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詩 ‘거대한 뿌리‘의 한 구설에서 따온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는 제목처럼 26가지 시선으로 김수영 시인의 작품을 다시 볼 수 있기에 이 한 권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했다.개인적으로는 김수영 전집과 함께 여유를 두고 감상하시기를 추천드린다.절박한 삶 속에 저항의 아름다움이 좋았던 것일까 어린 시절 김수영 시인을 좋아해서 10대에도 김수영 시집을 들고 다니면서 읽었다. 20대에 김수영 시인은 나에게 어려운 숙제 같은 문제들을 건넨 詩들로 풀지 못한 수수께끼로 남아 점점 멀어져 갔다.2021년 탄생 100주년으로 미디어에 등장하고 잊었던 기억이 떠올랐고 운명처럼 ‘26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는 김수영‘이라는 부제에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가 왔고, 그의 전집을 다시 소환해 함께 읽었다.40대에 다시 만난 김수영 시인의 작품들은 그때와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어서 나에게 왔고 어떠한 논란도 비난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런 문제들도 함께 넣어서 읽다 보니 그 아픔도 가치있게 느껴졌고, 인간 김수영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다.(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
정연한 시론은 정작 시 쓰기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시를 쓰는 방법을 몰라야 시를 쓸 수 있다고 말이다. 당연하다. 그는 무의식의 힘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비유적으로 선언한다. "시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하는 것이다. 몸(무의식)으로 밀고 나가는 시 쓰기라는 이 발상을 초현실주의의 흘러간 레퍼토리쯤으로 치부하지 말고 우리가 한 번도 도달해본 적이 없는 시의 경지를 상상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그 사용법에는 기억해둘 만한 두 개의 디테일이 포함돼 있다. - P228
우리는 재난으로 인해 평범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들을 빼앗겼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은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는‘평범한 재난들‘로 가득한 ‘이상한 일상‘을 살고 있다. 오래전에 이미 망가져버린 ‘이상한 일상‘이 차곡차곡 쌓이다 가시화된 결과물로 드러난 자연스럽고 평범한 현상이 재난이다. 재난이 도래하기전부터 일상은 처참히 파괴되어 있었다. - P18
코로나19 바이러스는재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코로나19 를 외부에서 침범한 재난이자 세계를 망친 주범이라 여긴다. 바이러스를 마치 어떤 ‘악‘이라든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행위 주체라도 되는 양 원망하고 비난할 대상으로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평온했던 삶이 망가지고 일상이 파괴되었으며, 수많은사람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겉으로드러난 현상일 뿐이며, 사태의 본질을 은폐한다. - P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