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랜더 래리 니븐 컬렉션 1
레리 니븐 지음, 정소연 옮김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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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래리 니븐은 1938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76세지만 현역이다. 올해도 두 권의 신작을 낼 예정이라니 대단하다. 다른 분야도 아니고 SF인데. 처음으로 작품을 발표한 1964년에야 SF 작품 나온 게 많지 않아 약간의 상상력만 있어도 새로울 수 있었겠지만 그 후로 나온 수많은 SF 작품 덕에(그것이 소설이든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이젠 웬만한 상상력으로는 지루한 느낌이 들 텐데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이 편한 나이에 여전히 현역이라니 작가 작품을 읽어본 게 이거 달랑 하나라 뭐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대단하다 생각한다. 역시 작가라 다른가?

 

작가 정보를 찾아보니 하드 SF(과학적 사실이나 법칙에 무게를 두고 쓴 과학 소설)인 [링월드]로 SF 최고의 영예인 휴고상, 네뷸러상을 비롯해 디트머상, 로커스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작가가 수상한 상들이 얼마나 대단한 상인지는 모르지만 [링월드]가 어떤 책인지 궁금해졌다. 장르 특성상 작가의 상상력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과학 지식도 잘 알아야 할 거 같은데. 이 책은 작가가 1969년부터 1995년 사이에 쓴 다섯 편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가까운 미래(22세기: 2013년)를 배경으로 지구에 살고 있는 형사 길버트 해밀턴이 주인공이다.

 

'나'의 이름은 길버트 해밀턴. 2093년 4월 잰카스 주 토피카에서 평지인(지구인 중에서도 우주를 본 적 없는 지구인을 일컫는 고리인 용어)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다. 지구에서 살다 소행성대로 옮겨 일을 하다 오른쪽 팔을 잃었고 다른 사람의 팔을 이식받기 위해 지구로 돌아온 후 ARM(국제연합경찰)로 근무하고 있다. 장기밀매조직을 쫓는 게 일인데 오른쪽 팔을 잃었을 때 생긴 약간의 초능력(상상손이라고 눈에 보이는 팔 두 개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팔이 하나 더 있다. 보이지 않는 그 팔로 담배도 피울 수 있고, 몸의 구석구석을 만질 수도 있다)이 일을 할 때 도움이 된다. 가까운 사람은 태피. 우연히 만나 잠자리를 같이 한 후 3년 정도 같이 살기도 했다. 의사로 장기를 이식하는 일을 하는데 장기밀매조직 쫓는 게 직업인 형사와 장기의 출처가 어떻든 환자에게 장기를 이식하는 게 직업인 의사 커플이라니 재미있는 조합이기는 하다.

 

작가가 상상하는 22세기는 지구뿐만 아니라 달과 소행성대에도 사람이 산다. 사람들은 출신에 따라 서로를 지구인, 고리인(소행성대 사람), 월인(달에 사는 사람)으로 나누는데 월인은 지구와 중력이 달라 키가 굉장히 크다. 2미터 넘는 건 기본이라 170이나 되는 지구 여자는 땅꼬마로 본다. 지구인에게는 임신권이란 게 있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임신권만큼만 아이를 가질 수 있다. 내가 가진 임신권이 두 개라면 난 아무리 아이를 더 갖고 싶어도 아이는 평생 둘밖에 가질 수 없는 셈이다. 게다가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으면(천식처럼 아주 가벼운 질환이라도) 임신을 할 수가 없고 특별히 사회에 공헌을 한 경우에만 임신권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할 자격이 주어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냉동상태로 보존돼 있고, 장기가 필요한 사람들은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는 장기가 부족하자 법을 제정해 냉동된 사람들을 살리는 대신 장기 조달처로 삼는다.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아무리 미미한 범죄라도 사형을 받는데 사형을 받으면 냉동이 돼 장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수명은 200세도 끄떡없고 수백 층의 건물과 공중을 나는 택시가 일상화됐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커피를 마시고 도넛을 먹는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주인공은 같지만 독립된 이야기다. 물론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은 모두 계속 등장하고, 주제나 상황은 변함이 없지만 이야기를 한 편씩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책에 실린 이야기 다섯 편 중에서 첫 이야기가 1969년에 쓰여진 걸 생각하면 지금 읽어도 하나도 촌스럽지 않은 설정도 흥미롭다. 어떤 SF는 그 당시에야 발상이 참신했는지 몰라도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읽으면 이미 뻔히 아는 설정이라 전혀 SF스럽지 않은 것도 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무게감도 있고, 이야기도 너무 단순하지 않고 600쪽 정도 되는 적지 않은 분량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다만 하나 아쉬운 게 있었다면 번역. 원문을 읽어보지 않아서 얼마나 정확하게 잘 번역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말 번역인데 우리말 같지가 않다. "원문이 이래요."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원문의 표현은 그대로 살리되 자연스런 우리말이 돼야 잘 된 번역인데 문장을 배배 꼬는 바람에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 자꾸 멈칫멈칫하는 바람에 상당히 피곤했다. 예를 들어 '로렌 사건은 다 정리되어 기다림만 남은 단계였다(12쪽)' 같은 문장. 역자 후기를 봤더니 후기도 이런 식이었다. 휴- 번역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제발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풀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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