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그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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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노벨 문학상 시상 계절이 오면 올해는 누가 수상 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든다.


2009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저자의 소식이 전해지고 세 편의 작품, 저지대, 마음짐승, 숨그네를 연달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마음 짐승'을 가장 좋아하지만 숨그네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은 또 다름을 전해준다.


1945년 1월 17살의 동성애자 레오가 어느 날 우크라이나 수용소로 강제 징집되고 5년 간이란 수용소 생활상을 그의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 속 내용은 여느 실존 저자들이 그린 참상을 그대로 옮겨놓는 듯하는 내용으로 넘쳐난다.


 

사는 곳이 달라도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소련인의 눈엔 모두 독일인이고 강제수용소란 환경에서 겪는 치열한 삶의 투쟁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기본적인 행동과 양심, 기억 속에는  복종이란 것 밖에 할 수 없는 육체적인 순종만이 있을 뿐이다.



전체적인 내용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배고픔이다.



-배고픔에 문이 먼다는 말은 그냥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모두, 예전의 우리가 아니었다. 



출발할 당시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이 소진되고 강제노동을 끝내고 나면 구걸을 통해 양식을 얻을 수 있는 시간들,  빵 배급을 타면 눈치게임을 통해 교환이 이뤄지고 남의 것이 더 커 보이는 좌절감들은 입천장에서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숨과 배고픔의 천사의 유혹을 견딜 수 없다는 한계를 보인다.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인 먹는 행위가 사라질 때 나 자신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행동에 나서게 되는 과정인 남의 빵 훔쳐먹기, 이어 그 단죄를 행하는 집단 구타와 이를 수용하는 자의 암묵적인 태도들은  수용소의 생활 안에서의 절대 영도의 한 부분이자 삶의 연속성이다.



자유는 그저 허울뿐이고 일차적인 본능은 하루치의 배고픔을 어떻게 견디는가로 귀결된다.



쓰레기장의 감자 껍질을 먹고 개의 분뇨를 먹는 행위, 내내 허기진다는 느낌이 이토록 절박하며 시체가 나오면 옷을 벗기면서 부족함을 채우는 실태들은 이미 죽은 삶은 산 자들에겐 하나의 물질로밖에 보이지 않음을 그린다.



또한 뼈와가죽의시간의 허기가 배고픔의 천사와 함께 쌍을 이룰 때 부부 사이라도 양철키스를 통해 한 숟갈 먹으려는 욕망, 남과 여란 성은 퇴화되며 삽질 1회는 빵 1그램이란 공식이  갖는 유효성은 그들에게 끊임없는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 '너는 돌아올 거야'



레오에게 끝까지 인간성을 지니게 한 손수건에 담긴 의미는 배고픔의 천사에 대한 도전이자 결코 무너지지 않겠다는 동아줄처럼 비친다.



견딜 수 없는 치욕이 무너지면 무덤덤만 남는다는 것, 그 무덤덤 안에 자신이 겪은 고통에 대한 모든 말을 내뱉기에는 가족들의 침묵과  그 자신 스스로도 고향에 돌아왔지만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없음을 느끼는 단상들은 읽는 내내 마음 한 편의 무거운 추가 짓누르는 것 같이 다가온다.



 이런 점에서 작가가 그린 작품 속 내용은 타 작품과도 다른 차별을 보인다.



그녀가 만든 조어의 조합을 통해 감히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실제 경험담을 통해 그린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둠과 참혹함,  수용이란 말로 대변되는 삶의 기억들은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묘하게 흩트린 듯하면서도 이어지는 연속성이란 시간을 함께 그리기에 더욱 참담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한다.








명이주, 시멘트, 바람, 달, 구름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삶, 굶주림의 해소가 멈췄어도 여전히 욕망의 끝 모를 허기와 한방의 넘치는 행복을 마주하는 레오의 시선들이 들이쉬고 내쉬는 숨결 그 자체에도 불안한 숨그네가 있었다는 사실들은 인간이 인간이 아니길 포기하지 않을 때 우리들은 희망이란 날개를 잡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글의  흐름상 쉽게 읽히는 내용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놓칠 수 없는 글 숨결 곳곳에 들어있는 조어의 묘미는 작가의 글이 내뿜는 정제된 힘에 의해 위력을 발산하고 독자들은 레오가 내뿜는 숨그네에 취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에 이끌려 갈 수밖에 없음을, 삶의 소중한 가치를 새삼 느끼며 읽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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