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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경심 세트 - 전3권
동화 지음, 전정은 옮김 / 파란썸(파란미디어)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25살의 회사원이다. 이름은 장효, 싱글이다. 퇴근 후 급하게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었고 주변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른 거 같은데 몸이 반 정도 차에 깔린 게 보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누군가 나를 부른다. 그런데 이름이 다르다. 마이태 약희? 그게 누구지?
정신을 차린 나는 시간을 300년이나 거슬러 청나라 강희 43년에 와있었다. 13세의 만주족 소녀로 마이태 약희가 내 이름이었다. 절벽에서 떨어졌다 며칠만에 정신을 차린 거라고 했다. 내가 있는 곳은 언니 마이태 약란의 집. 언니는 강희재의 팔황자, 염친왕 윤사의 후처였다. 현대에 살았을 때 배웠던 역사 기억이 맞다면 팔황자는 사황자 옹정제와의 왕위 쟁탈전에서 밀려났던 사람이다. 언니는 원래 좋아하던 사람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팔황자한테 마음이 전혀 없는 거 같은데 팔황자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미래가 내가 아는 게 맞다면 마음이 없는 게 좋다.
절벽에서 떨어지기 전의 나는 굉장한 말괄량이였던 거 같다. 주변 사람들은 정신이 든 후 사람이 완전히 변했다고 하는데 몸은 열세살 어린 아이지만 속은 스물다섯 성인 여자니 당연한 거다. 겉모습만 마이태 약희지 속은 마이태 약희가 아니라 집안 사정이며 아무것도 모르는 건 당연하고 그래서 둘러댄 핑계가 기억 상실이다. 사람들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절벽에서 떨어졌다 며칠 만에 일어났으니...' 하며 순순히 이것저것을 알려준다.
나중에 황제가 되는 사황자는 굉장히 차고 냉정한 사람이다. 황제가 됐을 때 잔인하게 굴었던 걸 생각하면 찍히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최선이다. 팔황자는 현왕이란 별명답게 늘 우아하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고 있는데 굉장한 미남이다. 약간 바보 같은 십황자는 내가 신기한가 보다. 늘 나를 보러 언니네 집으로 놀러를 오는데 놀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십삼황자와는 마음이 제일 잘 맞는다. 현대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 같다. 시간을 거슬러와서 만난 지기다. 십사황자는 늘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나만 보면 시비를 건다. 사황자랑 친형제면서 팔황자와 친하다.
근데 이상하다. 자꾸 팔황자가 눈에 들어온다. 팔황자도 알게 모르게 자꾸 신호를 준다. 팔황자의 미래를 생각하면 절대 가까이 하면 안 되는데 어떡하지? 일부일처가 당연한 현대사회에서 살았던 여자로 일부다처제의 시대도 마음에 안 든다. 자매끼리 한 남자의 아내가 되는 것도 싫다. 무엇보다 황위를 노리는 게 싫다. 황위를 포기하면 시집 가겠다고 말했는데 팔황자는 선택을 망설인다.
중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모으기도 했던 [보보경심] 번역본이 이번에 3권의 책으로 나왔다. 3권 합하면 1,500쪽 정도 되니 적은 양은 아닌데 결말이 궁금해 집중해서 읽다 보니 하루만에 다 읽었다. 중국 사람이라면 청나라 역사를 대충은 알 테니(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역사를 대략은 아는 것처럼) 결말이 덜 궁금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중국 역사는 거의 모르다 보니 중간에 읽다 말 수가 없었다. 시리즈의 문제점. 중간에 손을 놓을 수가 없다, 에잇.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타임슬립이 한참 유행했던 적이 있는데 중국도 다르지 않은가 보다. 타임슬립이란 기본 설정, 신분제가 명확했던 사회에서 생기는 긴장감, 역사를 알고 있고 다른 세대를 살고 온 사람이 갖는 이질감, 영혼이 깃든 몸이 귀족이라는 점 등이 드라마로 만들기에 딱 좋은 소재가 아닌가 싶다. 드라마는 또 어떻게 영상으로 풀어냈을지 모르지만 책은 주말 날 잡고 읽으면 딱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