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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면 왜 아픈 걸까
허유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최대 관심사가 '잘 살기'인 철학 전공자가 쓴 책이다. 동국대학교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후 논문 준비와 대학 강의 준비 중인 작가가 왜 연애를
주제로 책을 썼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연애란 게 어떤 관계보다 나 자신을 홀딱 보이는 일이라 호기심이 가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그렇지
않나? 연애란 상대의 바닥을 보는 일이기도 하지만 나의 바닥을 상대에게도 보이고 나도 보게 되는 일이니까. 그래서 그런가 이 책은 연애의 기술을
다루지는 않는다. 작가 말을 빌면 연애를 하고 싶고, 연애를 하고 있는 나 자신에 초점을 맞췄다(380쪽)고 한다.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고,
어떤 생각이 원인이 됐는지 돌아보자는 거다.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기둥에 적혀 있었다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연애에서도 최고의
명제인 셈이다.
책은 크게 네 개의 장으로 나뉜다. '연애의 외로움', '연애의 두려움', '연애의 노력', '연애의 기대와 희망'이 그것인데 작가는
외로움, 두려움, 노력, 기대와 희망, 이 네 가지가 연애를 힘들게 한다고 말한다. 너무 외로워도 연애가 힘들고, 외로움에 너무 익숙해져도
연애가 힘들고, 사랑이 변할까 두려워도 연애가 힘들고, 두려움 때문에 노력은 하는데 방향이 잘못되도 연애가 힘들고, 헛된 기대와 희망을 가져도
연애가 힘들다는 거다.
작가도 책에서 밝혔지만 이 책은 연애 잘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연애가 잘 안 되고, 하면 힘들고 아프기만 한데 왜 그런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하다. 이제 막 풋사랑을
시작한 여동생이 너무 아파 어쩔 줄 몰라하는 걸 보고 나이 차이가 좀 나는 큰 언니가 눈 맞추고 앉아서 '그건 말이지 이래서 그래~'하며
조근조근 말하는 거 같다. 사람이란 존재가 이렇고, 사람 마음이란 게 이렇고, 연애란 건 이렇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서 다 읽으면 마음이 순해지는 그런 책이다. 이미 충분히 어른이라 큰 언니의 도움이 없어도 이정도쯤은 다 아는 사람은 보며 '맞아,
맞아'하며 읽고, 아직 뭐가 뭔지 대체 모르겠는 막내라면 '정말? 정말 이런 거야?'하며 읽으면 된다. 무릎담요 덮고 읽고 싶어지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