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게임 - 엄마, 엄마의 애인, 그리고 나
에이드리엔 브로더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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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는 언뜻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우선 소설처럼 흐르지만 내용은 저자의 자전적인 실화 내용을 담은 에세이다.

 

엄마와 딸의 관계, 같은 여자이자 여성으로서 서로가 바라보는 시선에는 의견 충돌과 간섭을 받는다는 사춘기의 반향으로 이어지는 성장통이 흔하게 엿보이지만 이 책에서의 주인공 레니는 그런 자신의 시절을 갖지 못한 채 성장한다.

 

 에이드리엔이 열네 살이던 7월의 어느 날, 케이트코드에서 엄마 말라바는 자고 있는 딸을 깨워 충격적인 고백을 하고, 그 고백은 이후 모녀 사이의 긴밀한 비밀을 간직한 채 인생의 방향을 바꿔버리는 일로 진행된다.

 

“그가 방금 내게 키스했어.”

 

재혼한 엄마, 의붓아버지 찰스의 오랜 친구인 벤과의 불륜은 그렇게 시작이 되고 레니(주인공)는 뇌졸중으로 불편한 신체를 갖게 된 의붓아버지에 대한 불만과 불행한 결혼 생활에 우울한 마음을 갖고 있던 엄마의 마음을 십분 공감, 이 둘의 불륜의 만남에 동참하게 된다.

 

 

모두가 모인 식사 자리에서  잠시나마 둘만의 시간을 주려던 계획, '건강산책'이란 이름으로 둘의 시간 만들기나, 조개잡이를 구실로 시간을 만들어줌으로써 그들의 애정 행각이 들키지 않도록 중간자로서의 행동을 하는 레니,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와 벤의 애정 행각은 좀 더 노골적이되 노골적이지 않은 아슬아슬한 방향으로 이어진다.

 

 

-엄마와 벤은 함께 굴을 까고, 청둥오리 깃털을 뽑고, 다루기 까다로운 숲 속 동물의 내장을 꺼냈다. 두 사람이 쏟아내는 말에는 그들이 구운 사냥 고기에 대한 포르노그래피적인 중의적 표현이 가득했다. 살살 녹는 엉덩이살, 감미로운 가슴살, 야들야들한 허벅지살. 그들의 모든 몸짓이 야하고 관능적으로 느껴졌다. 조갯살을 껍데기에서 스릅스릅 파먹는 것이나, 뼈를 씹어 골수를 쪽쪽 빨아먹는 것이나, 접시에 남은 소스에 새끼손가락을 담그는 방식만 봐도 그랬다. 그들이 음음거리며 즐겁게 먹을 때 그 소리가 내 위를 뒤틀리게 만드는 바람에 내가 2층으로 뛰어올라가 소화제 텀스를 한 움큼 집어삼켜야 한들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p 102

 

 

엄마의 벤에 대한 사랑과 욕망, 좀 더 그와 함께 하기 위한 묘책으로 일명 '와일드 게임(사냥고기)'란 레시피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뛰어난 요리 솜씨로 주위를 즐겁게 하는 엄마의 이런 행동들은 레니의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활동과 만남, 대학에 이르고 사회인이 되고서도 여전히 엄마가 애타게 필요로 할 때 거부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내용으로 보면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들이 내게는 많이 다가왔다.

그것이 동. 서양의 사고방식이 달라서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엄마가 자신의 불륜을 이어가기 위해 자신의 딸에게 함께 동참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은 사실적인 실화란 점에서 놀랍게 다가왔다.

 

 

외할머니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시절, 큰 아이를 잃은 아픔, 재혼을 통해서도 성실한 남편임을 인정하면서도 만족하지 못한 우울함이 벤을 만난 이후 활기를 찾아가는 모습에서 딸인 레니는 엄마는 충분히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은 이런 방식을 통해서만이 아닌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이어졌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게 했다.

 

 

물론 사랑이란 것이 정해진 틀에 따라 생성되고 이별이 된다는 감정이 아니기에 이런 일들이 발생했지만 레니가 엄마를 벗어나고자 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정황들은 많은 안타까움을 준다.

 

 

 성인이 되고 자신의 거짓말이 진실처럼 다가온다는 감정, 주위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죄책감들은 레니를 더욱 힘들게 한다.

 

특히 벤의 입양 아들과의 결혼식 과정에서조차 벤을 포기하지 못한 엄마의 계획 장면은 독자로서 이해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장면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 중 엄마와 벤은 그들의 배우자를 배신하지도 않았고 버리지도 않았다는, 가정을 지킨 사람으로 그린 문장들이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란 암묵적인 동의 하에 이미 정신적, 육체적으로 배우자들 모르게 이런 불륜 지속이 10년이 넘도록 이어오고 있다면 그들은 이미 법적으로만 부부일 뿐 이미 배우자를 배신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회고록이란 에세이를 통해 저자 자신의 인생 전반에 이어온 엄마와의 관계는 인간의 마음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음을, 한때는 엄마의 절대적인 사랑을 갈구하고 자신이 제일 중요한 주인공의 자리를 갖고 있었다는 착각이 몰려왔을 때 저자 자신이 자신을 추스르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너와 나는 온전한 전체라고 말한 엄마의 말, 비록 엄마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사람은 자신일 거란 착각과 충격에서 빠져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쉬운 것만은 아니었지만 엄마가 행했던 불륜의 나이가 자신에게 찾아오고 엄마를 바라봤을 때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시점에선 마음이 아파옴음, 이제는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저자의 의지와 노력은 인생에 있어 사랑과 애착에 대한 것들을 생각해 보게 한 작품이다.

 

 

 

-내가 자라면서 믿었던 것처럼 우리는 온전한 전체의 반반이 아니었다. 엄마는 엄마라는 한 개체였다. 내가 나라는 한 개체이듯. 그리고 나는 내가 엄마처럼 되지 않을 때마다, 더 많이 내가 된다는 것도 알았다. - p 329

 

 

진정한 하나의 개체로서 살아가길 바라는 저자의 딸에 대한 희망이 저자 자신의 치유를 통해서 전해지는, 용기 있는 에세이 고백이란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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