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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
말콤 글래드웰 지음, 선대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블링크], [티핑 포인트], [아웃라이어]로 유명한 기자 겸 작가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이다. 세 권 모두 '읽어봐야지' 생각은 하면서도 아직
못 읽었는데 어떻게 신작부터 읽게 됐다. 작가에 대해 검색을 좀 해봤는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뽑은 '세계의 경영 대가 10인', 타임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이라고 한다. 대학에서는 역사학을 전공했고, 고등학교 때는 중거리 선수로 뛰기도 했는데
1978년 온타리오 고교 선수권대회 1500m에서 우승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오- 지성과 육체가 동시에 발달한 타입인가?
책 제목을 보면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약자가 강자를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다룬 책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책 제일 앞에 실었다. 기독교(가톨릭과 개신교) 신자도 아니고 성경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들은 풍월에라도 누구나 알만한 싸움 말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간단하게 요약하면 골리앗은 키가 210㎝나 되는 전사고 다윗은 양을 치는 소년이었다. 체급으로 봐도 봐도
그렇고, 직업으로 봐도 그렇고(골리앗은 싸움 전문가, 다윗은 비전문가), 경험으로 봐도 그렇고 잽이 안 되는 싸움이었다. 게다가 골리앗은 청동
투구를 쓰고 전신 갑옷을 입고 방패까지 있었지만 다윗은 평소 입던 옷에 무기라고는 어깨에 멘 가방에 넣은 돌맹이 다섯 개가 전부였다. 블레셋과
이스라엘의 존망이 달린 일대일 전투에 양치기 소년이 나오자 골리앗은 모욕감마저 느꼈지만 다윗은 가죽 투석 주머니로 돌을 날려 골리앗의 이마를
맞춰 기절시킨 다음 골리앗의 칼을 빼앗아 목을 베었고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은 다윗의 승리로 끝났다. 기독교 신자라면 이 싸움을 하느님이 선택하신
민족의 승리로 이해하겠지만 말콤 글래드웰은 다르게 해석했는데 약자 다윗이 강자 골리앗을 어떻게 이겼는지 해석이 재미있다.
일단 작가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투석병과 중보병의 싸움으로 이해했다. 무기와 갑옷으로 무장하고 근거리 싸움을 하는 중보병과 기동성과
날렵함이 장점으로 먼 거리에서 전투가 가능한 투석병이 싸울 경우 투석병이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윗에게 승산이 있다는 말이 된다. 게다가
현대의학 기준으로 판단할 때 말단비대증 환자로 보이는 골리앗은 시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일대일 전투의 기본 규칙을 깨고 접근한 다윗의 공격에
방어하기 힘들었을 거라는 해석이다. 다윗이 이걸 다 계산하고 싸움에 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조건들-신체적 열세, 완력 차이, 경험 부족, 무기의 열악함 등-을 다윗은 강점으로 활용해 전투에 임했고 결국 조국 이스라엘에 승리를 선물할 수
있었던 셈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볼 수 있듯이 약점은 얼마든지 유리함이 될 수 있고 강점은 불리함이 될 수도 있다. 약자가 자신의 약점을
유리하게 이용해 강자를 이기는 건 다윗과 골리앗의 시대에서만 가능했던 일이 아니다. 현대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잘 알려진 영국 정보장교 토마스 로렌스가 제1차세계대전 당시 아랍 베두인족을 도와 터키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만 봐도 그렇고 난독증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기업가들을 봐도 그렇다. 약점을 약점으로 생각하지 않고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만 있으면 충분하다.