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의 자서전
저메이카 킨케이드 지음, 김희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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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노벨 문학상 수상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1996년도 출간작이다.



저자가 그동안 천착해 온 주제를 꾸준히 문학의 힘을 빌려 쓴 내용들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내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던 순간 죽었고, 그래서 평생 동안 나와 영원 사이에 서 있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 등 뒤는 언제나 황량한 검은 바람이었다. 인생의 첫 무렵에는 그러리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내가 그것을 알게 된 때는 인생의 중반, 내가 더는 젊지 않으며 넘치게 갖고 있던 어떤 것들은 줄어들고 거의 갖고 있지 않던 것들이 늘어났음을 깨달았을 때였다. 그리고 상실과 획득에 대한 이 깨달음으로 말미암아 나는 스스로의 앞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첫 문장부터 드러나는 주인공 수엘라의 탄생은 엄마란 그림자를 그리워하지만 영원히 볼 수 없는 성장을 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수엘라의 아버지는 스코틀랜드 혈통과 아프리카 혈통을 이어받은 혼혈인, 수엘라의 엄마 또한 부모에게 버림받아 수녀에게 키워진 카리브인이다.



영연방 제국의 감시 아래 도미니카란 나라 자체가 식민주의 체제 하에 익숙한 삶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시대의 잔상들 속에 수엘라 또한 아버지로부터 버려진다.



아버지의 세탁물과 그 세탁물을 관리하는 유니스풋에 맡겨진 이후 무지와 가난에 시달리는 환경에서 되려 학대를 당하고 이후 아버지의 재혼 후 다시 살게 되지만 계모로부터 위협에 시달리며 스스로 자생하는 삶을 터득하게 된다.



이후 인맥을 통해 자신만의 부를 이루고자 한 아버지가 동업자에게 그녀를 맡기고 그 집안에서 끔찍한 일을 당한 후 임신 중단을 스스로 결정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모든 것들을 보고 깨우치는 과정이 이어진다.



애니 존, 루시에 이어 이 작품까지 어머니-딸의 관계를 주제로 한 삼부작이라고 부르는 작품은 이전 두 작품에서 보인 억압 당하며 살아가는 식민주의 시대와 탈 식민주의 시대 상황들, 이곳을 탈출한 디아스포라의 삶을 여주인공의 삶을 통해 비춘 일에서 이 작품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더 나아가 좀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아버지의 혈통이나 이름들에서 보듯 복잡한 구성으로 이뤄진 사례들을 통해 서구 열강들을 대표하는 자와 이들의 정책에 따라 행해진 결과물인 카리브 원주민들과 아프리카 인들의 같은 처지("패배했으나 살아남은 자, 패배한 뒤 물러난 자")면서도 서로에 대한  불신과 자식들에게까지 대를 이어지게 만든 정황들은 수엘라의 성숙한 눈에 의해 통렬히 비쳐 보인다.



또한 태어난 순간 남자와 여자란 성별로 인한 가부장제의 전통과 여성으로서 자신의 의견조차 낼 수없는 한계는 수엘라 스스로가 재혼한  아버지의 가정에서 안주하지 못하고 한발 물러나 차별을 받아야만 했던 상황,  이어 더 이상 임신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지만 임신을 하고 싶지도 않은 이중의 마음을 드러낸 행보는 그나마 자신의 의지를 표현할 수 있었던 유일한 부분이었단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제국주의 정치와 더불어 기독교란 종교를 통해 식민지인들을 억압과 착취를 해온 과정의 부분들 중  한 예인 아버지가 감리교 신자로서 교회에 다니면서 뒤에서는 식민주의에 동조하며 부를 이룬 과정은 물론 그 정복자들의 신앙을 받아들인 피정복민들이 교회에 나가는 모습, 그 교회가 세워지기까지 노예의 신분으로 사고팔았던 자들이 신 앞에서는 고른 사랑을 외치는 모습에 대한 모순적인 비판은 저자가 천착해온 주제를 다시금 되새겨보게 한다.




두 갈래의 언어 차이점을 통한(영어, 프랑스어 방언) 인간들의 이중성에 대한 모욕과 멸시, 인종 간의 갈등 문제를 넘어선 제국주의가 해체되고 자유를 얻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제국주의의 느낌은 완전히 가시질 않았음을, 탈식민시대의 잔상과 전통적인 가부장제에 의해 한 인간으로서의 자립이 쉽지 않음에도 수엘라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진행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등의 시대를 생각해 볼 수없었던 식민주의의 잔혹한 시대와 가부장제의 억압 아래 자신의 운명을 상실의 삶으로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목소리(엄마와 자신,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를 대변해주는 듯한 작품이자 그녀만이 쓸 수 있는 상실과 혐오의 시대를 그린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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