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이 책을 울면서 끝까지 읽은 이유는 온 세상에 이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고 용기 내어 증언한 생존자들에 대한 존중과 응원이었다. 강간은 성적 욕구가 아닌 인간이 길 포기한 범죄자 악마들이 자행하는 잔혹한 폭력이고 살인무기이다! 무적의 힘을 갖기 위해 18개월 아기 그보다 더 어린 신생아를 강간하는 믿기 힘든 사실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피해자 숫자가 늘고 있다는 끔찍한 현실은 더 충격과 공포였다.희망을 꿈꾸는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가 더 뭉클했던 것은 고통을 힘으로 변화시킨 강간 생존자들이 추는 그 춤이 ˝약속했으니 죽을 수 없었다˝라는 말과 함께 삶의 끈처럼 벅차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영원한 비밀은 없다. 용감한 생존자들 그리고 세상을 떠나신 분들까지... 끔찍한 고통이 반복되는 목숨을 건 증언들이 세상 어떤 힘보다 더 위대한 무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많은 이들이 《관통당한 몸; 이라크에서 버마까지, 역사의 방관자이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기를 바란다.(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
"그건 성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무너뜨리는 수법입니다.피해자의 내면에서 사람이라는 느낌을 빼앗는 것이지요. ‘너는 존재하지 않아,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걸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의도적인 전략이지요. 남편 앞에서 아내를 강간해서 남편은 굴욕감으로 떠날 수밖에 없도록, 피해자는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도록 합니다. 피해자는 그 현실을 감당하며 살 수 없으니 지역을 떠날 테고,공동체가 완전히 파괴되지요. 마을 전체가 버려진 곳들도 있습니다.사람들이 무력감을 느끼도록 만들고 사회조직을 파괴하려는의도이지요, 목사의 아내가 모든 신도 앞에서 강간당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두 달아났지요. 하느님이 목사의 아내조차 지켜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자기들을 지켜주겠냐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 P363
"전쟁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일어난다." 마사 겔혼Martha Gellhorn이 1959년 《전쟁의 얼굴The Face of War)에서 쓴 구절이다. 그러나 전쟁은 다양한 방식으로도 일어나며 어쩌면 죽음이 최악이 아닐 수도있다.나는 더 많이 읽고 더 조사하고,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내가 역사에 대해 배워온 모든 것에 의문을 품게 됐다. - P251
그녀는 너무 허약해 보였다. 나는 브란카 박사에게 그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이 그녀를 더 힘들게 하지 않았을지 두렵다고 말했다."그 일로부터 치유되기란 영원히 불가능해요. 하지만 최대한 빨리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연민의 마음으로 잘 들어주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제가 지켜본 바로는 치유에확실한 도움이 되는 것은 가해자들의 처벌이에요. 그럴 때 피해자는그 일이 자기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고 자기에겐 죄가 없다고 사회의 권위로부터 인정을 받았다고 느끼거든요. - P230
...제가 품었던 희망 중 몇몇은 막다른 길에 부딪혔습니다. 이게 위협이 없으니 삶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그것은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 여성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그게 바로 강간이 의도적으로 계산된 무기인 이유입니다. 강간했고 강간을 기획한 그들은, 강간당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죽든 나중에 죽든 그 모든 시련을 겪고 나서는 결코 사람으로 다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여기 도시에서든 마을에서는 타바에서든 그 여인들을 만나면겉으로는 멀쩡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밤에 집으로 돌아가 문을닫으면 그들 안에는 누가 무슨 수를 써도 뚫고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 있을 겁니다." - P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