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엄마의 정보력 -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남엄마식 교육 로드맵
김소희 지음 / 북라이프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 약간 뜨악 했다. 강남엄마란 단어가 보통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강남에 살지만 강남엄마는 아니라 그런가? 아니면 주변에서 듣고 본 강남엄마 때문일까? 헬리콥터맘이란 단어도 같이 떠오른다. 작가도 강남엄마이기에 이 책은 강남엄마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고 작가 자신의 얘기이기도 하다. 대체 강남엄마의 정보력은 어떻게 다른 걸까?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장(章)으로 나뉜다. 강남엄마들이 아이들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지, 바뀐 교육 개정안은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해야 강남엄마처럼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건지, 인터넷 강의와 소셜미디어, 인터넷을 어떻게 교육에 활용할 것인지, 스펙에 도움이 되는 시험은 어떤 게 있고 또 언제 열리는지 등의 실질적 정보를 얻으려면 1장부터 3장까지 집중적으로 보기 바란다. 필요한 정보들이 보기 좋게 정리돼 있다. 4장부터 5장까지는 구체적인 정보라기보다는 에피소드 모임이라고 보면 된다. 작가 주변 사람들의 예를 들어 강남엄마가 어떻게 아이를 교육시켰는지,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었는지, 사춘기는 어떻게 넘겨야하는지 얘기하며 작가 자신이 아이들을 키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1장에서 3장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고 미혼이거나 아이가 없는 사람의 경우 4장에서 5장의 이야기가 읽기 편할 것이다.

엄마가 아니라서 그런가 솔직히 강남엄마의 극성이 이해가 되거나 공감은 되지 않았다. 4장, 5장을 읽으며 공감보다는 경악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정도까지 하는 게 과연 궁극적으로 자식을 위한 일일까, 무엇 때문에 저렇게 하는 걸까 의문이 많이 들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자식을 낳아보지 않아서 드는 생각일까? 어쨌든 선택은 개인의 몫.

그건 그렇고 역시 강남엄마는 대단하다. 언제 들어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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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너무 많은 여자 - 생각의 늪에 빠진 여자들을 위한 3단계 심리 처방
수잔 놀렌 혹스마 지음, 나선숙 옮김 / 지식너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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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하는 있는 일들이 왜 만족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뭐가 잘못된 걸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여러 지역사회 모임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잖아. 그런데 제대로 하고 있는 느낌이 아니야. 내 삶에서 뭔가가 잘못된 걸까? 생리 중이라 그런가? 아니야, 한 달 내내 이런 기분이었잖아. 어쩌면 내가 지금껏 잘못된 선택들을 해온 건지도 몰라. 남들 앞에서는 살림하며 아이들 키우는 게 좋다고 말하지만, 이게 진심인 걸까? 내가 아이들을 위해서 하고 있는 일들을 남편은 정말 고마워할까?(16쪽)

어쩐지 생각하는 게 나랑 비슷한 거 같은가? 저런 생각 나도 자주 하는데 싶은가? 읽는데 아무렇지 않고 '이렇게 생각하는 게 뭐?' 싶은가?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혹시 오버씽킹(overthinking)이 아닌가 의심해 봐라. 오버씽킹, 즉 생각이 너무 많은 건 단순히 걱정하는 거나 강박증과는 다르다. 걱정에는 '만약'이라는 가정이 포함돼 있어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예상하며 걱정하는 반면,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의 경우 똑같이 걱정이 많더라도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 즉 과거에 있었던 사건이나 과거에 했던 행동, 다른 식으로 흘러갔길 바라는 지난 상황들에 초점을 맞춘다. 강박증과도 확연히 다르다. 강박증을 지닌 사람들은 외적인 사건이나 상황에 집중하며 스스로 그 생각들을 불편하고 반갑지 않은 것으로 인식한다. 그에 반해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은 부정적인 생각과 느낌들을 반복해서 검토하고 살펴보고 의심한다. 한 마디로 복잡한 상념과 걱정이 이어져 생각의 늪에 빠져버리게 된다. 

 

요즘은 사회 전반적으로 생각이 너무 많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데 왜 요즘 사람들은 생각이 많은 걸까?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가치관의 부재다. 선택의 여지는 많지만 선택의 기준이 될 만한 가치관이 확립돼 있지 않다. 둘째, 자격에 대한 집착이다. 기대하는 게 깨질 경우 이유에 대해 집착하게 된다. 셋째, 빠른 해결책을 찾는 임시방편에 대한 요구 때문이다. 넷째,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문화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게 너무 몰두하다 보니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많은 게 과연 나쁜 걸까?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는 생각이 너무 많은 건 병이라고 한다. 사는 게 더 힘들어지고 연인관계에 상처를 입히며 우울증, 심한 불안, 알코올 의존증 같은 정신 이상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오버씽킹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버씽킹에서 벗어나 더 높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또다시 오버씽킹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각각의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실천 지침 열 가지 정도가 있다. 그전에 자신이 과연 오버씽킹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책 30쪽, 31쪽에 있는 테스트부터 해보자. 10가지 질문이 있는데 서너 가지 이상의 항목에 '자주 그렇다', '항상 그렇다'로 답했다면 오버씽킹이라고 보면 된다. 나도 해봤는데 역시나 오버씽킹이 아니었다(책 읽으면서 사례로 등장하는 사람들의 오버씽킹을 읽는데 머리에서 쥐 나는 줄 알았다. 무슨 생각이 이렇게 많은 거야?).  

 

책의 후반부에는 상황별 오버씽킹 극복법이 나와 있으니 특히 해당되는 사례가 있다면 찾아 읽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여섯 가지 사례 모두 해당이라면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거나 제일 심하다고 생각하는 상황부터 해결하면 될 거 같다. 

 

원제는 [Women who think too much : how to break free of overthinking and recla]로 2004년에 한언출판사에서 번역본이 출판된 적이 있는데 9년만에 새로 번역해 '지식너머'에서 나왔다. 같은 책인데도 목차부터가 다르다. 같은 책이라도 누가 번역하는냐, 시대에 따라 우리말로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전달력이 달라진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의 특징 때문이다. 비교해 읽어도 재미있을 거 같다. 평소 생각이 너무 많아 감당이 안 돼 머리가 터질 거 같았지만 벗어날 방법을 몰라 헤맸던 사람에게 추천한다. 인문서지만 읽기 어렵지 않고 새파란 표지가 시선을 확 끄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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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경심 세트 - 전3권
동화 지음, 전정은 옮김 / 파란썸(파란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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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5살의 회사원이다. 이름은 장효, 싱글이다. 퇴근 후 급하게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었고 주변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른 거 같은데 몸이 반 정도 차에 깔린 게 보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누군가 나를 부른다. 그런데 이름이 다르다. 마이태 약희? 그게 누구지?

 

정신을 차린 나는 시간을 300년이나 거슬러 청나라 강희 43년에 와있었다. 13세의 만주족 소녀로 마이태 약희가 내 이름이었다. 절벽에서 떨어졌다 며칠만에 정신을 차린 거라고 했다. 내가 있는 곳은 언니 마이태 약란의 집. 언니는 강희재의 팔황자, 염친왕 윤사의 후처였다. 현대에 살았을 때 배웠던 역사 기억이 맞다면 팔황자는 사황자 옹정제와의 왕위 쟁탈전에서 밀려났던 사람이다. 언니는 원래 좋아하던 사람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팔황자한테 마음이 전혀 없는 거 같은데 팔황자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미래가 내가 아는 게 맞다면 마음이 없는 게 좋다.

 

절벽에서 떨어지기 전의 나는 굉장한 말괄량이였던 거 같다. 주변 사람들은 정신이 든 후 사람이 완전히 변했다고 하는데 몸은 열세살 어린 아이지만 속은 스물다섯 성인 여자니 당연한 거다. 겉모습만 마이태 약희지 속은 마이태 약희가 아니라 집안 사정이며 아무것도 모르는 건 당연하고 그래서 둘러댄 핑계가 기억 상실이다. 사람들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절벽에서 떨어졌다 며칠 만에 일어났으니...' 하며 순순히 이것저것을 알려준다.

 

나중에 황제가 되는 사황자는 굉장히 차고 냉정한 사람이다. 황제가 됐을 때 잔인하게 굴었던 걸 생각하면 찍히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최선이다. 팔황자는 현왕이란 별명답게 늘 우아하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고 있는데 굉장한 미남이다. 약간 바보 같은 십황자는 내가 신기한가 보다. 늘 나를 보러 언니네 집으로 놀러를 오는데 놀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십삼황자와는 마음이 제일 잘 맞는다. 현대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 같다. 시간을 거슬러와서 만난 지기다. 십사황자는 늘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나만 보면 시비를 건다. 사황자랑 친형제면서 팔황자와 친하다.

 

근데 이상하다. 자꾸 팔황자가 눈에 들어온다. 팔황자도 알게 모르게 자꾸 신호를 준다. 팔황자의 미래를 생각하면 절대 가까이 하면 안 되는데 어떡하지? 일부일처가 당연한 현대사회에서 살았던 여자로 일부다처제의 시대도 마음에 안 든다. 자매끼리 한 남자의 아내가 되는 것도 싫다. 무엇보다 황위를 노리는 게 싫다. 황위를 포기하면 시집 가겠다고 말했는데 팔황자는 선택을 망설인다.

 

중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모으기도 했던 [보보경심] 번역본이 이번에 3권의 책으로 나왔다. 3권 합하면 1,500쪽 정도 되니 적은 양은 아닌데 결말이 궁금해 집중해서 읽다 보니 하루만에 다 읽었다. 중국 사람이라면 청나라 역사를 대충은 알 테니(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역사를 대략은 아는 것처럼) 결말이 덜 궁금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중국 역사는 거의 모르다 보니 중간에 읽다 말 수가 없었다. 시리즈의 문제점. 중간에 손을 놓을 수가 없다, 에잇.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타임슬립이 한참 유행했던 적이 있는데 중국도 다르지 않은가 보다. 타임슬립이란 기본 설정, 신분제가 명확했던 사회에서 생기는 긴장감, 역사를 알고 있고 다른 세대를 살고 온 사람이 갖는 이질감, 영혼이 깃든 몸이 귀족이라는 점 등이 드라마로 만들기에 딱 좋은 소재가 아닌가 싶다. 드라마는 또 어떻게 영상으로 풀어냈을지 모르지만 책은 주말 날 잡고 읽으면 딱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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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쓴 소리, 절대 혼자 살지 마라 - 누구나 알고 싶은 행복한 결혼의 비밀
혜철 지음 / 마젠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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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만 첫인상이 있는 건 아닐 거다. 책에도 첫인상이란 게 있을 텐데 이 책 보고 '참 곱다' 생각했다. 표지가 세련됐거나 글자체가 예쁘거나 그렇진 않은데 자잘한 하얀꽃이 가득한 연분홍빛 표지가 커다란 벚꽃나무 숲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실제 책의 분홍은 사진의 분홍보다 좀 더 진한 분홍인데 '아... 저런 커다란 벚꽃나무 밑에 앉아 있음 좋겠다'란 생각이 절로 드는 표지다.

 

책을 쓰신 분은 스님으로 'KBS 아침마당', 'MBC 세상의 아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신 적도 있는 분으로 지금까지 1,200쌍의 결혼을 성사시키셨다고 한다. 중매라는 게 잘되면 술이 석 잔, 못 되면 뺨이 석 대라는데 스님은 술을 더 많이 드셨을까? 뺨을 더 많이 맞으셨을까? 하는 호기심도 생긴다. '속세를 떠나 사시는 스님이 중매는 무슨?'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느 종교든 수행하는 사람마다 타고난 소명이 있는 법. 스님 본인은 비록 독신의 계명을 지키셔야 하는 분이지만 수행자로서 스님의 소명은 아마 인연을 이어주는 게 아닌가 싶다.

 

제목 앞에 '스님의 쓴 소리'라는 수식어가 달려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하나도 안 쓰다. 글에도 쓴 이의 성격이 드러나는데 혜철 스님의 말투는 조곤조곤 타이르는 타입이시지 목소리 쩌렁쩌렁 혼내시는 타입이 아니시다. 아마 '쓴 소리'란 수식어는 출판사의 홍보 문구가 아닐까 싶다. 법륜 스님이 쓰신 [스님의 주례사]도 읽어본 적이 있는데 똑같이 인연을 주제로 다루시면서도 두 분의 글투는 완전히 다르다. 두 분의 책을 같이 읽으며 비교하는 재미도 좋을 듯.

 

스님의 말씀에 특별한 내용은 없다. 혼자 잘 살면 둘이어도 잘 산다든가, 사람은 끼리끼리 만나게 돼 있다든가, 나를 닮은 사람을 찾으라든가, 착한 일을 하면 좋은 인연을 부른다든가 하는 말 어디선가 한 번쯤 다 들어봤을 거다. 그래도 '에이, 다 아는 얘기잖아'하고 책을 탁 덮어버리지 말자. 원래 하늘 아래 새로운 일은 없는 법이라 했다. 같은 말을 이 사람도 하고 저 사람도 한다면 그 말을 의미를 찬찬히 곱씹는 게 내게 유익하지 않을까?

 

스님이 하시는 말씀을 다 읽어보면 결국 모든 건 '내 탓'이 된다. 상대를 탓하기 전에 우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어떤 사람을 찾는지 살피고,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 결국 그게 다 내 탓 아닌가? 참 다행이다. 내 탓은 내가 노력하고, 내가 바꾸면 되니까. 네 탓이 돼 봐라. 나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데 네 마음을 어떻게 바꾸겠는가. 괜히 상대 탓 할 시간에 내 탓이나 하는 게 여러모로 남는 장사다. 고롬고롬.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궁합 봐달라고 오신 어떤 분께 궁합이란 거 별난 거 아니다, 뜻이 같으면 좋은 것이다, 상대와 손과 발이 닮은 구석이 많으면 천상 배필이니 상대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맞대고 비교해 보라고 해라, 취미와 하는 일이 같은 사람들의 손과 발은 서로 닮은 구석이 있다, 나무를 가꾸는 손, 꽃을 가꾸는 손,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손, 책장을 넘기기를 좋아하는 손은 대부분 취향이 비슷하기 때문인지 지문과 생김새가 닮아 있다는 스님의 말씀. 고개를 끄떡끄떡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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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라이닝 플레이북 - 사랑으로 받은 상처, 사랑으로 치유하라!
매튜 퀵 지음, 정윤희.유향란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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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름은 팻 피플스. 부모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정신병원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매일 열 시간 넘게 운동을 꼬박꼬박 하고, 물은 15리터씩 마신다. 달리기를 할 땐 검정색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고 16킬로미터를 달린다. 클리프 선생님께 상담을 받고 있는데 선생님이 주신 약을 어머니 몰래 슬쩍 덜 먹고 있다. 아버지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도 걸지 않는다.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 제이크는 다른 데서 산다. 잠시 떨어져 살고 있기는 하지만 아내 니키랑 다시 만나는 날, 더 멋있어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살도 많이 뺐고, 도서관에서 책도 빌려서 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집 벽에 걸어두었던 니키와 나의 결혼식 사진이 싹 사라져버렸다. 베테랑스 스타디움도 무너졌단다. 어? 난 서른 살인데. 가족들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서른 네살이란다. 어떻게 된 거지?

 

어릴 적 친구 로니를 우연히 다시 만났는데 집에서 하는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았다. 어머니가 챙겨주신 와인과 꽃다발을 들고 갔더니 로니의 아내 베로니카가 자신의 언니 티파니도 초대를 했단다. 티파니는 예쁘고 몸매도 좋은데 화장이 좀 진한 게 흠인 여자였다. 집 앞까지 바래다줬는데 이 여자 다짜고짜 같이 자도 된단다. 뭐야? 난 유부남이라고. 뭘로 보는 거야.

 

그때부터였다. 운동하러 나가면 어떻게 알았는지 티파니가 기다리고 있다 뒤를 따라온다. 운동하는 시간대를 바꿔도 귀신 같이 알고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내가 달리기를 하러 나가면 뒤를 졸졸졸 따라온다. 스카우트를 하고 싶은데 해도 되는지 테스트를 하는 중이란다. 무슨 일에 스카우트를 하려는 건지는 비밀이라고 말을 해주지 않는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 체중도 많이 줄였고, 니키가 말했던 책도 열심히 읽고 있고, 상담도 꾸준히 받고 있고, 약도 주는 대로 꼬박꼬박 먹고 있는데 팻의 꿈은 이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팻의 단 한 가지 소망은 떨어져 살고 있는 아내 니키를 다시 만나는 건데 어머니는 계속 거짓말을 하시고, 폭력적 성향은 가라앉지를 않고, 케니 지의 노래를 들으면 미칠 것만 같다. 팻의 삶은 온통 구름으로 뒤덮여 잿빛이었다. 그러다 구름 뒤로 살짝 빛이 보이더니 빛이 점점 넓게 퍼져갔다.

 

그래, 니키랑은 잠시 떨어져 살고 있는 게 아니었다. 니키랑 이렇게 된 그 사건도 결국 니키 잘못이 아니었다. 계속 부정하고 모른 척하고 아닌 척하려고 했는데 알고 있었다. 그리고 티파티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처럼 현실을 부정하며 살았던 티파니. 티파니가 구름 뒤에 숨어있던 작은 빛이었다.

 

책이 영화로 만들어졌고,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브래들리 쿠퍼와 제니퍼 로렌스라고 해서 성질 괴팍한 남녀가 사랑을 깨닫게 되는 연애소설인가 했더니 기존의 연애소설과는 살짝 색깔이 좀 다르다. 신체적, 사회적으로는 성인이지만 정신적으로 성인이 되지 못한 남녀가 상처를 겪고 부정하다 인정하며 성장하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라고 할까? 책만 읽어도 영화로 만들기 좋은 설정이란 게 읽힌다.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소설이 원작이니 책을 읽고 비교를 해보는 재미도 좋을 거 같다. 난 영화를 못 봤으니 영화를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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