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로드
조너선 프랜즌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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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서부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곳인 뉴프로스펙트에서 한 교회 부목사로 일하고 있는 러스는 아내 매리언, 4명의 자녀를 둔 가장이다.

 

겉으로 보기엔 특별한 것 없는, 하나님의 부름과 자신의 직업을 통해 충실한 기독교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러스를 비롯한 매리언, 클렘, 베키, 페리, 저드슨을 중심으로 그려가는 이야기는 대림절과 부활절이란 두 개의 큰 장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이 교회에서 청소년부를 위해 만든 '크로스로드'란 모임이 자신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인해 전도사인 릭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양새로 치욕의 날을 겪은 러스에게 그나마 한 가지 위안처럼 삼는 것이 있다면 미망인 프랜시스코에 대한 남다른 욕망이다.

 

화요일 모임을 통해 그녀의 곁에 있기 위해 노력하는 러스의 모습, 그런 그에겐 설교문까지 교정해주는 아내 매리언이 있지만 이들의 관계는 아내 매리언이 러스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과거의 비밀이 있고 결혼 전의 아름다운 모습이 이제는 중년 부인의 뚱뚱한 모습으로 변해있는 현재의 모습을 통해 서로 다른 생각들을 가진 채 위태하게 이어간다.

 

 신앙으로 뭉친 그들 가족 간에 불거진 사건 하나하나에는 저자가 그린 폭넓은 70년대 당시 미국의 사회발전과 영향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진중하고 성실함이란 이름으로 오로지 신앙의 힘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러스란 인물의 불륜은 아내 매리언에게 상처이자 그녀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보는 시간이 되었고, 큰아들 클렘이 바라보는 아버지에 대한 실망감은 이상향의 남성에서 초라하고 연약한 한 남자로만 남았다는 사실에 실망하며 불륜을 저지른 아버지에 대한 반항과 당시 사회적인 영향으로 인해  베트남 참전 신청을 하는 것으로 향한다.

 

 

 

 

 

큰딸 베키 또한 미모로 인한 모두의 선망의 대상인 시절과 아버지가 극도로 싫어하는 크로스로드에 가입함으로써 아버지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그곳에서 기존에 느껴보지 못했던 경험을 통해 종교에 새롭게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사랑을 가꾸어 나간다.

 

이렇게  위험한 분위기 속에 이어지던 가족들은  페리가 그의 명민함은 뒤로하고  약물에 빠지는 돌아갈 수 없는 그들 가족사에 지울 수 없는 큰 영향을 끼친다.

 

당시 사회 전반에 흐르는 베트남전,  불륜과 결혼에 대한 의미, 약물 중독, 인종 간의 차별들을 한 가족사에 연관 지어 그린 이 작품은 인물들이 화자로 나서 번갈아가며 자신의 이야기와 상황들을 그리고 있기에 더욱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을 준다.

 

 

특히 읽으면서 제목이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를 연상 생각하며 읽었다.

 

 

 

 

 

작품 속 주된 여러 주제 안에 가장 폭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신앙을 통한 그들의 고뇌와 용서, 화해, 그리고 결코 다시 결합될 수 없는 부분들이다.

 

한순간 저지른 불륜으로 이어진 부부간의 단절, 위험에 봉착해 있던 러스와 매리언이 성장하면서 겪은 경험들은 모두 신앙을 토대로 이어지고 결혼 과정도 함께한 산물이다.

 

그들의 성장사를 들여다본 독자의 입장이라면 러스가 행한 보수적인 종교관과 시대의 흐름에 맞추지 못한 채 고립된 한 남자의 모습이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매리언이 겪은 성장사 또한 연장선에 함께 한다.

 

그런 그들에게 유일한 지탱의 힘인  신앙을 바탕으로 살아가던 부부가 무너지려던 순간 페리의 사건은 그들을 다시 신앙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자 부부간의 용서와 화해, 사랑을 깨닫게 되는 매개체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이러니함을 지니게 한다.

 

 

 

 

 

 

여기서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과 가족해체만은 안된다는 위기감, 그에 따른 신앙을 통해 더욱 의지하며 몰입하는 모습들은 부모의 심정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서로 자신들 잘못으로 페리의 일이 발생했다는 자책감 장면은 울컥한다.)

 

 

형제간에 서로 다른 의견들, 미세하게 이어질 듯하면서도 엇갈린 자신들의 인생을 향한 여정들은 결국 부활절을 맞아 다시 고향에 돌아온 클렘을 비롯해 부모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리한 베키의 모습을 통해 엇갈린 그 모습 크로스이자 여전히 희망의 힘을 갖게 하는 크로스로드였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용서와 화해란 이름 아래 그들은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통해 독자들에게 인생이란 무엇일까를 묻는다.

 

 

정해진 틀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안정적인 인생의 한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인생이 어디 그렇게 만만하지 않음을, 살아가면서  체감 있게 느끼는 부분들이 많음을, 그렇기에 러스 가족들이 겪은 일들은 결코 소설 속의 한 부분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게 한다.

 

전작인 '인생수정'에서도 보인 인간의 다각적인 세심한 분열과 심리 포착들이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한다.

 

 

 

 

 결코 자신들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은 러스 자녀들이 나누는 대사도 그렇고 매리언이 내면에 담았던 고백 부분들도 여전히 인상 깊었던, 어느 부분도 허투루 넘겨짚을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탄탄한 작품, 이틀간 정주행 하며 읽은 벽돌 두께의 작품이었지만 점점 얇아져가는 한쪽의 두께가 아쉬움을 더해준 느낌, 아끼는 한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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