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는 대규모 재난이라는 형태로 인간에게 되돌아오기 시작한다. 깊이 상처 입은 자연은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지만, 자연 앞에서 가진 게 생명뿐인 인간은 달리 지불할 능력이 없다.이 재난은 자본주의가 다뤄왔고 익숙한 ‘경제적 재난‘과는 다르다. 글로벌 자본주의가 초래하는 재난은 ‘생태적 재난‘이다. 생태적재난은 ‘탈영토화된 재난‘이다. 그것은 종과 지역과 국경을 넘나들며 전 지구를 파멸로 몰아가는 재난, 좀비와 같이 모든 생명과 영토를 절멸로 몰아넣는 재난이다. 그것은 자본주의가 초래한 재난MAASMON이지만, 자본주의의 바깥에서 오는 재난이다. 그것은 자본주의의영향력 너머에서 도래하는 막대한 폭력이다. - P134
세계에 닥친 모든 재난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분명하고 명백한 원인이 있으며, 얼마든지 사유 가능한 대상일 뿐이다. 초자연적 종말이란 없으며, 미래에도 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초자연적(신비적) 재난 혹은 종말이라는 범주를 폐기할 것이다. - P45
김수영의 詩 ‘거대한 뿌리‘의 한 구설에서 따온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는 제목처럼 26가지 시선으로 김수영 시인의 작품을 다시 볼 수 있기에 이 한 권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했다.개인적으로는 김수영 전집과 함께 여유를 두고 감상하시기를 추천드린다.절박한 삶 속에 저항의 아름다움이 좋았던 것일까 어린 시절 김수영 시인을 좋아해서 10대에도 김수영 시집을 들고 다니면서 읽었다. 20대에 김수영 시인은 나에게 어려운 숙제 같은 문제들을 건넨 詩들로 풀지 못한 수수께끼로 남아 점점 멀어져 갔다.2021년 탄생 100주년으로 미디어에 등장하고 잊었던 기억이 떠올랐고 운명처럼 ‘26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는 김수영‘이라는 부제에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가 왔고, 그의 전집을 다시 소환해 함께 읽었다.40대에 다시 만난 김수영 시인의 작품들은 그때와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어서 나에게 왔고 어떠한 논란도 비난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런 문제들도 함께 넣어서 읽다 보니 그 아픔도 가치있게 느껴졌고, 인간 김수영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다.(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
정연한 시론은 정작 시 쓰기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시를 쓰는 방법을 몰라야 시를 쓸 수 있다고 말이다. 당연하다. 그는 무의식의 힘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비유적으로 선언한다. "시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하는 것이다. 몸(무의식)으로 밀고 나가는 시 쓰기라는 이 발상을 초현실주의의 흘러간 레퍼토리쯤으로 치부하지 말고 우리가 한 번도 도달해본 적이 없는 시의 경지를 상상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그 사용법에는 기억해둘 만한 두 개의 디테일이 포함돼 있다. - P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