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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403/pimg_7136731162899873.jpg)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이후 만난 저자의 유고작이다.
대부분 그가 다룬 소설을 통해서 방대한 지식의 보고를 흡수하 듯한 느낌으로 작품을 대했다면 그가 쓴 에세이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저자가 다룬 현대의 사회의 단면들을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동 사회> 개념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시작한다.
종교나 신, 국가, 공동체 등 거대 서사가 사라진 인간 존재의 불안의 시대-이 시대의 전형적 특징은 분노를 동반한 항의운동인데 문제는 그 운동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는 알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는 데 있다는 것이 에코의 일침이다. 또한 우리가 이런 유동 사회를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런 사회를 이해하고 극복하려면 새로운 수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면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 P16
워낙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서의 미친것처럼 벌어지는 일들이 어디 한둘이 있겠느만은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전히 냉철한 유머와 통렬한 시선이 들어있다.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구매하고 버리는 행위들, 과거 어떤 미지의 사람이 불행한 일을 당한 일을 봤다면 응급의 일을 먼저 하던 세상은 이제 모바일로 재빠르게 찍고 올림으로서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듯한 인상마저 주는 현실, 사생활을 공개함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이끄는 행동들, 종교를 다루는 면에서는 어떤가? 서로 다른 종교에 대한 존중과 자신과 다른 종교에 대한 편협한 시선들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에 대한 일침, 종교인이나 정치인들이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에 대한 일침, 강의를 하면서 자신에게 이의를 제기했던 학생에게 다시 타 종교에 대한 받아들임과 조롱의 차이점을 알려준 점에는 역시 그답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 인터넷 세상에서 마주치는 잘못된 정보의 경고, 음모론(프라하의 묘지가 생각난다.) 필체를 손에 의해 쓰던 시대를 그린 장면에선 어린 시절의 받아쓰기를 연상하게 한다.
여기에 모바일의 대세로 책의 시대가 저물어 간다는 현상에 대해선 책과 더 가깝게 받아들이는 세대들의 느낌을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플로피디스크, cd, cd롬에 이은 usb,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저장공간의 출현에 따른 방대한 책의 정보를 저장하는 이점 앞에서 드리워진 단점을 통해 드러난 불편함은 여전히 책의 존재성을 일깨워준다.
2000년부터 타계 전까지 쓴 55편의 에세이들은 시대를 참작해서 읽어도 그의 미래를 바라본 통찰력에 대한 글들이 너무도 와 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너도나도 무분별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내뱉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자세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 더 이상 그의 필력을 만나볼 수 없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