네 동양처럼 쉽게 재혼을 하지 않는 풍토에서 비춰봐도 레나테의 평생 수절은 가히 신기하기까지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교사로서 약품회사의 직장인으로써 청순한 시절을 오로지 두 아이에 대한 열정과 사랑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맘으로 산 세월에 뭐라 말 할 수 없는 감동을 가져온다. 꾸미지도 않은 레나테와의 인터뷰 내용은 읽는 내내 눈물을 흐르게 하고 우리네 이산가족 상봉과는 또 다른 가슴아픈 세월의 사연을 느낄 수가 있어서 가슴이 저려온다.  

혼자 살아온 세월에 대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 하는 질문에 옥근을 가장 사랑하고 있는 순간에 이별을 해야했으니까란 답은 잠깐이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이 47년간이나 이 두 사람의 사랑을 지탱해 온 고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들의 뇌리 속에 실체조차도 느껴보지 못하고 자란 그 빈 감성의 공간을 아버지의 추억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아버지에 대한 존재감을 느끼게 노력해 온 점이 놀랍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더욱 먹먹해짐과 더불어 안타까움이 든 대목은 막상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을 앞에 두고서  두 사람이 서로 나눌 언어가 막혔다는 데서 오는 세월의 장벽이었다. 독일 유학생 출신이었고 독일에서 공부한 사람으로서 독일어가 유창했던 옥근에게  47년이란 세월은 어느 덧 독일어가 입안에서만 맴돌고 머리에서 생각하는 언어가 입으로 전달되어 나오지 않는 안타까움을 만나는 첫 대면에서 느끼게 된다. 또한 레나테는 옥근을 만나기전 북한의 억양과 자주쓰는 말 몇 마디를 배우긴 했지만 한국말 자체를 몰랐기에  더욱 안타까웠을 것이고 이런 현상은 같이 지내는 동안 서서히 풀려 오히려 입에서 자연스런 말로 나올 때쯤 이별을 해야했단 점이다.  

아들들 또한 엄마의 입에서만 알던 아버지의 존재를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둘째 아들의 성격이 아버지의 판박이라고 알려주던 엄마의 말을 들었던 둘째 우베는 아버지를 만나면서 비로소 자신의 웃음소리, 유머 스타일이 영락없는 아버지를 닮았단 것을 깨닫게 되고 비록 이복 여동생이긴 하지만 , 말도 통하진 않지만 여동생이 없던 그들에게 여동생이란 존재 자체 하나만으로도 형제애를 느끼게 된다.  

옥근의 끝없는 레나테의 사랑과 47년간을 홀로 아이들 키우게 한점, 떨어져서 자신은 또 다른 새로운 가장으로서 살수 밖에 없었던 사실앞에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전하지만 레나테, 자신은 그런 옥근을 위로하고 아이들의 아버지를 직접 아이들이 볼 수 있었단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방문 이후 또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면서 서신 왕래를 하고 있는 레나테는 오늘도 부지런히 농장, 자원봉사를 하면서 먼 이국 땅에서 살고 있는 옥근의 건강함을 빌며, 다면 서신마저도 세계의 변화 속에 북한의 저지로 왕래가 끊기지 않기만을 바란단 소박함을 간직한 채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고 기자는 적고 있다.  

서로가 원했던 것도 아니고 다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나라에서 정한대로 유학을 왔고 일부는 옥근과 레나테처럼 부부가 된 사람도 있고 같이 북에 갔다가 동독으로 떨어져 살게 된 사람도 있고, 수소문 해서 존재가 확인된 아버지일지라도 고위간부로서의 위치때문에 선뜻 만나길 주저한 사람도 있다는 레나테 그 이후의 사람들의 사연도 따로 분리해 이야기 해주고 있다.  

사실상 그간 알고만 있었던 동족 이산의 아픔만 제일인 줄 알았던 내겐 이번의 책은 6.25 로 인한 전쟁이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독일에서도, 그것도 같은 이념을 추구했던 동독의 여인과 북한 유학생의 이런 사연들도 있었단 사실이 놀라웠다. 레나테처럼 평생 수절해 온 사람도 있는가 하면 애초에 서로 연락을 끊기로 하고 재혼한 사람도 있지만 자식만큼은 생김새부터  달라보였기에 자신의 정체성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향한 당김을 해외 입양을 간 사람들이 성년이 되어 뿌리찾는 과정과 다를 바가 없단 생각을 해 본다. 사랑을 했고 그런 사람의 자식을 낳고 살았고, 혹 그 사람에게 해가 될까봐 자식이 찾길 원했지만 하지말라고 한 엄마의 심정은 책의 주인공인  옥근을 만난 레나테의 사연과는 또 다른 아픔을 전해준다.   

북한에 같이 살기로 하고 들어갔던 동독 여인들이 그 곳의 열악한 의료시설과 상수도 시설의 낙후한 점을 이기면서까지 살아보려 했지만 끝내 잠깐의 동독 방문이 생이별로 이어지고 북에서의 보이는 타국인에 대한 차별은 나날이 견디기 힘들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나마 레나테 처럼 동독 자체에서의 혼혈에 대한 차별이 없었던 점이 그나마 이 두 아들들이 잘 자라준 작은 혜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천한함 사태와 이에 대한 북의 자세와  세계의 변수로 인해서 최종 정리해 책을 내놓을 생각을 했던 기자가 레나테의 고령과 언제 다시 만나게 될 지 모르는 기약 앞에서 책을 내놓을 수 없었던 심정은  이 둘을 지켜보았던 사람으로써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하는 심정이 다가온다.  

실제 이야기이기에 레나테의 살아온 세월과 그간 고이 간지했던 사진, 편지, 장성한 아들과 북의 또 다른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서 언젠가 이들에게도 국경과 이념의 차이를 넘어선 인간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가정이란 울타리의  행복을 다시 봤으면 하는 바램과 기도를 하게 된다.  

잠시나마 눈물과 같이 시간을 보낸 이 책은 그래서 더욱 읽을 가치를 느끼게 해주고, 레나테와 홍옥근. 이 두 분이 항상 건강하셔서 또 다른 재회의 기쁨을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어서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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