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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시오리코 씨와 미스터리한 일상 ㅣ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2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5월
평점 :
내 이름은 고우라 다이스케.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다. 대학 졸업하고 취직을 하려고 했지만 계속 실패하다 할머니가 남기신 책을 정리하다 인연을 맺은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일을 하게 됐다. 중간에 고서당 운영자랑 좀 어색해지는 일이 생겨 한 번 그만둔 적이 있는데 면접에서 또 미끄러지는 바람에 결국 다시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일을 하게 됐다. 책에도 관심이 있고, 책에 대한 이야기에도 흥미가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책은 읽지 못한다. 읽기 싫어서 안 읽는 게 아니라 읽고 싶어도 못 읽는다. 조금만 읽어도 식은땀이 뚝뚝 떨어지고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다. 이런 주제에 고서점에서 일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됐다.
비블리아 고서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시노카와 시오리코라고 젊은 여자다.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걸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저런 성격에 어떻게 손님들을 맞이하나 싶을 정도로 수줍음을 많이 타고 말도 더듬거린다. 그러다 책 이야기만 나오면 사람이 확 변해서 말도 또박또박 잘하고, 머리도 휙휙 잘 돌아가고, 책에 대한 이야기며 작가, 마음에 드는 문장까지 줄줄줄 뱉어내는데 여러 번 보긴 했어도 볼 때마다 놀랄 정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몇 살 연상으로 하얀 피부에 화장기 없는 얼굴, 큰 눈과 오똑한 코, 길고 검은 머리카락이 그냥 봐도 눈에 확 띄는 미인이다. 손님이 별로 없어서 처음엔 어떻게 꾸려나가나 걱정을 했었는데 알고 보니 나름 유명한 고서점이었다. 찾아오는 손님이 많지 않은 건 인터넷 매매가 활발하기 때문이었다.
책이란 건 흥미롭다. 책의 내용 자체나 출간 당시의 상황, 작가에 대한 에피소드도 흥미롭지만 고서점의 특성상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하나의 책이 갖게 되는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크라크라 일기'만 해도 그렇다. 전보다 친해졌다고는 해도 시노카와 씨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는데 '크라크라 일기' 덕에 시노카와 씨의 어머니에 대해 알 수 있게 됐다. 책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책을 좋아했던, 외모까지 딸인 시노카와 씨와 똑닮은 시노카와 씨의 어머니.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돼 딸 둘을 남기고 10년 전에 집을 나간 시노카와 씨의 어머니는 지금쯤 어디에서 뭘 하며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2월에 출간된 1권에 이어 3개월만에 2권이 출간됐다. 책의 주인공은 변함없이 시노카와 시오리코와 고우라 다이스케고 1권에서 등장했던 책등빼기와 여고생, 시노카와의 여동생 정도가 고정 인물이다. 1권에서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궁금증을 일으켰던 주인공 두 사람의 관계는 큰 변화는 없다. 고우라는 시노카에게 분명히 호감을 갖고 있고, 본인 역시 그것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시노카와의 태도는 큰 변화가 없다. 두 사람이 성을 부르다 이름을 부르는 관계로 아주 조금 발전하긴 했지만. 좀 있으면 3권이 나올 텐데 3권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과연 얼마나 변화할까? 무엇보다 2권에서 조금 비밀이 밝혀진 시노카와의 어머니 이야기가 3권에서는 어떻게 풀려나갈까? 아주 더디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 미카미 엔 때문에 3권이 궁금하다. 더불어 드라마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도 살짝 궁금하다. 어떤 배우가 두 주인공을 맡았을까? 책으로 읽어낸 이미지와 얼마나 닮았을까. 두 주인공의 이미지를 상상으로만 남겨두고 싶은 마음과 배우의 얼굴이 입혀진 모습을 보고싶은 마음이 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