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사기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것들 - 몰라서 손해보는 당신의 잘못된 화장품 상식
김준구 지음 / 참돌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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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은이 김준구는 홍보전문가다. 원래 안정적이고 굴곡 없이 사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꿈도 공무원이었다. 홍보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일이 됐고 화장품 홍보 경력 8년차가 됐다(르네휘테르, 모로칸오일, 버츠비, DHC 등의 제품을 담당했었다). 덕분에 비싼 화장품 아낀다고 유통기한이 지날 때까지 묵혀두시는 어머니한테 제발 그러지 좀 말라고 잔소리하는 경지에 이른 아들이 됐다. 물론 CC크림 바르고, 눈가 전용 제품과 목 전용 제품을 매일 꼼꼼히 챙겨 바르는 건 기본이다.

 

이 책은 메이크업 책이 아니다. 간단한 팁 몇 개를 적긴 했지만 화장 기술을 연마하고 싶다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쓴 책을 보거나 미용 전문 파워블로거의 블로그를 보는 게 더 낫다. 과정사진까지 꼼꼼히 실려 있으니까. 이 책은 오히려 '묻고 답하고 책'에 더 가깝다. 평소 화장품을 쓰면서 정말 사소하게 궁금했지만 마땅히 물어볼 데가 없었던 질문들, ~카더라 통신에서 그러긴 하는데 정말 그런 건지 확인하고 싶은데 딱히 확인할 데도 없던 그런 궁금증들에 대한 대답이 가득하다. 처음에 책 목차를 보고 '어? 나도 이거 궁금했는데' 싶었던 게 정말 많았다. 이런 궁금증들이 책이 된 걸 보면 사람 궁금한 건 다 비슷한가 보다.

 

예를 들어 만원이 되지 않는 잡지 사은품으로 잡지 가격보다 비싼 화장품이 붙어나오는 걸 보면서 '저 제품 써도 되나?', '혹시 유통기한 지난 거 처리하는 거 아니야?' 궁금했던 사람이 있다면 38쪽를 보면 그게 어떻게 되는 건지 속 시원히 알 수 있다. 여러 잡지나 미용 전문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선정하는 베스트 제품을 보면서 '저거 믿어도 될까?', '저거 다 돈 받고 해주는 거 아닐까?' 의심스러웠던 사람이라면 17쪽을 보자. 이너뷰티 제품에 혹하기는 하는데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궁금해서 살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이라면 177쪽을 보면 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연예인이 기획이나 개발에 참여한 제품을 보며 '정말 참여했을까? 했으면 얼마나 했을까?' 궁금한 사람이라면 29쪽을 보자. 이 외에도 같은 제품 샘플이 많을 경우 그걸 다 뜯어서 한 통에 담아 써도 괜찮은지, 입소문이나 품평회, 블로거는 얼마나 믿어도 되는지, 파워블로거나 브랜드서포터즈가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도 알 수 있다.

 

화장품을 쓰는 여자라면 누구나 평소 한 번쯤 궁금했을 법한 질문들로 가득해서 책을 읽는 게 재미있다. 300쪽 정도 되는 책이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읽힌다. 마스크 팩을 할 때 두 장을 겹쳐서 하기, 원래 비싼 기능성 제품이라면 브랜드끼리 비교해보고 가격이 저렴한 걸 구입하고, 화장솜이나 스킨처럼 원래 비싸지 않은 제품은 비싼 브랜드 제품에서 구입하기, 평소 사용법과는 반대로 기초제품을 사용할 때는 도구를 사용하고 화장을 할 때는 손을 이용하기, 비싼 스킨을 값싼 화장솜에 사용하느니 적당한 가격의 스킨을 좋은 화장솜에 발라 사용하기 같은 지은이만의 노하우도 배웠다. 지은이 같은 전문가도 화장품을 구입할 때 참고하는 블로거(http://blog.naver.com/yuiop1193, http://blog.naver.com/violetxx, http://blog.naver.com/yujingoon, http://blog.naver.com/lovegono, http://blog.naver.com/freesia85/ http://blog.naver.com/seul8413) 를 알게 돼 그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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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버리기 연습 - 100개의 물건만 남기고 다 버리는 무소유 실천법
메리 램버트 지음, 이선경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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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메리 램버트는 영국의 정리 컨설턴트이자 풍수지리 전문가다. 작가는 이 책에서 물건을 100개만 남기고 다 정리하라고 말한다. 모든 물건에는 고유의 기(氣)가 존재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방치한 물건에서는 좋지 않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도 이 책을 준비하며 물건을 100개만 남기고 다 정리했다고 한다. '물건을 100개만 남기고 다 버리기'는 작가가 처음 생각해낸 건 아니다. 데이브 브루노라는 온라인 사업가가 처음 생각해냈는데, 2007년 샌디에이고에 있는 집을 둘러보다 물건에 짓눌리는 느낌을 느낀 후 1년에 걸쳐 모든 소지품을 100개로 줄이게 됐다고 한다. 그럼 물건은 어떻게 줄이면 될까? 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없애는 물건은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 꼭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결정하면 좋을까? 물건을 쌓아두고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심리는 뭘까?

 

작가는 먼저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의 목록을 작성하라고 한다. 이때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물건, 예를 들면 텔레비전이나 소파, 냄비나 프라이팬, 냉장고 같은 건 제외하고 온전히 혼자 사용하는 물건만 적는다. 목록을 적을 땐 뒤죽박죽 적기보다는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적는 게 좋다. 작가는 기기 및 기타 물품, 옷은 여름용과 겨울용, 사계절용으로 나눠 목록을 작성했는데 우리나라는 영국과 달라 사계절이 분명하니까 옷을 여름용과 겨울용, 봄가을용, 사계절용으로 나누면 될 거 같다. 책을 보면(68쪽~71쪽) 작가가 물건을 정리하기 전에 갖고 있었던 소지품 목록이 나오는데 305개나 된다. 뭐가 이렇게 많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웬만한 사람이면 이정도 충분히 나올 거 같다. 특히 성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생길 수 있는데 여자라면 화장품이나 옷, 가방, 신발 등 자신을 꾸미는데 필요한 물건들이 남자들보다 많을 것이고, 남자라면 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장하는데 필요한 소지품은 적겠지만 전자 기기 등은 더 많은 수도 있다.

 

일단 목록을 작성했으면 한꺼번에 정리를 하는 것보다 하나씩 차근차근 정리를 하는 게 좋다. 쌓아놓는 물건 중에 제일 많은 게 옷이기 때문에 옷을 제일 먼저 정리하면 되는데 분량이 많은 만큼 시간도 넉넉하게 잡고 하는 게 좋다. 작가는 4개월 반 정도로 잡았다. 옷 정리가 끝나면 신발과 구두, 화장품, 악세서리 등을 정리하는데 1개월 반 정도 잡고, 전자/전기 용품, 스포츠 용품, 취미 용품을 정리하는데 각각 1개월 반 정도씩 잡으면 된다. 물건을 정리할 때는 남길 것, 버릴 것, 중고매장에 팔 것, 기부할 것 등으로 나눠 각각 정리하면 좋다. 물건을 100개만 남기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 자신이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한데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면 불이 날 경우 무엇을 챙겨서 나갈 건지 생각하면 쉽다고 한다.

 

1년에 걸쳐 물건을 정리하고 나면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정리가 끝나 여유가 생긴 공간을 또 새로 산 물건으로 가득 채우면 1년간의 작업은 의미가 없어진다. 작가 같은 경우 물건을 100개로 정리한 후 새 물건을 사면 집에 있는 물건 하나를 버려야 하기 때문에 쇼핑을 할 때 내키는 대로 사지 않게 됐다고 한다. 꼭 필요한지 아닌지 생각하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 덕분에 쓰지도 않는 물건으로 집이 터져나가는 일도 없어지고, 돈도 더 규모있게 쓸 수 있게 되고, 충동구매를 하지 않으니 여윳돈이 생겨 꼭 하고 싶은 일에 돈을 쓸 수도 있고 1타 3조가 되는 셈.

 

책 표지에 적혀 있는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많이 얽혀있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많은 게 좋은 게 아니란 말씀. 몸도 다이어트가 필요하지만 내가 머무는 공간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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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 나의 친구, 나의 투정꾼, 한 번도 스스로를 위해 면류관을 쓰지 않은 나의 엄마에게
이충걸 지음 / 예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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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책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다. 너무 맑지도, 너무 푸르지도, 너무 시리지도 않은 물색. 깊고 깊은 바닷속도 아니고, 얕고 얕은 개울물도 아니고 중간 어디쯤 될 거 같은 물색. 어딘지 모르게 아련한 물색이었다. 거의 모든 책에 들어가는 띠지도 없고, 요란한 홍보문구도 없고, 작가 사진도 없이 책 제목과 작가 이름, 그리고 세 줄의 글. 물색이 마음에 들어 표지를 손으로 쓰다듬어 봤다. 물색이 손에 물들기라도 할 것처럼.

 

 

02.

오래전 우연히 GQ 편집장 이충걸 씨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글을 참 잘 썼길래 글을 쓴 이의 이름을 기억해뒀었다. GQ Korea 편집장 이충걸. 잡지 에디터라는 사람들 특유의 글투를 썩 좋아하지 않는데 그런 특유의 글투가 없어 좋았다. 할 말만 간결하게 멋 부리지 않고 쓴 글이 좋았다. 그 뒤에도 같은 사람이 쓴 글을 몇 편 더 읽었고 그때마다 '이 사람 글 잘 쓰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를 읽고 싶은 책 목록 위에 올려뒀었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변했다. 어쩌면 그 책을 안 읽게 될지도 모르겠다. '할 말만 간결하게 너무 멋 부리지 않고' 쓴 글이 좋았는데 글투가 바뀌었다. 살짝 당황스러웠다.

 

 

03.

이번 책은 2002년에 쓴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는 책의 개정증보판이다. 그 책에서 딱 한 장(章)만 빼고 다 실었고, 추가된 열 몇 편은 그 후의 이야기라고 한다(그러니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를 읽은 사람이라면 덧붙여진 열 몇 편의 이야기만 더 읽으면 된다는 말씀). 막내로 엄마와 둘이 살며 보고, 듣고, 느끼고, 부대낀 엄마에 대한 이야기들을 가득 담은 에세이인데 에세이라기보다는 '엄마'를 소재로 쓴 소설 같은 느낌이었다. 그다지 극적인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에세이라기엔 어딘지 이질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유가 뭘까?

 

글에 참 꾸밈이 많다. 내 기준에서는 너무 많다. 비유가 너무 많아 글이 하나의 흐름으로 읽히지 않고 문장으로 끊긴다. 공감이 되지 않는 비유가 흘러넘쳐 '이게 뭔 뜻일까?' 생각하느라 글은 계속 끊겼다. 글이란 다 어느 정도는 글을 쓴 사람의 배설의 수단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심했다 싶다. 말이 너무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만 피곤한 게 아니다. 너무 수다스러운 글을 읽는 것도 비슷하게 피곤하다. 아, 내가 너무 오랜만에 이 사람 글을 읽은 건가?

 

'집에 둘이 있을 때 우리는 은으로 만든 껍질 속에 파묻혀 있다. 곧 엄마와 나를 위한 궁형이 생기고, 그 아래에서 둘만을 위한 식사를 한다(45쪽)'

이런 문장이 좋은 사람이거나 무조건적인 작가의 팬이거나 색다른 비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작가의 이번 책이 반가울 거 같다. 하지만 나처럼 수다스러운 책은 질색이라면 읽기 전에 집에 진통제가 있는지부터 확인하길. 읽다가 머리가 지끈지끈해질 수도 있다. 아- 간만의 두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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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랜더 래리 니븐 컬렉션 1
레리 니븐 지음, 정소연 옮김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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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래리 니븐은 1938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76세지만 현역이다. 올해도 두 권의 신작을 낼 예정이라니 대단하다. 다른 분야도 아니고 SF인데. 처음으로 작품을 발표한 1964년에야 SF 작품 나온 게 많지 않아 약간의 상상력만 있어도 새로울 수 있었겠지만 그 후로 나온 수많은 SF 작품 덕에(그것이 소설이든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이젠 웬만한 상상력으로는 지루한 느낌이 들 텐데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이 편한 나이에 여전히 현역이라니 작가 작품을 읽어본 게 이거 달랑 하나라 뭐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대단하다 생각한다. 역시 작가라 다른가?

 

작가 정보를 찾아보니 하드 SF(과학적 사실이나 법칙에 무게를 두고 쓴 과학 소설)인 [링월드]로 SF 최고의 영예인 휴고상, 네뷸러상을 비롯해 디트머상, 로커스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작가가 수상한 상들이 얼마나 대단한 상인지는 모르지만 [링월드]가 어떤 책인지 궁금해졌다. 장르 특성상 작가의 상상력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과학 지식도 잘 알아야 할 거 같은데. 이 책은 작가가 1969년부터 1995년 사이에 쓴 다섯 편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가까운 미래(22세기: 2013년)를 배경으로 지구에 살고 있는 형사 길버트 해밀턴이 주인공이다.

 

'나'의 이름은 길버트 해밀턴. 2093년 4월 잰카스 주 토피카에서 평지인(지구인 중에서도 우주를 본 적 없는 지구인을 일컫는 고리인 용어)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다. 지구에서 살다 소행성대로 옮겨 일을 하다 오른쪽 팔을 잃었고 다른 사람의 팔을 이식받기 위해 지구로 돌아온 후 ARM(국제연합경찰)로 근무하고 있다. 장기밀매조직을 쫓는 게 일인데 오른쪽 팔을 잃었을 때 생긴 약간의 초능력(상상손이라고 눈에 보이는 팔 두 개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팔이 하나 더 있다. 보이지 않는 그 팔로 담배도 피울 수 있고, 몸의 구석구석을 만질 수도 있다)이 일을 할 때 도움이 된다. 가까운 사람은 태피. 우연히 만나 잠자리를 같이 한 후 3년 정도 같이 살기도 했다. 의사로 장기를 이식하는 일을 하는데 장기밀매조직 쫓는 게 직업인 형사와 장기의 출처가 어떻든 환자에게 장기를 이식하는 게 직업인 의사 커플이라니 재미있는 조합이기는 하다.

 

작가가 상상하는 22세기는 지구뿐만 아니라 달과 소행성대에도 사람이 산다. 사람들은 출신에 따라 서로를 지구인, 고리인(소행성대 사람), 월인(달에 사는 사람)으로 나누는데 월인은 지구와 중력이 달라 키가 굉장히 크다. 2미터 넘는 건 기본이라 170이나 되는 지구 여자는 땅꼬마로 본다. 지구인에게는 임신권이란 게 있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임신권만큼만 아이를 가질 수 있다. 내가 가진 임신권이 두 개라면 난 아무리 아이를 더 갖고 싶어도 아이는 평생 둘밖에 가질 수 없는 셈이다. 게다가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으면(천식처럼 아주 가벼운 질환이라도) 임신을 할 수가 없고 특별히 사회에 공헌을 한 경우에만 임신권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할 자격이 주어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냉동상태로 보존돼 있고, 장기가 필요한 사람들은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는 장기가 부족하자 법을 제정해 냉동된 사람들을 살리는 대신 장기 조달처로 삼는다.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아무리 미미한 범죄라도 사형을 받는데 사형을 받으면 냉동이 돼 장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수명은 200세도 끄떡없고 수백 층의 건물과 공중을 나는 택시가 일상화됐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커피를 마시고 도넛을 먹는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주인공은 같지만 독립된 이야기다. 물론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은 모두 계속 등장하고, 주제나 상황은 변함이 없지만 이야기를 한 편씩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책에 실린 이야기 다섯 편 중에서 첫 이야기가 1969년에 쓰여진 걸 생각하면 지금 읽어도 하나도 촌스럽지 않은 설정도 흥미롭다. 어떤 SF는 그 당시에야 발상이 참신했는지 몰라도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읽으면 이미 뻔히 아는 설정이라 전혀 SF스럽지 않은 것도 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무게감도 있고, 이야기도 너무 단순하지 않고 600쪽 정도 되는 적지 않은 분량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다만 하나 아쉬운 게 있었다면 번역. 원문을 읽어보지 않아서 얼마나 정확하게 잘 번역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말 번역인데 우리말 같지가 않다. "원문이 이래요."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원문의 표현은 그대로 살리되 자연스런 우리말이 돼야 잘 된 번역인데 문장을 배배 꼬는 바람에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 자꾸 멈칫멈칫하는 바람에 상당히 피곤했다. 예를 들어 '로렌 사건은 다 정리되어 기다림만 남은 단계였다(12쪽)' 같은 문장. 역자 후기를 봤더니 후기도 이런 식이었다. 휴- 번역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제발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풀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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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시오리코 씨와 미스터리한 일상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2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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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고우라 다이스케.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다. 대학 졸업하고 취직을 하려고 했지만 계속 실패하다 할머니가 남기신 책을 정리하다 인연을 맺은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일을 하게 됐다. 중간에 고서당 운영자랑 좀 어색해지는 일이 생겨 한 번 그만둔 적이 있는데 면접에서 또 미끄러지는 바람에 결국 다시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일을 하게 됐다. 책에도 관심이 있고, 책에 대한 이야기에도 흥미가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책은 읽지 못한다. 읽기 싫어서 안 읽는 게 아니라 읽고 싶어도 못 읽는다. 조금만 읽어도 식은땀이 뚝뚝 떨어지고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다. 이런 주제에 고서점에서 일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됐다.

 

비블리아 고서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시노카와 시오리코라고 젊은 여자다.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걸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저런 성격에 어떻게 손님들을 맞이하나 싶을 정도로 수줍음을 많이 타고 말도 더듬거린다. 그러다 책 이야기만 나오면 사람이 확 변해서 말도 또박또박 잘하고, 머리도 휙휙 잘 돌아가고, 책에 대한 이야기며 작가, 마음에 드는 문장까지 줄줄줄 뱉어내는데 여러 번 보긴 했어도 볼 때마다 놀랄 정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몇 살 연상으로 하얀 피부에 화장기 없는 얼굴, 큰 눈과 오똑한 코, 길고 검은 머리카락이 그냥 봐도 눈에 확 띄는 미인이다. 손님이 별로 없어서 처음엔 어떻게 꾸려나가나 걱정을 했었는데 알고 보니 나름 유명한 고서점이었다. 찾아오는 손님이 많지 않은 건 인터넷 매매가 활발하기 때문이었다.

 

책이란 건 흥미롭다. 책의 내용 자체나 출간 당시의 상황, 작가에 대한 에피소드도 흥미롭지만 고서점의 특성상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하나의 책이 갖게 되는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크라크라 일기'만 해도 그렇다. 전보다 친해졌다고는 해도 시노카와 씨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는데 '크라크라 일기' 덕에 시노카와 씨의 어머니에 대해 알 수 있게 됐다. 책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책을 좋아했던, 외모까지 딸인 시노카와 씨와 똑닮은 시노카와 씨의 어머니.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돼 딸 둘을 남기고 10년 전에 집을 나간 시노카와 씨의 어머니는 지금쯤 어디에서 뭘 하며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2월에 출간된 1권에 이어 3개월만에 2권이 출간됐다. 책의 주인공은 변함없이 시노카와 시오리코와 고우라 다이스케고 1권에서 등장했던 책등빼기와 여고생, 시노카와의 여동생 정도가 고정 인물이다. 1권에서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궁금증을 일으켰던 주인공 두 사람의 관계는 큰 변화는 없다. 고우라는 시노카에게 분명히 호감을 갖고 있고, 본인 역시 그것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시노카와의 태도는 큰 변화가 없다. 두 사람이 성을 부르다 이름을 부르는 관계로 아주 조금 발전하긴 했지만. 좀 있으면 3권이 나올 텐데 3권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과연 얼마나 변화할까? 무엇보다 2권에서 조금 비밀이 밝혀진 시노카와의 어머니 이야기가 3권에서는 어떻게 풀려나갈까? 아주 더디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 미카미 엔 때문에 3권이 궁금하다. 더불어 드라마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도 살짝 궁금하다. 어떤 배우가 두 주인공을 맡았을까? 책으로 읽어낸 이미지와 얼마나 닮았을까. 두 주인공의 이미지를 상상으로만 남겨두고 싶은 마음과 배우의 얼굴이 입혀진 모습을 보고싶은 마음이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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